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개인전을 진행하네?
지난주 금요일이 돼서야 갤러리에게 전시할 리스트를 마지막으로 검토 후 전송을 했다.
작품들은 추가되거나 빠지기도 하는 과정을 거쳐 심사숙고해서 전시하는데
왜인지 마음이 불편하다. 아무리 준비를 오래 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게 솔직한 심정이랄까
다른 작가들도 이런가? 아니면 정말 이건 내 마스터피스야! 하는 마음일까?
나는 아무래도 친한 동료 작가들이 없어 물어볼 사람이 없다.
사실 이 전에 개인전을 몇 번 하기는 했지만
악화된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서 갤러리 공간의 용도가 변경이 되었고
카페나 비영리 팝업 전시를 하는 탓에 많은 작품을 보여드릴 수 없었다.
그렇기에 7년 만에 하는 이번 전시는 매우 의미가 크다.
2015년 처음 개인전 했을 때를 더듬더듬 기억해보면
인물과 정물이 뒤섞인 <Your gift>라는 주제로 초대전을 진행했다.
당시에는 작품들을 준비하며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은데
7년이 지난 지금 작업들은 사실 조금 다른 점이 있는 듯 비슷한 듯하다.
그 당시에도 디지털 작품을 이용한 유니크 피스 작업물과 페인팅을 동시에 전시했으니까.
내 작품들을 통해 보이는 것들은 '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이다. 작품에는 실제 거주하는 집도 나오고, 내가 사랑하는 오브제와 토템들, <트래블러>의 여행자들 그리고 해적, 일상을 여행하며 가지고 다니는 크고 작은 메모들.. 뭔가 주제가 통합되지 못하고 산만해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작품들은 '나'라는 인생에 관한 자전적 이야기이다. 누군가 내 작품을 보고 자신을 투영해 찾고자 하는 무언가를 볼 수 있다면..
이 이야기가 보는 이에게 동질감을 줄 수도 그저 뭉게구름처럼 떴다가 머릿속을 금방 지나칠 수 있겠지만
작가인 나에게 있어서 작은 하나의 숲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어떤 작가는 평생을 나뭇잎만 그리는 작가도 있고, 멀리서 보는 숲의 풍경만 그리는 작가도 있지만
내 세계관에서는 그 속에 살아가는 작은 동물들도 그리고 숲의 날씨와 누군가 지나간 발자국, 다른 종류의 나무 등을 그리며 가득한 숲의 안개를 하나씩 걷어가는 작업을 한다.
내 나이가 더 들고 시간이 흐르면 작업들은 더욱이 하나의 세계관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듣고 싶고, 하고 싶었던 말들을 찾아 헤맨다. 그런 이유가 책을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을 보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일까?'
Q. 왜 여러 개의 주제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가?
1.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한 일종의 장치이다.
사실 그림이라는 것이 하나의 주제를 두고도 진심을 다해 그리다 보면
처음 시작한 한 점의 그림의 의미가 이후에 그려진 100번째 똑같은 그림의 애정과 진심이 같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제들 중에서는 <home sweet home>과 같이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기원하기에 비슷한 그림을 연속해서 그려야 의미가 전달되는 주제도 있지만, 비슷한 그림들을 계속해서 그리다 보면 내가 도대체 예술을 하는 건지 그저 잘 팔리는 미술품을 뽑아내는 건지 스스로에게 반성하게 된다. (과연 나만 그럴까?)
그럴 땐 붓을 잠시 내려놓고 내가 쓴 글을 다시 곰곰이 살펴보거나 다른 작업에 몰두하며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직업을 선택해서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러한 여러 주제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화가로서 팔리는 작품만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 하는 의지도 함께 있다. 그렇기에 관객들에게 소비되는 주제와 그렇지 않은 주제들이 자연스레 생겨났고 팔리는 작업만 쫓기며 자가 복제를 하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화가로서 팔리지 않아도 말하고 싶은 주제들을 그리며 발표하고 있다. 비록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직업이기에 경제적 활동을 해야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전시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에 대해 큰 우려가 있다. 이는 곧 작품의 시장 가치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작가가 다음 성장을 준비하는데 꽤나 현실적 어려움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 전시에 참여시키지 않는 둥..)
현실 생각을 안 하고 정말 작업만 하면서 행복한 작가가 있을까?
화가라는 직업은 도사나 신선 같은 타이틀이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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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작품을 약 60여 점 준비를 했다.
전시장 크기가 작은 것은 아니지만, 그중 전시할 30여 점을 고르고 골라
전시 시작 직전까지 리스트를 엎치락뒤치락한 것은 사실이다.
작품 선정은 아무래도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다.
이제 전시 기간 동안 가만히 전시장에 나가 사람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설명해드리고 인사를 나누는 일은 하며 영업 아닌 영업을 하면 된다.
물론 갤러리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하는 일이지만 요새 부쩍 시장 경기도 안 좋아지고
선비처럼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작품이 누군가에게 소장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마음이라..
전시기간 내내 마음이 불안할 것 같은 것은 사실이다.
직업 성적표는 받는 느낌이랄까. 3주간 알을 낳는 기분인데
그게 황금알인지 메추리알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따 저녁에 전시장에 나가서 누군가 방문해주실 분을 기다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