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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섬 Jun 22. 2024

조금 덜 까다롭게 살아야지

경기도 가평 금대리. 원스 모어.

오늘 잠 잘 곳을 골라 무려 3시간을 헤매며 드는 생각. 완벽한 차박지를 찾으려 하지 말자. 며칠 전부터 이번 주는 육백마지기까지 가겠다 마음을 먹고 나왔다. 그런데, 오늘 비가 굉장히 많이 쏟아진단다.

'왜 하필 이 폭우날에 거기를 가려느냐?'

어딘가에서 음성이 들렸다.

'내 육백마지기의 하늘, 별이 쏟아진다는 것을 제대로 시전 할 터이니 오늘은 참으려무나.'

 오케이 롸져.


양평 상원계곡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래서 딱 검색을 하는데… 양평 계곡 사망자 2명 …이라는 비록 몇 년 전 기사라도 사망 기사가 뜨니 찜찜했다. 아, 오늘 비 오지… 지난달과 이번 달 차박 가서 연거푸 양손을 한 손씩 번갈아가며 다친 뒤 몸을 몹시 사리게 된다. 특히 손이 멈추면,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이 그 소중한 손을 다쳤다. 조심해야 한다. 접싯물에 코 빠져 죽는 법이다.


그래서 얼른 머리를 굴려서 가평 북면 노지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갔는데, 정말 사람으로 꽉 찼다. 이제 가평 상면, 북면 쪽은 노지가 없다, 없어. 심지어 노지 비슷한 소나무 숲에 세웠더니 동네 아저씨가 마실 나와서 5만 원 달란다. 여자 혼자 만만해 보이니까 달라는 것이다. 캠핑장 근처에 이런 사람들 많다. 토요일에 출발한 내가 잘못이지… 결국 늘 가던 가평 시골에 차 세우고 세팅했다.



왜 사람들이 성시경이 음식점 가면 ‘기습’ 당했다고 하는지 너무 알겠다. 그 마음… 나만 알고 싶은 곳이 자꾸 유명해지면 나한테는 곁을 안 내주는 것이다. 성시경도 억울은 하겠다. 여하튼 늘 가던 곳 옆, 유령의 집이 된 마을 회관 앞에 여차저차 자리 잡고 밥 먹으러 왔다. 늘 가는 닭갈비집. 이 집 주인아저씨, 아주머니, 손님을 맞이하는 아들과 딸 모두 나를 알아보고 인사해 주실 정도가 됐다. 진짜 집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 먹고 싶으면 여기 오면 된다. 세계 최고의 된장찌개다.



오늘 차박…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준다. 여행 에세이 책을 쓸 때도, 또는 쓰지 않을 때에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늘 집을 떠났다. 그렇게 여행을 해도 100점짜리 여행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족도가 가장 높을 때는 뭐니 뭐니 해도 여행 계획을 짜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현실이 그리하여도 오늘은 한 70점? 별 세 개 반? 그런데 늘 운전만 하고 명당 찾으러 다녔던 70점짜리 여행이 많은 걸 가르쳐준다.

내가 어른이 되고 난 후,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살 수 없을 무렵부터 늘 필요한 돈의 70프로 혹은 많아야 80프로만 들어와서 진짜 '나만' 왜 이럴까 했었다. 왜 이렇게 아주 만족스럽게 파안대소를 할 만큼의 돈이 단 한순간도 들어오지를 않나, 어떻게 완벽하게 이럴 수가 있나 의아했다. 그리고, 당연히 불편했고... 그런데,  이게 어쩌면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다 감수하는 일 아니었나 싶다.


풍경 좋은 데는 차 다닥다닥 붙여가지고 거기서 밥 먹고 술도 먹고 애들 풀어서 놀고 아주 바글바글하다. 내가 제일 끔찍하게 여기는 환경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다들 재밌게 그 좁은 데에서 라면 끓여 먹고, 고기 구워 나눠 먹으며 캠핑한다. 그게 캠핑의 재미라고 한다. 나는 풍경도 좋아야 하고, 반달곰을 만나더라도 나 혼자 뚝 떨어져 있었으면 좋겠고, 그늘도 있어야 하고, 앞에 물이 흐르면 좋겠다. 내가 밥을 먹거나 커피라도 한잔 끓여 마시는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이게 오늘 나를 세 시간이나 헤매게 한 원인이었다.

조금만 덜 까다롭게 살아야지…


아 참, 오늘은 절대 들어가면서 슬라이딩 도어에 손가락 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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