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도화는 어떤 파장을 가져올까
데일리 임팩트 <세상 돌아보기> 칼럼(2024.03.08)
인공지능(AI)의 고도화는 이미 신속하게 변곡점으로 치닫고 있다. 사람들 대부분이 인공지능에 대해 들은 적 없던 2005년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2029년 사람의 지능인 자연지능에 필적하는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2045년 자연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출현 특이점(singularity)의 발생을 예견했다. 그런데 2022년 말 GPT-3.5 기반 첫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인 챗-GPT가 출현하고, 다시 불과 4개월 만인 2023년 초 GPT-4에 기반하여 업그레이드되면서 그의 예언은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최첨단 AI들도 사람과 필적하는 AGI를 기준으로 하면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기술이 신속히 크게 진보하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챗-GPT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을 월등히 넘어서나, 이 기술로 자동차를 완전히 자율주행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트랜스포머(transformer)라는 LLM의 기반 기술은 AI가 사람처럼 말과 글을 사용하는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와 사진·그림·동영상을 보고 사람처럼 식별하는 컴퓨터 비전(computer ision)을 모두 한 기술로 처리할 수 있는 다기능(multi-modal) 기술이다. 이렇게 최신 AI 기술들은 여러 부문에서 가장 탁월한 사람들을 능가하고, 사람 같은 다기능 동시 수행 역량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AI의 이러한 급격한 발달은 경제의 ‘기하급수적 성장(progressive growth)’에 따른 생활수준의 획기적 향상, 노화와 질병 억제에 의한 건강수명의 엄청난 확대, 해결이 지난한 기후변화나 사람의 우주 정착 등 인류가 당면한 문-샷 과제(Moon-Shot problems)의 성공적 해결로 산업혁명을 초월하는 큰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AI 채택·이용에 선발자(first-mover)가 된 기업들과 국가들은 초우량기업(superstar firm)이나 선도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I는 일자리, 생산성과 경제성장, 무역과 투자, 시장 거래와 경쟁, 정책과 규제에도 엄청난 임팩트를 줄 것이 명백하다.
먼저 일과 일자리 중 컴퓨터 의존이 크거나 모듈화된 것들은 사라질 것이다. 예컨대, 회계사는 사라지고, 정원사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AI로 대체하기 쉽고 비용 절감 이익이 큰 회계사를 정원사보다 더 많이 대체할 인센티브를 가져서다. 이 변화가 다방면으로 증폭되어 일자리 감소는 장기적 추세가 될 것이다. 컨설팅 회사 매킨지(McKinzie)는 AI의 등장과 고도화로 2025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의 15% 정도인 4억 개 감소를 전망했다. 그러나 인구와 소득 증가, 기후변화로 인한 인프라의 대대적 재구조화 투자, AI 채택 확대에 따른 수많은 ‘예전에 없던’ 일자리 등장으로 일자리는 현 수준 유지나 소폭 증가가 예상됐다. 이 중 AI의 설계·제작·운용 관련 일자리의 소득은 향후 수십 년간 증가할 것이나, 다른 일자리들은 과거만큼 좋을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생산성과 경제성장은 어떨까? AI 분야에 정통한 경제학자들은 향후 생산성과 경제성장이 기하급수적으로 가속됨에 따라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문샷 과제가 해결되리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자들은 AI가 다방면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나, 생산성 향상이나 경제성장은 그리 크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는 정보화혁명이 일상을 컴퓨터로 덮었으나 생산성과 경제성장은 기대만큼 크지 못했다는 ‘솔로의 역설(Solow’s paradox)’ 지속을 뜻한다.
또 AI 채택 확대는 세계화와 기존 공급망에 큰 도전을 야기할 것이다. 이는 미중 갈등과 맞물려 야기된 공급망 재편의 파장을 증폭시킬 것이다. AI의 노동 대체로 기업들은 저임금 지역보다 소비자 접근에 가장 유리하거나 공급망을 가장 잘 확보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할 것이다. 이는 다국적 기업들이 저임금 저개발국에 투자하여 그 제품을 선진국에 수출하던 기존 무역과 투자 양상에 대전환을 초래할 것이다. 또 대부분의 일과 일자리들이 인공지능화로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경우, 해외이전 기업의 유턴 촉진에 의한 국내 일자리 확대 정책도 그 유효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산업정책, 기업규제정책, 노동정책의 유연한 대전환 필요성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도 AI가 정보를 수집하여 소비자의 구매 관련 의사결정을 대신해주는 ‘알고리즘 소비자(algorithmic consumers)’화가 촉진되어 소비자 선택을 더 합리적으로 만들 것이다. 또 AI는 기업들의 거래와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하여 시장의 효율적 작동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거래가 구글·애플·아마존·네이버·카카오 등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변하고, 이로 인해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이들은 이용자와 사업자인 기업이 플랫폼의 두 측면에 존재하는 양면시장(double-sided market)이다. 또 이들은 기업이면서 시장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들이 플랫폼의 두 측면에 모여있는 기업과 이용자를 통제하는 게이트키퍼(gatekeeper)가 되어, 시장을 독점화하고 지배력을 레버리지할 힘을 가진다. 특히 이들의 AI 이용은 지금까지 교과서에나 있던 개인별로 가격을 차별하는 ‘인별(人別) 가격 책정(personalized pricing)’은 물론, 여러 기업이 담합 없이도 공동의 독점가격을 책정·유지하여 공정거래법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또 데이터 이용 관련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소유·사용·사후책임 관련 위험들도 안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AI 채택의 수혜를 촉진하고 발생할 문제들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게 ‘규제, 조세, 산업, 과학기술, 무역·투자, 교육·노동, 경쟁 정책 체계를 가장 합리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와 ‘세계적인 논의의 장에서 인공지능 관련 표준 구축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우리의 미래 번영과 안전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