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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메드 Sep 24. 2022

안정성의 민낯

안정성과 의존성의 관계

# 안정성의 민낯


안정성을 외부 환경과 조건의 변화에도 본래 시스템의 설계 의도에 해당하는 기능을 유지하는 한 시스템의 속성으로 정의해보자.


예를 들어, 안정성을 갖춘 직장이라는 것은 경기침체나 금융위기에도 고용이 유지되는 곳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안정성은 분명히 매력적인 속성이다. 특히 숱한 위기를 겪어온 우리나라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허나, 안정성은 시스템의 특정 기능을 보장하는 것이다. 절대로 개인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공기업이나 공직이 고용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일 수 있으나, 노동자로서의 행복과 자유, 자아실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예컨대, 안정적인 방수 시계는 방수와 시계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지, 패션아이템으로서나 재테크 수단으로 가치나 기능이 보장되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이게 흔히 공직 사회의 어려움을 표현할 때 등장하는 “나도 안잘리지만 쟤도 안잘림.” 같은 농담의 원인이다.


안정적인 것은 좋은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정확히는 상관없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따르는 비용이나 리스크, 트레이드 오프가 공학적으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안정적인 것은 단지 안정적인 것이다. 안정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는 큰 리스크 대신 작은 리스크를 지는 것이다.  저위험이라는 말은 저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이다.


추가로, 누가 안정적인 것인지 그 주체가 되는 시스템을 분명히 해야 한다. 대기업의 수익구조와 사업 운영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런데 대기업 직원은 반드시 안정적인 삶을 사는가? 알 수 없다.


여기서 의존성이라는 개념을 정의해보자. 의존성은 어떠한 기능이 특정 요소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하자.


대기업 직원은 대기업이라는 객체에 의존성이 큰 것이다. 대기업이라는 객체가 큰 안정성을 가졌다면 그 안정성을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 당연하나, 이는 대기업 직원이라는 객체가 가진 속성이 아니다. 단지 의존할 뿐이다. 노동관계라는 사슬이 끊어지면 향유할 수 있던 안정성은 사라진다.


(프로그래머나 경제학도가 아니어도, 여유가 생기면  객체지향패러다임이나 미시경제학을 조금이라도 다루어 보기를 권한다. )


안정성을 의존성을 끼워서 누리기 시작하면 안정성의 의미가 퇴색된다. 왜냐하면 의존성이라는 것이 외부 환경에 따라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니 안정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썩 괜찮은 안정성을 누리려면, 의존성을 치우고 강해져야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스토어가 야채트럭보다 더 탐탁지 않은 창업 방식인 이유는 네이버라는 업체와 특정 제조업체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특정업체가 단가와 수수료를 올리거나 내리면 마진이 흔들리는 사업은 해변위의 모래성처럼 연약한 안정성을 가진 것이다.


플랫폼은 양날의 칼이다. 요즘 같은 때에 플랫폼을 사업에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플랫폼이 사라지거나 독점에 성공해서 생길 리스크를 늘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디 부치라는 전산학자가 그의 책 서문에 적은 내용 중에, 복잡성은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야 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 안정성과 의존성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잘 길들여야 한다. 이것들에 대한 판단을 남에게 넘기기 시작하면 자유와 이익에서 큰 손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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