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스 Oct 25. 2021

남자이지만...방탄소년단을 좋아합니다

살다보니 방탄소년단에 빠지게 된 나에 대하여

2021.10.23
BGM: Born Singer - 방탄소년단 (BTS)




혹시 아미(ARMY)이세요...?

우리 회사 사무실엔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다. 스피커에 블루투스로 핸드폰을 연결해 노래를 들으며 일을 할 수 있다. 일상 속 BGM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는 나에겐 최적의 업무환경이다. 그 날의 DJ를 자처하는 직원들마다 선호하는 장르나 가수의 노래가 다른 것도 재미지다. 그 사람의 성향을 알아갈 수 있어서.


나 역시도 노래를 자주 트는 DJ 사원이긴 하다. 어느 날은 방탄소년단 노래 모음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그러자 개인 톡으로 메시지 하나가 왔다.



"혹시 아미이세요...?"


내게 아미인지 물어본 이유는 단순했다.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 같은 노래들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래니까 그려려니 할 수 있어도, 방탄소년단 찐팬이 아닌 이상 타이틀곡이 아닌 앨범 속 수록곡과 팬송까지 알 수 없다는 거였다. 특히 'Outro: Wings'나 'You'll never Walk alone' 같은 수록곡은 방탄소년단 노래를 많이 들어본 아미들이 좋아하는 곡이라 했다. 결정적으로 오늘의 BGM인 'Born Singer'를 튼 순간 확신했다고 했다.


"아....이 사람 아미구나!"


내게 아미냐고 물어봤던 직원의 질문에 나는 "팬클럽에 정식으로 가입하진 않았지만,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춤 그리고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좋아합니다. 그렇게 치면 저도 아미라고 볼 수 있겠네요"라고 답했다.



플레이리스트를 가득 채운 방탄소년단의 노래들...





방탄소년단?

무슨 아이돌 그룹 이름이 그래?

사실 처음 '방탄소년단'이란 그룹의 첫인상은 별관심이 없었다. 그룹이 '방탄소년단'이라해서 '방탄조끼도 아니고 무슨 아이돌그룹 이름에 '방탄'이 왜 들어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남자 아이돌보다는 여자 아이돌이 훨씬 더 관심이 가기도 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아이돌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방탄소년단은 내게 새롭게 데뷔한 그저 그런 아이돌 그룹 중 하나에 불과했다.


방탄소년단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건 '쩔어(Dope)' 때 부터였다. 대학시절 나는 댄스동아리 활동을 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찬조공연을 앞두고 어떤 무대를 준비할까 회의하던 중, 누군가 방탄소년단의 '쩔어' 커버댄스를 제안했다. 당시 봤던 무대는 방탄소년단이 검은 슬랙스+하얀색 와이셔츠+넥타이를 입어 직장인 컨셉으로 춤췄던 무대였다. 박자를 쪼개는 안무와 신나는 비트, 그리고 '쩔어!'를 반복하는 훅까지 있어서 무대에서 반응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출처: 원더케이 유튜브 캡쳐화면)


그렇게 '쩔어' 커버댄스 연습을 하면서 족히 수 천번은 들었던 것 같다. 노래를 하도 듣다보니 어느새 방탄소년단의 다른 노래와 무대도 찾아보고 있던 나였다. '쩔어'를 시작으로 'DNA', 'IDOL',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 방탄소년단의 타이틀곡을 흥얼되고 무대를 찾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DNA, Dynamite, Mic Drop 등의 무대를 연습해 커버댄스 공연까지 계속 했다. 갈수록 어려운 그들의 안무 난이도에 때론 좌절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한 곡을 완벽하게 할 수 있을 때의 희열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뭔가 방탄소년단이 해온 피, 땀, 눈물 나는 노력의 일부를 따라갔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듯했다.


이제 방탄소년단은 그저 그런 아이돌그룹이 아닌,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점점 영역을 늘리는 대세 그룹이 되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된 이유:

청춘을 향한 메시지를 담았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들의 노래엔 청춘을 향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어서다. 방탄소년단 노래의 베이스는 '힙합'이다. 멤버 구성만 봐도 랩퍼가 RM, 제이홉, 슈가 총 3명이고, 노래를 들어보면 랩 파트의 비중이 다른 그룹들에 비해 꽤 큰 편이다.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는 '힙합'과 '랩' 음악을 하기에 방탄소년단은 그들이 전하고픈 메시지를 그들의 노래에 담아왔다.


특히 자신을 찾아가는 메시지를 담은 점이 좋다. 그리고 내 나이 또래의 청춘을 향한 메시지여서 더욱 공감이 된다. 93년생인 나와 동갑인 멤버는 슈가이고, 방탄소년단의 멤버들 나이가 90년생들이다. 비슷한 나이 때에 고민하는 것들을 그들은 노래와 랩으로서 풀어나간다. 


방탄소년단이 고민하는 생각의 범주에는 나 역시도 고민하는 것들이 포함되어있다. 꿈과 현실의 괴리감, 일상 속 힘듦과 소소한 행복, 사랑 받고 싶으면서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 가,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가짐 등이 방탄소년단의 랩과 노래 속 가삿말에 녹아있다. 그래서 그들의 노래가 내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자 응원의 메시지가 되곤 한다. 





내가 좋아한 방탄소년단의 노래가사

노래마다 내가 좋아하는 가사를 뽑아봤다.


Intro: PERSONA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나란 놈을 고작 말 몇 개로 답할 수 있었다면
신께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을 다 만드시진 않았겠지

- 첫 문장에서 이 노래를 듣는 이유가 바로 나온다. 나 조차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순간마다, 이 노래가 떠오른다. 지난 유럽여행에서 만났던 수많은 '나'가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는데, 그럼 지금의 나는 앞으로 어떤 나를 만들까? 사람들이 말하는 나, 내가 생각하는 나, 내가 되고 싶은 나, 사람들이 원하는 나, 각종 나의 모습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내리는 노래다. RM의 숨쉴 틈 없이 계속 몰아치는 질문에 나는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까?



Maybe 내가 아파서 그래 생각이 많은 탓
I hate that 단순하지 못한 치기 어린 나
나도 참 어려 몸만 어른, 절뚝거려 인생 걸음
One for the laugh, two for the show
Just like I'm so fine Everyday
나를 위로해 다 똑같은 사람이야 ain't so special
Ay man keep one, two step
차분하게 모두 치료해보자고 나의 병

- 나는 '쉴 때도 뭔가 해야한다'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맘편히 쉬고 있어도 자기 계발을 위해 책이나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했다면, 하루가 끝날 때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사실 전진하기 위해선 적당한 휴식이 필요한 법이지만....그게 잘 안된다. 그럴 때마다 '병'을 듣는다. 세계적인 대스타가 된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쉬고 있을 때 뭔가를 해야만 하는 강박감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가보다. "일은 그냥 일로 해"란 말에서 그들도 나와 같이 성장과 휴식 속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란 소리에 안심이 된다.



낙원

우린 꿈을 남한테서 꿔 (빚처럼) 위대해져야 한다 배워 (빛처럼)
너의 dream. 사실은 짐 미래만이 꿈이라면 내가 어젯밤 침대서 꾼 건 뭐?
꿈의 이름이 달라도 괜찮아. 다음달에 노트북 사는 거,
아니면 그냥 먹고 자는 거, 암것도 안 하는데 돈이 많은 거
꿈이 뭐 거창한 거라고, 그냥 아무나 되라고,
We deserve a life 뭐가 크건 작건 그냥 너는 너잖어

- '낙원'은 '병'과 마찬가지로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 자주 듣는 노래다. 20대 후반이 되면서 취업을 한 친구들, 결혼을 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 나이 때에는 이걸 해야한다'는 생각이 많이도 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할 수 있을까?'란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온다. 왠지 나만 도태되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낙원'의 메시지를 듣는다. 나는 무엇이 되어야만 내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나는 그냥 나란 위로의 말이 내 마음 속 깊이 와닿는다.



땡(DDaeng)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여지껏 무시해줘 고맙다
덕분에 스타디움 돔 빌보드 많은 것을 덕분에 많이도 얻었다
작은 회사 친구들아 너네가 곧 대기업이 되길
우린 앞으로 바람대로 또 망할테니 계속 걱정해주길
끗!

- RM, 슈가, 제이홉 랩퍼 3명의 노래로, 비아냥과 조롱을 해온 헤이러들에게 날리는 일침 같은 노래다. '땡'이란 노래에선 화투에서 '끗'과 '땡' 그리고 틀렸다는 '땡'이란 중의적 의미를 여러번 차용한다. 특히 슈가의 비아냥되는 말투의 랩핑이 인상깊었다. 누군가 나에게 안된다고 말할 지라도 그냥 그려러니 하는 마음가짐으로 내 할일을 묵묵히 해내야겠다. 그리고 보여줘야겠다. 안 될거라고, 망할 거라고 했던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성공한 내 모습을. 이러한 전투의지를 불타오르게 하는 노래라서 중요한 과제나 프로젝트를 앞두고 많이 듣는다.



Dynamite

Cos ah ah I'm in the stars tonight
So watch me bring the fire
and set the night alight
Shining through the city with a little funk and soul
So I'mma light it up like dynamite, woah

- 아침에 출근할 때 많이 듣는다. 특히 날씨가 화창한 날에! 왜냐면 일단 멜로디가 일단 신나잖아!! 가사를 보더라도 일상 속에서 희망찬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 도시를 밝히는 불꽃처럼, 퍼져나가는 다이너마이트처럼 오늘 하루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출근할 때 무조건 듣는 플레이리스트다.



소우주 (Mikrokosmos)

도시의 불, 이 도시의 별
어릴 적 올려본 밤하늘을 난 떠올려
사람이란 불, 사람이란 별로
가득한 바로 이 곳에서 We shinin'

- 반면 '소우주'는 퇴근길, 특히 야근할 때 많이 듣는다. 집에 가는 지하철 창가 넘어로 보이는 도시 야경을 바라보면서. 도시를 밝히는 불이자 별들로 가득한 차창 넘어의 배경이 자연스레 뮤직비디오가 된다. 나 역시도 내가 원하는 목표와 꿈을 위해 오늘 하루도 밤을 밝혀온 별빛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이 노래를 들으며 지친 마음이 들 때쯤 도시를 밝히는 별빛으로 나를 달랜다.



Answer: Love Myself

You've shown me I have reasons
I should love myself
내 숨 내 걸어온 길 전부로 답해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
I'm learning how to love myself
빠짐없이 남김없이 모두 다 나

- 이 노래는 지난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 중 하나였다. '나를 채우는 여행'을 떠나면서 '나'를 찾기 위한 모습을 보러 다녔다. 여행하면서 나를 찾는 과정에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준 노래였다. Love Myself,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내가 지닌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것, 그것이 이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였기에.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도 심신이 힘들고 고된 순간엔 이 노래를 듣는다. 마치 유럽여행에서 '나란 사람을 찾기 위해' 듣던 순간처럼.



Born Singer

매순간마다 자신에게 다짐해 초심을 잃지 않게  
항상 나답게, 처음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So we go we go we go
더 위로 위로 위로

- 'Born Singer'는 음반에 정식으로 수록된 곡은 아니고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라온 노래다. 데뷔후에 변하지 않고 본질을 지키겠다는 방탄소년단의 곧음을 표현했다. 특히 제이홉의 가사 중 '매순간마다 자신에게 다짐해 초심을 잃지 않게, 항상 나답게, 처음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초심을 변치 않고 지내고 있는 가를 항상 되묻는다. 내가 하는 일에 끊임없이 최선을 다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가 물어본다. '이만하면 됐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들 때쯤 'Born Singer'는 말한다. 그래선 안된다고.





이 외에도 일상 속 텐션을 높이기 위해 듣는 '흥탄소년단', 면접이나 중요한 미팅 전 자신감을 끌어높이는 '쩔어', 카페에서 안온하게 있고 싶을 때 듣는 'Coffee'와 'Converse High' 등. 일상 속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내 귓가에 울리고 있다. 어느새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나를 보면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방탄소년단 노래로 채울 줄 나도 몰랐다.



이정도면 인정해야할 것 같다. 

남자지만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아미란 사실을.

작가의 이전글 눈 깜짝할 새 2년 차가 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