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언제나 셀 수 없음 속에 지냈으면 했다.
하나 하나 기억하기 보다는 셀 수 없는 든든함으로
뭐든 헤쳐나갔으면 했으니까.
하나 하나에 흔들리고 아파하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너의 섬세함으로, 너의 다정함으로 인해 네가 아픈 건 너무나도 속상한 일이야.
부러지기보다는 휘어질 줄 아는 너의 둥금이, 누군가의 손에 꺾인 줄기의 직선이 만들어낸 곡선이라면 네가 꺾여 온 시간만큼이나 쓰라릴 것이다.
너의 기억에는 하나하나보다 셀 수 없는 여럿이 있었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열 명, 백 명으로 나를 쪼개고 싶었다. 구름이 되어 낱낱한 입자들을 모두 보이면 네가 구름을 타고 날 수 있을까?
어느샌가 너의 눈에 밟혔다가 무언가 잃었다 생각되면 쓸쓸해질 너의 모습을 알고 싶지 않다. 네가 지나쳐 왔을 수많은 꽃잎들이, 네 스스로를 밟아왔을 사라짐들이 너에게 남지 않기를 바라는 이기심.
면면히 보이지 않아도 충분한 사랑이 너에게 닿았으면 하는 나의 고백. 나는 무수함으로 너에게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