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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Aug 12. 2024

차박의 맛

2024 F/W 차박 시즌 재개합니다.

8월 중순이 지나면 이제 슬슬 차박을 다시 시작해볼까 싶다. 몸이 근질근질하다. 
지난 5월, 내가 혼자 차박 여행을 즐겨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한 출판사 대표님이랑 <오십에 시작하는 차박>이라는 가제로 에세이 계약을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계획을 짜서 다니는 이유가 얹어졌지만,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고, 내가 받은 복이다. 감사히 생각해야지. 
이번 주말에는 침낭과 테이블 등등 꺼내서 점검하면서 늦여름, 가을 차박 시즌에 시동을 걸어야겠다.  

아직 볕이 따가워서 그늘을 찾아가야 한다. 필히 계곡이어야 벌레가 덜 오고, 해 지면 조금 시원하겠지. 

그래서 검색해서 찾은 곳이 경북 상주의 용흥사 계곡이다. 아이들 글쓰기 교육 대장정을 마치고 마지막 날 돌아오는 길에 들를 생각이다. 가깝다. 차로 20분 정도? 

아직은 여름, 날 더우니까 동네 목욕탕에서 깨끗하게 목욕 마치고, 선풍기 두 대 들고 차에서 잘 생각이다. 산 입구에 칼국수, 닭백숙 집이 있다 하는데, 솔찬히 맛집이라고 전해진다. 

돈 주고 들어가는 캠핑장 보다 이렇게 노지에서 하는 차박을 좋아한다. 돈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저 혼자 뚝 떨어져 있고 싶어서... 한여름이라 계곡에 사람이 없을 리 없지만 그냥 자연에 조용히 묻히고 싶다. 

유튜브에도 나 같이 노지 좋아하는 사람이 조용히 차 몰고 갔다가 장소 소개하고, 아침 산책하고 돌아오는 채널이 있는데, 이제는 그 보석 장소들이 어디에 있는지 주소 소개를 하지 않는다. 대략 충북 어디, 경북 어디... 이렇게만 공개한다. 왜? 사람들이 방송 보고 갔다가 쓰레기 투하하고, 자기 배변 봉지(강아지 배변 봉지도 깔끔하게 가지고 돌아와야 할 판에) 그대로 놓고 오는 수가 부지기수라고 해서 말이다. 너무나 안타깝다. 

나중에 가을 되면, 차박 좋아하는 친구들 한두 팀과 함께 하루 차박해도 좋을 듯하다. 얼마나 좋을까. 불멍 함께 때리고, 술 한잔 하고, 각자 차로 돌아가서 쿨쿨 자기. 

늙어서 죽기 직전까지 이렇게 차 타고 돌아다니면서 자연 속에서 놀았으면 좋겠다. 소원이다. 

(추신) 지난 6월 13일, 봄 시즌 마감하면서 차박 하다가 차문에 끼어 다친 손가락은 아직까지도 시커멓게 부어있다. 낫겠지, 하고는 그냥 별 걱정 없이 놔두고, 바쁘다는 핑계로 초장에 치료를 몰아치지 않은 탓이 크다. 그리고, 뼈가 아닌, 이런 근육 조직은 정형외과에서 해줄 것이 항생제 처방 밖에 없는데 계속 그쪽으로 돌고, 한의원도 번짓수를 잘못 찾는 바람에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 매일매일 가서 침을 맞고, 찜질을 했었어야 했다. 

한의사 선생님께서 드디어 불을 꺼내드셨다. 화침!

손바닥 쪽에 화침을 맞고 나니 이제 조금 손가락이 가벼워져 간다. 그래도 아직도 아프긴 하지만... 이제 8월, 9월... 다가오는 차박 여행들도 몸 조심해 가면서 해야겠다. 


사진은... 

지난 차박지에서 낙조와 함께 회 한 점. 
회 한 점, 해 한 점. 

이맛이다. 차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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