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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Dec 09. 2024

고래의 꿈



잠 못 이룬 지 며칠이 흘렀다. 무력감과 진저리가 함께 왔고, 추위보다 더 한 분노에 몸을 떨었다. 일상은 흔들리고 트라우마는 스멀거린다. 한 줄의 문장 읽고 쓰기도,

한 걸음의 산책도 며칠 째 중단이다.




겨우 몸을 일으킨다. 김장김치 갖다 주려 아이들 집에 갔다. 많은 얘기 안 해도 아이들 눈빛에 불안이 보인다. 아이들에게 너무도 미안했다.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이 나라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 너무도 서글펐다.

"괴물들이 온 나라에 암약하고 있다."며 척결하고 처단해야 한다는 저 괴물의,

이를 동조하고 감싸는 한 줌 국회의원들의,
욕망은 무엇인가.


괴물은 누구인가.




나이 들고 가난한 아비는,

TV에서 광장에서 젊은 세대들의 신명 나는 춤사위를 보며, 심해 깊은 데서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고래를 본다.

고래는 사라지지 않았고,

우리의 꿈은 이렇게 다시 이어진다.

괴물은 고래를 이길 수 없다.
수천 년 수만 년 전부터
이 땅의 고래는
저 바다의 고래는
진 적이 없다.

우리가 고래이고
국민이 국가이다.
마땅한 다음이 올 것이며
올바른 미래가 올 것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힘을 내어 겨우 다시 몇 줄 적는다.
다시 길 위에 오른다.
이 길은 함께 걷는 길,

지치지 않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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