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선 Jun 04. 2024

둘째 아들 내외와의 교토여행

내 일상으로의 초대(2024-6-4)

작은 아들 내외와 교토에 한 닷새 다녀왔다. 참 행복한 시간이었고 알찬 여행이었다.


이번에 나도 교토에는 처음 갔는데, 모든 여행 기간에 마치 오래동안 살았던 것처럼 여기저기를 찾아다니고 음식을 맛보고, 좋은 휴식처들을 다닐 수 있었다.


비결은 역시 출발 전 일본 역사를 전부 다 읽고, 교토 여행 가이드북을 여러 번 통독한 덕분이었다. 물론 최근에 익힌 일본문자들과 번역 앱들의 도움도 있었다.


여행은 1월에 계획되고 예약은 2월 중에 마무리 지었다. 집안에 여러 일이 있어 잘될까 염려도 되었지만 역시 잘 관리되어서 무사히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아들 내외가 따라 나서서 함께 외국에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애들 때문에 더 여행이 즐겁고 보람있었다. 특히 며느리가 삭삭하고, 재치있고,  잘 어울려줘서 너무 감사했다. 인성이 너무 착한 아이다. 이런 아이가 며느리로 우리에게 보배같이 와줘서 우리 내외가 너무 감사했다.


마지막날 교토역에서 80대 중반이 넘은 노부부 내외분을 만났다.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특급 하루카 티켓을 받는 자동발권기 앞이었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백발 노신사는 자신이 예약했다는 하루카 티켓 바우처를 들고 자동발권기를 어떻게 사용할까 걱정하고 계셨다. 도와달라 하시길래 걱정하시지 말라 했는데, 이미 안내소에 부탁을 하신 상태이셨다. 그런데도 못믿어워서 부탁을 하신 거였다.


차례가 거의 되었을 때 아들 머느리가 우리 옆에 와서 며느리가 "아버님, 우리 코인라커에 짐 맡겼어요."하는 이야기를 그분들이 들으셨나보다. 노신사가 "참 요즈음도 저런 며느리와 아들이 있군요. 정말 복받은 겁니다. 많이 함께 즐겁게 여행다니세요." 하신다. 자신은 이제 죽기 전 마지막으로 생각을 하고 여행을 오셨단다. 코로나를 앓고 나서 생각도 못하다가 회복되어 이렇게 내외분이 여행을 나섰단다. 내가 "아니 어르신 지금도 이렇게 모든 걸 잘하시는데 더 잘 다니시고 건강하세요" 인사를 했다.


안내원이 기다리다가 그 내외분의 티켓교환을 다 완료할 때까지 나는 그분들 옆에 서 있었다. 혹여 불안해 하실까봐. 다 끝나고 나서 역으로 열차를 타러 가시는 것을 보고야 우리 내외가 발길을 돌렸다. 내외가 연신 고맙다시며 에스컬레이터에서도 뒤돌아보시며 손을 흔드신다. 이제 나는 얼마나 저럴 날까지 남아있을까?


아들 내외가 그러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지하에 있는 포르타의 이세탄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점심도시락을 마지막으로 골랐다. 하루카 열차를 타고 먹을 참이었다. 열차 안 도시락도 오랜만이었고, 공항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다 나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아내와 아들 며느리를 위해서 두 손에 가득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행복했다. 이렇게 사지가 멀쩡해서 내 아내와 아들 며느리에게 무엇인가를 직접 사다가 입에 넣어줄 수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느날인가에는 아무리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날이 온다는 걸 기억하면 이 시간과 이 마음은 너무나 소중하다. 사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을 때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지를 모른다. 그렇기에 다투고, 고통받고, 상처받고, 슬퍼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 시간과 이 행동의 소중함을 알면 종처럼 섬기고 싶은 마음이 샘솓는다.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