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늘 영원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사랑과 같은 불투명한 것에 영원을 빗대어 말했다. 영원처럼, 영원보다 더. 그게 너의 판타지이자 꿈과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죽음이 싫다. 유한에 대해 말하는 일도, 그런 건 아예 없다는 듯이 모르는 척 하고 싶다. 그래서인지 막연하게 영원이라는 단어에 취해 현실보다는 꿈을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너는 영원을 믿지 않으니, 너에게는 내 사랑을, 보이지 않는 약속으로 하기 보다는 증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너의 사랑은 혹시나 시한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맞닿을 정도로 커져갔다. 뭐지. 이번 생은 올해가 끝인가? 사람이 너무 행복하면 불안해진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절로 이해가 가는 순간도 찾아왔다. 왜지. 조금 천천히 사랑할 순 없을까? 지금 이렇게나 다 보여준다고? 와 같은 물음표들이 생겨났고 네가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지 불안해졌다.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주고 떠나버리는 건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니까.
그런데 너는 나와 다른 사람이잖아. 나는 무한에 기댄 게으른 사람이지만, 너는 유한하기에 지금의 사랑에 최선이구나. 언제 이렇게 해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지금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줘야지 하는 마음일까? 욕심이 많은 나는, 그래서 나중에는 뭘 해주려고 하는 바보같은 생각이 자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너의 사랑에도 불안과 욕심을 키우고 있던 나는, 현재를 생각하는 너의 마음을 보고 나서야 오히려 마음을 놓았다.
아, 너는 영원을 약속하지 않고 보여주고 있었구나. 나는 그것마저 영원으로 미루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