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라는 사실에 흠칫 놀랄 때가 있다. 2020년 하고도 5년이나 더 되었단 말이야…? 멍해지곤 한다. 2000년 이후로는 어찌 그리 엇비슷한 시간처럼 느껴지는지…. 가끔 연도를 써야 하는 순간 멈칫할 때가 있다. 2005년이 아니고, 2015년도 아닌 2025년이라고?
알츠하이머 증상은 숫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어딘가에서 들었다. 그것도 무리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초, 분, 시 단위는 물론 하루하루도 매번 숫자를 달리하고, 달의 숫자가 달라지며, 연도와 나이 역시 어찌 보면 화살처럼 빠르게 바뀌니 그럴 법도 한 것이다.
몇 차례 블로그에 썼지만 1999년에서 2000년에 걸쳐서 EBS에서 [미래토크 2000]이라는 방송을 했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는데, 근 미래의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들을 예측해 보는 토크 프로그램이었다. 코너 중 하나로 뉴스의 헤드라인을 소개하는 형식의 ‘미래뉴스 2020’이 있었다. 예컨대 외계인과 신호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든가, 한국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었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때 박근혜 이전이었음. 박근혜를 ‘여성대통령’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시에 2020년이라는 연도는 ‘근미래’이긴 하지만 또 무엇하나 명확히 ‘이러이러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가능성의 영역이었다.
스마트폰이라는 말조차도 대중적인 어휘가 아니었다. 찾아보니 1997년에 노키아에서 스마트폰 개념의 폰이 처음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6년부터 아이폰이라는 것이 등장한다는 루머가 돌았고, 2007년 1월에 드디어 아이폰이 등장했다. 아이폰 이전과 이후로 세대를 가를 수 있을 정도의 역사적 기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에 같이 그 프로그램을 만들던 피디와 작가와 자문위원들과 진행자 그리고 심지어 게스트들까지, 2020년에 펼쳐질 대략적인 세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할지라도 20년 후의 자기 자신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을까 자문하면… 전혀라고 할 정도로 모두가 알 수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또다시 20년 후를 예측한다 해도 역시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오헨리의 <20년 후>라는 소설이 있다. 젊은 시절의 두 친구가 어찌어찌한 계기로 헤어지게 되었고, 20년 후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게 된다. 결국 20년 후 그들은 경찰과 범인의 관계로 만나게 되는 짤막하지만 슬픈 이야기이다.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하여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걸어간다. 사실은 ‘미래를 향하여’ 걸어간다는 말은 틀린 말일 것이다. 우리는 그저 걸어가고 당도한 곳에서 만나는 현재가 미래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을 뿐.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만을 오늘도 기도할 수밖에 없다.
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