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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메드 Jun 16. 2021

처음엔, 쓰레기말고 거지발싸개를 만드십쇼.

기능적 순수성을 추구하는 초보 제작론

"흑흑, 내가 만든건 쓰레기야" 

흔히들 처음 무언가를 만들면, 쉽게 하게 되는 말입니다. 

서툰 솜씨로 그림을 그려보거나, 시를 써보거나, 소설의 줄거리를 짜보면 

세상에 이미 나온 제품이나 유명한 작품과 비교하게 되지요. 

그러면, 초보인 내가 만든 제품이나 상품이나 작품은 무가치하게 느껴져요.


그런데, 쓰레기란 무엇일까요?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시락의 내용물을 꺼내어, 비닐 봉지에 담으면 쓰레기 처럼 보입니다. 

군대에서 흔히 먹는 '비닐봉지밥'의 비주얼을 아신다면, 이야기가 쉽겠네요. 

무엇이 쓰레기일까요? 기능이 없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음식인데 먹을 수 없으면 음식물 쓰레기. 

일반적인 제품인데, 사용할 수 없으면 일반 쓰레기. 

아주 쉽지요? 쓰레기는 사용할 수 없어서, 사용하는 의도를 이룰 수 없거나 기능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첫 시도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누구나 그래요. 

피카소는 어릴 때 부터도 아주 능숙하게 그림을 그렸다고 하지만, 태어날 때 부터 그런 건 아닐거에요. 

그가 3분만의 그려낸 그림을  39년의 시간을 이유로 들며 높은 가격을 청구하는 일화를 보면 확인할 수 있지요. 1만 시간의 법칙은 과학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꾸준히 하지 않은 분야의 결과물에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초보 제작자인 저는 어떻게 해야하죠? 

용감하게 거지발싸개를 만드세요. 거지발싸개는 쓰레기와 비슷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것입니다. 

거지발싸개라는 표현은, 가난한 거지가 비싼 무명이나 비단 대신에 천으로 아무렇게나 휘감은 일종의 신발의 대용품을 이야기 합니다. 

거지가 없는 형편에 발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거나 둘러싸서 악취가 나거나 나쁜 재질로 이루어져 있겠죠? 

처음에 여러분은 그런 것을 만드셔야 합니다. 


쓰레기 VS 거지발싸개 

요새는 예쁜 쓰레기라는 말도 있습니다. 쓰레기는 기능이 없는 것을 이야기 하기 때문에, 미적으로 순수하게 예쁘기만 한 상품들을 비꼬거나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지요. 이와 반대로 거지발싸개는 분명히 발을 보호하는 기능을 허접하게나마 처리하지만, 아름답거나 유려하지 않지요. 그래서, 쓰레기와 거지발싸개는 정반대의 특징을 가지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단순히 실력이 없어서, 제품이 엉망인 것이 아닙니다. 

쓰레기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에게 돈을 줘도, 그는 계속 쓰레기를 가지고 다닐 거에요. 

이와 반대로, 거지발싸개를 발에 감고 있는 사람에게 충분한 돈을 주면, 분명 신발을 사거나 만들 것입니다. 

이게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쓰레기를 만드는 사람은 기능이 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나은 실력이나 더 큰 자본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없는 겁니다. 

거지발싸개라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제품의 기능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력이 나아지면 언제든 멀쩡한 제품을 만들어낼 역량이 있는거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여러분의 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꽤 나아질 겁니다. 

거지발싸개 같은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하다보면, 

큰 가치를 지닌 제품도 시간만 있다면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죠. 


내가 만드는 것이 의도한 기능은 무엇인가?

음식은 맛있게 먹기 위한 것이고, 게임은 재미있게 플레이하기 위한 것입니다. 

청소기는 청소를 하기 위한 것이고, 빗자루도 그렇습니다. 

본인이 만드는 제품의 기능을 잘 모르시겠다면, 거기서부터 출발하시는 것이 왕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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