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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메드 Dec 20. 2021

" 저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거고, 돈은 필요 없어요.

리얼리?


다음은 아마츄어게임 팀업하다보면 흔히 보는 대사의 한 케이스다. 


" 저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거고, 돈은 필요 없어요."

그 시절의 나는 저런 팀원을 만나면 나는 순전히 이걸 돈때문에 한다고 했다.


여러모로 이야기하기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게임이 종합예술이라는 둥 요즘 게임은 상업성에 찌들이 뭐가 어쨌다는 둥 뻔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같이 게임을 만드는 게 훨씬 즐겁고 생산적이기 때문이었다. 백마디 말보다 출시된 게임에 달리는 리뷰가 의미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어떤 팀원을 만나도 왠만하면 출시했다. 


지인 찬스로 추천받은 인턴 기획 TO 면접을 보는데, 놀랍게도 게임을 출시한 지원자였다. 무려 매출도 20만원정도 발생했다. 


그 분도 같은 말을 하셨다. 이번엔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럼 다음 게임은요? 다음 게임을 만들려면 돈이 있어야 할 겁니다."


"그렇네요."


1월에 출근이 확정된 그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귀여운 착각이나 가여운 변명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진정성, 순수성이나 예술성이라는 손에 좀처럼 잡히지 않는 베일 속에 숨는 것은 너무 쉽다. 정작 무서운 것은 결국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평가와 반응이고, 놀랍게도 그건 누구에게나 그렇다. 


세상에 내가 공들여 만든 것을 보여주는 것은 대단히 부끄럽고 공포스러운 일이다. 낯이 두꺼워서, 그 분야를 잘 몰라서, 돈이 급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에 내보이는 사람은 없다. 왜냐면, 돈을 버는 더 나은 방법은 늘 있기 때문이다. 큰 게임사에서 10년을 넘게 일하신 분들도 본인 프로젝트 발표할 때 긴장하셔서 달달떠시는 걸 몇번 보았다. 경험이나 지식의 문제도 아니다. 


취미로 나무 조각을 해봤던 적이 있다. 작은 목재를 조각하다보면 손에 굳은살이 배기고 진물이나 상처가 쉽게 난다. 또한 방안에는 계속 나무조각이나 부스러기가 날려서 고통스럽다. 


만약 손에 상처가 나는게 남들 보기 창피하다면 좋은 조각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제 연말인데, 모두 자신의 길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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