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여름>
요즈음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에 푹 빠져 있다. 무한도전 종영 이후 본방송을 찾아본 기억이 거의 없는데, 오랜만에 본방송을 찾아서 보고 있을 정도다. 25일 방송에서 멤버들이 MV의 마지막 신을 찍으며 한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장면 자체는 서로 깔깔대며 장난치는 신으로 바다를 향해 신나게 달려가다가 점프를 한다. 그런데 모니터링을 하던 멤버들이 말한다. 왠지 모르게 슬프다고.
생각해보니 나는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했었다. 이걸 왜 생각씩이나 해야 했냐면 정확히 2009년부터 여름을 감당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그럭저럭 참을 만했다. 그런데 2010년대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여름은 가장 좋아했던 계절에서 가장 힘들고 버겁고 짜증 나는 계절이 돼 버렸다. 한때 열정적으로 사랑했으나 지금은 그 마음이 짜게 식은 옛 애인처럼.
<아무튼, 여름>은 거의 직감적으로(?) 구매했다. 청량한 꽃 한 송이와 함께 ‘여름’이라고 쓰인 글자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김신회 작가님처럼 내가 얼마나 여름을 좋아했었는지 깨달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아주 어릴 적은 생일이 있어 좋았고, 항상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내게 여름은 ‘웰컴 투 파라다이스’라고 외치는 계절이었다. 우리 가족은 여름에 부지런히 놀러 다녔다. 강원도의 동굴부터 동해안, 서해안, 휴양림, 부산, 남해까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태양 에너지가 몸속으로 스며드는 느낌.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어스름한 저녁에 여름 공기를 마시며 캠퍼스에서 또는 한강, 호수공원, 연트럴 파크를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가 좋았다.
여름을 사랑하는 작가님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여름을 사랑했던 그 시절,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 그 여름을 틀어줘, 다시 한번 더 불러줘’.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싹쓰리가 이렇게 찰떡인 노래를 발매하고, 올해는 90년대의 ‘여름다운’ 여름이 찾아왔다. 나만 준비되면 되는 거였다. 저기 앞에서 친구들이 손짓하며 부르는 것 같았다. “우리 준비 다 했어! 빨리 안 오고 뭐 해?!”
그렇지만 뭔가 망설여진다. 즐길 수 있을까? 그때 그 낭만을, 예전에 내가 사랑하던 여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 작가님의 말처럼 나는 여름보다 여름의 나 자신을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다. 더위와 습도와 먹고사니즘에서 비롯된 고뇌로 축 늘어진 내가 아니라, 태양에서 받은 에너지를 마음껏 뽐냈던 언젠가의 내가 보고 싶었다. 린다G 언니가 다시 못 올 추억이라 했다. 다시 못 올 추억을 이렇게 낭비할 순 없다.
“여름을 완성하는 건 계절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이 사실을 깨닫는 데 한참 더 시간이 걸렸을지도. 새삼 직감의 위대함을 느낀다. 정말이지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오늘부터라도 내가 ‘사랑했던’ 여름을 내가 ‘사랑하는’ 여름으로 바꿔보려 한다. 초당 옥수수를 맛볼 시기를 놓쳐 아쉽다. 그렇담 샤인 머스캣과 블랑 1664 들고 한강으로 가면 되지. 아 맞다. 그전에 마감부터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