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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Jul 12. 2024

선한싸움



<까까머리 순례자> -문학소년

"김혜숙 선생님"
아직도 선생님의 존함을 기억합니다.
먼길 돌아 환갑의 나이가 되어서야
까까머리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
국어선생님을 추억합니다.

선생님은 서른이 채 안된 앳띤 초보교사 이셨고
열다섯 즈음 된 멀뚱 소년에게
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

"넌 작가가 될거야. 난 아직 출간이나 문단에 등단한 시인은 아니지만...시인의 눈에는 보이거든. 그런데 그 길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란다. 자신을 이겨내는 자만이 그 길에 올라설 수 있단다. 시인은 이 세상의 대변인이니만큼 마땅하고 지당한 일이란다 ."

무슨 백일장을 다녀온 날
교무실에  불려간 저는

상을 못타서 매 는 줄 알았고
무슨 말씀인지 몰랐습니다.

수 십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 말씀의 의미를
조금 알겠습니다.

진정한 승부는 나를 이겨 내는 일.

남과 비교하거나 남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는 일.
지치고 고되도 꿈을 놓지 않는 일.
애써 잊고 슬쩍 타협하지 않는 길.
본질과 저 너머를 보는 업.

포에테사 "Poetesa"
이태리 말로 시인이라는 단어는
순례자 또는 수도승의 길이라는 의미일까요?

남이 아닌 나와의 승부
그 선한 싸움은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지만
다시 군장을 메고

옆구리에 서툰 문장차고
전투복으로 갈아 입습니다.
내 마음이 지시하는 명령을 믿습니다.
나에게 지시하는 자는 나뿐이니까요.




제자의 민망한 첫 책 앞페이지에 몇자 적어 봅니다.
"꿈은 늙지 않겠죠? 고맙습니다. 나의 선생님."


책도 드리고 인사도 드릴 겸
선생님을 이제서야 수소문 하려합니다.
건강하시고 고운 시인이 되셔 계시리라 소망합니다

찾아 뵈려 합니다.
좀 더 나를 이겨내기 위해서.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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