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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퇴근길 단상

by Kenny

그녀는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윤석열 대통령님 억울합니다를 외치다가

이젠 이재명 대통령님을 부른다

3천4백여 일째 노숙 중이라고 한다

날마다 내 집을 돌려 달라고 외친다

아파트 분양이나 재개발 관련 문제인 듯하다

어느 날은 찬송가를 부르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예수 이름으로 명한다고 외친다

3년 전엔 소복을 입기도 했는데

어떤 연유인지 지금은 평상복 차림이다

최근엔 삭발을 하였다

1인 시위자 연대와 함께 하는 듯하다

오늘 저녁엔 이재명 대통령님을 자주 불렀다

주변을 살펴보니 대통령 경호원들이 분주하다

이재명 대통령님, 이재명 대통령님, 그녀가 외친다

경호원들과 경찰들도 더욱 바삐 움직인다

대통령실 정문이 개방되었다

까만색 차량의 행렬이 지나간다

그녀는 더욱 목청껏 외친다

잠시 후 적막이 흐른다

대통령도 떠났고 그녀의 목소리도 안 들린다

그녀는 칠십대로 보인다

내 눈에 띈 지 햇수로 만 3년째다

계절이 바뀌어도 그녀의 시위는 계속된다

그녀의 처소인 듯한 비닐움막도 날로 보강된다

작은 체구에 연로한 그녀의 목청은 실로 크다

그 에너지의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누군가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면 좋겠다

하지만 그녀의 문제가 해결되면

그녀는 3년간 하던 일을 멈추어야만 한다

문제해결이 그녀의 삶의 의욕을 저해하진 않을까?

퇴근길에 쓸데없는 단상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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