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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Apr 11. 2024

가끔 귀접을 한지 오랜만에

백일몽

"귀접을 할 때는 엄청 좋았는데 이번에는 대화도 나누었던 것 같아 좋은 의미 같아요."

한 여성의 사연이다.

귀신과 접촉하는 것을 귀접이라 한다.

일상적이지 않은 의식상태의 경험이다.

(4월 11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1년에 한 번 또는 세 번 정도 귀접을 했었다.

내 사주가 영매 사주라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요즘 집에 있는 일이 많은데 오랜만에 귀접을 했다.

평소와 다르게 이번에는 대화도 했는데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귀접을 할 때 눈을 뜨면 보일 것처럼 숨결이 생생하다.

늘 그렇듯 느낌이 엄청 좋았는데 이번에는 귀신이 정액을 온 벽에 뿌려놓았다.

나는 샤워를 하고 나왔고 그는 그냥 가버린 것 같다.

정액 속에 까만 씨 같은 것이 들어있었는데 좋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사연자의 체험이 상식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사연자도 장난치는 댓글을 사절이라고 했다.

감각기관을 통해 지각하는 경험이 아니라서 그냥 환각이나 환상이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환각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느낌이 너무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잘 때는 꿈을 꾸곤 한다.

간혹 비몽사몽 간에도 꿈같은 체험을 하는데 이는 백일몽이라고 한다.

자극이 없어도 무언가 감각이 되고 지각되는 경험이 있는 것이다.

단순히 병리적인 현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인간의 의식에 여러 층이 있음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다른 의식 상태에서는 다른 수준의 체험을 하게 된다.

실제 객관 세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명확하게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내면 심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하겠다.


사연자의 귀접 체험은 사연자의 욕망과 관련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일상적으로 하던 체험이라 놀랍지는 않지만 평소와 다르게 대화도 나누었다고 했다.

이는 사연자의 소통 욕구가 드러난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운명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어서 크게 혼란에 빠지지 않는 점은 다행스럽다.



체험 자체보다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받아들이거나 이해할 수 없으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거부하거나 집착할 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어떤 현상이든 그대로 바라보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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