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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계꽃 Jul 31. 2020

2020년 초여름, 완벽했던 그 순간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그럴 때가 있다. 문득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완벽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해가 지고 적당히 어스름한 시간, 습기 없이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씨, 연남동 끝자락에 있는 고요한 서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다정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작가님, 유쾌한 질문으로 독자의 숨은 마음까지도 대변해주는 기자님.


북토크가 열렸던 서점 '리스본 포르투'. 연남동에 있습니다.


리스본에 가본 적은 없지만, 정말 리스본의 어디 카페에서 살롱 문화를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날씨와 사람과 분위기와 장소까지. 이 모든 게 조화를 이루는 여름이 또 올까 싶어 어제 저녁을 열심히 귀로 담고 눈으로 저장했다. 많은 따뜻한 말들이 오간 가운데 작가님이 해주신 두 가지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일상을 채우면 자존감은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자존감, 이 시대를 사는 모두의 숙제이자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다. 2년 전 가을, 처음 정신과 문을 두드렸을 때 심리검사지에 이렇게 썼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지금 내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지 아닌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여전히 불안, 걱정, 완벽주의 삼박자가 나를 괴롭힐 때면 한없이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니까. 그런데 너무너무 불안하고 너무너무 괴로워도 너무너무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바라던 삶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 일상을 좋아하는 것들로 차곡차곡 채우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명상을 시작하면서 작가님 말씀처럼 ‘살아 있음’을 느낀다.


지금의 나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아마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 표현이지 않을까. 감사 일기에 괜찮은 일상을 만들어주는 많은 것들에 고마움을 표현해왔는데 왜 ‘나’에게는 고맙다고 쓰지 못했을까. 조금만 더, 여기서 조금만 더 이루고 나면 그때 칭찬해줄게. 정말이지 우리는 우리 마음에게 너무 가혹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에게 말했다. 고마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길을 찾아줘서. 불안 속에서도 끝까지 믿고 따라와 줘서.




최근 가까이 있는 소중한 사람의 마음이 많이 지쳐 보이는 듯했다. 어떤 고난과 폭풍도 뚫을 것 같았던 그녀가 아프다고 하니 속상하고 안타깝다. 어제 이야기를 들으며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온기가 식지 않게 전해주고 싶은 말들을 꼭꼭 눌러 담아 보관 중이다. 어서 만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 따뜻한 상자를 건네고 싶다.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이두형 지음.


P.S. 이다혜 기자님 정말 팬이에요! 사.. 사랑.. 좋아합니다♥


사회를 보셨던 이다혜 기자님께 받은 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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