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섬 Mar 29. 2024

감정 버스, 오라이!

다음 정거장은 분노, 분노 역입니다. 

상담을 받고 왔다. 아주 추운 겨울날 시작해서 벌써 봄이 되었으니 석 달은 꼬박 받은 것 같다. 살면서 잠깐 잠깐 정신의학과 다니며 뭔가 고쳐보려고, 편해보려고 하다가 그만 둔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꾸준히 상담을 받은 것은 정말 처음이다. 1974년 생, 올해로 쉰한 살인데... 이제서야 1974년부터 2024년까지 샅샅이 톺아본다. 나도 모르던 나를 계속 알아가는 중이다. 

선생님한테 배운 가장 큰 것은 바로 감정 버스 하차시키기. 살면서 화가 나는 일이 왜 없겠나. 상담을 시작하던 무렵에는 페이스북에서 실명 저격도 한 번 당해보고, 어떤 사람에게 전화로 고래 고래 핀잔도 받았었다.  내 입장을 설명을 하려고 해도 안 듣겠다고 했다. 답답하고 억울했다. 이 감정이 꽤 오래 갔다. 

1단계. 화가 나는 나를 인정하고 보듬어주기. 

선생님께, 그리고 내 친구 한 명에게 이 감정을 고백했다. 그리고, 선생님과 친구는 정말 진심을 다해서, 그리고 실질적인 대처 방안을 제안하며 지지해주었다. 

2단계. 그 감정을 내 감정 버스에서 하차 시키기. 

선생님과 친구의 지지가 이 감정을 내가 계속 가져갈 것이 아님을 알려주었고, 당당히 버스에서 하차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런데, 시간은 오래 걸렸다. 

3단계. 역지사지. 

그 감정이 내리고 나니 빈 공간이 생겼다. 이런 것들 다 이론적이고 도식적인 것 같지? 아니다. 정말 마음에 빈 공간이 생겼었다! 그리고 다소 홀가분해졌었다. 그러니까 안 보이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왜 내 이름까지 써가며 포스팅을 했었는지, 왜 통화좀 하자며 전화를 했었는지... 그리고 그분들의 입장이...

물론 옛날의 나였다면 빡쳐서 역공격 펼치고 온갖 날카로운 단어와 벼린 문장들(인 척 하며)로 실명 저격 하고 염병을 떨었을 테지만, 3단계까지 오니 그분들께 그럴 순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럴 순 없었다. 

진심을 다해 거칠지 않고, 스스로 너덜거리지 않는 마음으로,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귀한 시간을 내주시는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LOVE.

매거진의 이전글 여신은 우주와 연애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