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창문 밖으로는 사거리가 보이고, 횡단보도가 보인다. 횡단보도는 당연하겠지만 초록불과 빨간불이 켜졌다가 사라졌다거나 한다. 사람들은 횡단보도에서 숨을 고르거나 바쁘게 뛰거나 한다. 그 사람들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다. 단 한 명도.
이 지구상의 사람과 사람이 서로 모르고 지낸다는 것도 신기하고, 반대로 서로 알고 지낸다는 것도 신기하다. 심지어 그저 안면이 있는 이상으로 어쩌다 보니 가정사도 알게 되고, 또 더욱 알아가다 보면 그들의 고민이 무엇이며 그들의 아픔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는 것이…….
자신의 힘듦과 아픔, 어두움을 거리낌 없이 (과연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조금이나마 아픔과 어둠을 펼쳐놓음으로써 그것이 경감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내 경우는 사람을 많이 가리는 편이고 신뢰가 간다 싶으면 역시 거침없이 쏟아내는 편이었다. 이건 과거형이다. 과거형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철이 없던 시절에 그랬다는 것이고… 그 고백이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이 넷망의 세계는 또 얼마나 신비로운가. 일면식도 없는 분들과 마음을 주고받기도 하고, 실제로 오프라인의 인연이 되기도 한다. 좋은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데 세상은 어째서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 의아하기만 하다.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내게 이렇게 말해준다.
“해처럼 님이 좋은 사람이라 좋은 사람만 만나는 거예요.”
감사하고 황송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생각한다.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일까? 저는 많이 삐뚤어져있는 인간인데요.... 이런 말을 듣다니 내가 너무 가증스럽구나. ㅜ 마음을 정화시키고 많은 것들을 사랑해야지… 하며 아름다운 시의 구절을 열심히 떠올리는 것이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노라는 그 아름다운.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윤동주 [서시] 중에서
나는 이 시인의 삶을 다룬 영화 <동주>를 차마 보지 못하겠다. 그 분노와 슬픔이 괴로울 것 같아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그것을 갖추고 싶어…….
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