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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젤닥 Apr 24. 2022

해외로 간 국내박사

국내박사도 글로벌할 수 있을까?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한다. 외국계기업, 해외영업, 수출, 해외여행, 유학 등 외국것에 대한 한국인의 열망은 해방 이 후 줄곧 사그러든 적이 없고, 앞으로 개인 뿐 아니라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도 더 요구될 것이다. 공부를 더 하고자 할 때 이런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해외 유학시 당연히 선택의 폭도 넓을 것이고 기회도 많을 것 이겠지만, 감당해야 할 각종 비용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대안으로 비용 측면에서 강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박사를 취득하고도 글로벌할 수 있는 것일까?


나에게는 박사 포함 해외에서 딴 학위가 없다. 경력의 거의 대부분은 외국계은행, 글로벌투자은행, 유엔기구, 국제금융기구 등 해외기관 근무로 채워졌다. 대기업 혹은 정부기관에서 파견하는 식이 아니라 직접 해당 기관에 직접 입사하는 방식으로. 이 중 국제기구는 석,박사취득 후의 경력이다. 사실 이는 내 연령대 에선 보기 드문 일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보통 이런 국제적인 기관에서 일 하기 위해선 해외유학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십대 후반부터 외국계은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처음에 많이 받았던 질문이 미국 어느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 했냐는 것이었다. 이와같이 일반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나의 경우를 보아도 반드시 공부를 해외에서 해야만 국제적인 업무들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물론 운도 있었겠지만.


돌이켜 보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어다. 사실 영어가 안되면 유학도 어렵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유학과 국내박사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좀 더 실용적인 영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실용적이라는 것이 캐주얼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업무적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정확하게 듣고 본인이 할 말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정도면 이미 영어를 상당히 잘 하는 것이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런 영어 실력은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알고, 정확한 문법에 익숙한 영어실력과는 좀 차이가 있다. 어차피 모든 상황에서 영어를 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금융기관 등에선 숫자, 날짜 등과 함께 거래 관련한 리스닝과 스피킹이 능숙하면 유리할 것이고, 프로젝트 등이 많은 곳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고 기획하는 언어 사용에 좀 더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


전공 혹은 전문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들어 내가 공부했던 보건정책 분야의 경우 아무래도 국내박사의 특성상 한국의 정책을 중심으로 연구하기 마련이지만, 보건정책이라는 것이 어느 나라나 중요한 문제이고 정책을 구성하는 핵심 패러미터들이 비슷하기 때문에 나름의 보편성이 있다. COVID-19 팬데믹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국내 정책을 주로 연구의 대상으로 하지만 항상 해외 주요국가들을 연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글로벌한 시각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예를들어, 반도체같은 분야는 그 글로벌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처럼 모든 국가가 국가적인 반도체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반면에 모든 국가에 보건의료체계가 존재한다. 물론 반도체의 경우엔 기술력 만으로 미국, 중국 등의 국가들에서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글로벌한 측면이 있는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했고, 영어로 해당 분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면 박사학위 자체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진출이 가능하다 하겠다.


본인이 한 십년 종사했던 회사 혹은 직업이 차이를 제공할 수 있다. 아무래도 소위 이미 외국계 기업 혹은 글로벌한 조직에서 경력을 쌓아왔으면 그 자체로 채용하는 사람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채용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능력에 대한 검증이 끝나면 전체적인 스토리를 보게 마련이다. 결국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든 소개를 하더라도 말이 되는 사람을 뽑았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반드시 누구나 알 만한 회사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했던 일이 글로벌한 함의가 있다면 충분히 채용을 합리화할 만한 스토리의 소재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글로벌한 환경에서는 분명히 국내박사의 한계가 있겠으나, 외국어 실력, 전공 혹은 전문분야의 국제적인 접점, 그리고 본인이 그동안 쌓아온 경력에 따라 충분히 글로벌한 환경에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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