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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영 Oct 24. 2024

그래도 난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는다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ㆍ저널 투자가

1897년 뉴욕의 한 힘없고 가난한 근로자의 아빠가 있는 8세 소녀 버지니아 오핸론이 <뉴욕 선>지의 '질문과응답' 코너에 편지를 이렇게 보낸다.


"편집자님, 저는 여덞살이고, 버지니아라고 해요. 그런데 제 친구들이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말을 해요. 아빠는 "<뉴욕 선> 신문에 한번 물어 봐라. 그 신문에서 산타클로스가 있다면 그럼 있는 거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제발 솔직히 말해주세요. 산타클로스는 정말 있나요?"


이 질문에 같은 해 9월21일자 사설이다.


"버지니아에게, 네 친구들이 틀렸구나. 매사를 의심하기 좋아하는 이 시대의 회의주의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거야.

눈으로 확인되지 않은 것은 믿지 않는 태도 말이지. 그래, 버지니아, 산타클로스는 있단다. 너를 에워싼  너그러운 마음과 남을 위한 희생정신이 네 삶에 가장 고귀한 아름다움과 기쁨을 선사한다는 것은 너도 알지? 이러한 훌륭한 정신이 분명 존재하는 것처럼 산타클로스도 존재하신단다.


아, 산타클로스가 없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따분할지...산타클로스를 붙잡기 위해서 너희 아빠에게 부탁해서 여러 사람들을 시켜 온 세상 굴뚝을 타고 내려 오시는 걸 혹시 보지 못한다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산타클로스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산타클로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 역시 없잖니?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것은 어린이의 눈에도 어른들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단다.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무슨 소리! 산타클로스는 살아 계시고 또 영원히 살아 계실거야. 앞으로도 수천년을 말이다. 아니, 지금부터 만년의 세월이 열번을 흐른 뒤에도 산타클로스는 여전히 어린이의 가슴을 밝혀주고 계실거란다."


지금의 언론 환경에선,

물어볼 이도 없고 언론도 거의 없다.

믿을 수 없기 때문이리라.


어린 소녀의 근로자 아빠는 실직 위기에 있을 때, 소녀가 믿을 만한 신문사에 산타클로스가 있는지 물어 본 것 같다. 지금의 시대는 실직을 늘 경험하고 산다. 심지어 노년이 되면 일거리는 사실 찾기도 쉽지 않다. 투자든, 다른 방식의 무언가를 찾을 수밖에 없다.


산타클로스의 존재는 희망을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굴뚝 타고 내려와 희망이라는 선물을 갖다줄 산타클로스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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