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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킴 Jun 06. 2022

나의 여행자들에 대해

여행자와 해적

지난 6년 동안 뉴욕, 서울, 나트랑을 오가며 광범위한 인물화를 그렸다.

(첫 개인전이 2015년이었지만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한 것부터 계산하자면! )

처음 인물화를 본격적으로 작업한 것은 뉴욕이었고, 수많은 도시에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communication에 대한 주제와 genderless의 주제를 혼합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내가 살았던 뉴욕의 그 시기에는 젠더에 관한 이슈가 가장 큰 화두였고 

일상의 이슈를 작품에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내리게 되었다. 

현재에도 그 당시 소통에 관해 이야기했던 작품 속 눈을 통해 현대사회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살아가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스 미디어에서 만나는 상업 파운드 이미지(found image)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에 활용한다. 이는 광고를 한평생 하신 아버지의 영향이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 초등학교를 갓 졸업했을 무렵

최신형 전문가용 카메라를 선물하셨다.

" 작가가 되겠다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특별해야 해. 

사진을 찍어보면서 레이아웃의 감각을 읽는 게 중요한 법이야" 


아직도 우리 집의 대부분 서적들은 광고 서적을 비롯해 일러스트레이션 서적 레이아웃 디자인 서적들이 즐비하다. 내 작품이 만들어지며 수많은 디자인 구도를 적용시켜보는 것은 아마 이 탓이다. 작품을 만들더라도 언제든 텍스트가 쉽게 배치될 수 있도록 여백과 채움의 밸런스를 늘 생각하게 된다. 

미리 상상해 보고 기획해 보는 것. 모든 창작자는 기획자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생각된다.  


광고를 한 아버지의 영향에 어릴 적에는 광고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하지만 보다 창작자의 주관적인 세계관을 담기에 부족하다 생각이 되어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첫 꿈은 작가 생활을 하는 나에게 큰 영감이 되었다. 


광고 속 레이아웃 구조들은 보다 직관적이었지만 작품에 투영해 적용하기 시각적으로 좋았다.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구도를 익혔고 사물들이 배치된 가구 광고나 

컬러가 다채롭게 들어간 패션 미디어들을 보며 칼라를 익혔다. 가장 쉽고 빠르게 공부하는 법은 

많이 보며 감각을 익히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매스 미디어에서 만나는 파운드 이미지는 그 자체로 나의 스승이 되었다. 


파운드 이미지는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 이미지를 재해석하여 내가 속해있는 삶과 또 하나의 시대 초상을 담아낸다. 


내 그림 속 여행자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다른 의미로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더 나은 희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이 순간 삶을 여행하는 모든 평범한 이들을 재구성해 그려내어 특정 인물이 아닌 누구나 대입이 가능한 인물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스스로 투영시킬 수 있게 나이도 국적도 모호한 그 경계의 인물을 그려낸다.


나는 이 삶의 어디쯤 어떤 마음으로 여행하고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다 만들어진 트래블러 속의 작은 시리즈가 바로  < a great pirate>이다.

바로 해적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작년 투병을 기점으로 많은 삶의 변화를 겪었고 <traveler> 속 인물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 난 어떤 방식의 여행자로 살아가는 걸까'


나와 같은 투병을 한 사람들은 다 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나는 항상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서 아슬하게 사는 느낌이야.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죽음에 대비하며 어둠에 적응하며 사는 거지.' 


그러던 중 마침 마주친 글들 중 해적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다. 

대항해시대의 해적들은 망망대해 위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러야 했다.

배 위에서 하는 치열한 전투들은 갑판의 위아래를 오가며 치열하게 싸워야 했고

어두운 갑판 아래서 지혜롭게 싸우기 위해서는 항상 안대를 채워 한쪽 눈을 어둠에 적응시키며 살아야 했다.

눈이 어둠에 완전히 적응하기 위해선 약 25분의 시간이 소요가 되었기에 생존을 위해

지혜롭게 살아남은 해적들은 항상 삶의 반을 어둠에 적응시키며 끝없이 바다로 나아간다는 이야기였다.


또 다른 생각해보면 육지에 잘 없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대부분 바다 위 해적을 한다.

팔이 없거나 발이 없어도 배 위에서는 모두가 평등한 한 마음으로 항해를 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바다는 육지와 다른 사람들을 받아준다.' 

무엇이 그들을 바다 위에서 살아가게 해 줬을까? 무엇이 그들을 바다로 내쫓은 걸까? 



나의 이번 생은 해적이 사는 방식으로 삶을 여행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어둠에 대비하며 사는 마음 가짐은 생각보다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쁜 마음으로 항해하자!


추신,

"아무튼 그래서 이번 해적 이야기를 시작으로

얼마 전, 실제 항해사 자격증을 따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하며 그럴듯한 속임수를 쓰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작업에 임하는데 실제 배를 타며 항해를 하니 커다란 파도와 바람 앞에서 인간은 너무 작은 존재라 작품에 대해 조금 더 진정성 있게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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