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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Nov 18. 2024

나의 길은 어디로 향하는가

지오디의 '길'을 들으며

2000년 초반 최고의 전성기를 구사했던 지오디(god)라는 그룹을 아시는지 궁금하다.

어머님께, 촛불하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등의 수많은 대표곡으로 유명한, 일명 국민 가수였다. 나는 요즘, 20년도 더 넘은 그 시절의 지오디 노래가 몹시 생각나 거의 매일 듣고 있다. 그것도 딱 한 곡 '길'이라는 노래만 말이다. 이 노래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아래의 뮤직 비디오로 소개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OFlxQZNWNMU


마음이 아주 많이 시끄럽다.

내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퇴사를 결심하고 통보하고 나니, 회사에서는 다른 포지션을 제안했다. 아니, 내가 퇴사를 내뱉기도 전에 이미 제안받은 또 다른 길이긴 하다. 그 길은 어떨까. 그리고 내가 원래 생각했던 퇴사 후 삶의 길은 어떨까. 아직 가보지 않은 두 가지 길의 사이에서 나는 번뇌하고 고민한다. 회사를 나가고 싶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지만, 막상 대책 없이 나가려고 하니 불안감이 불쑥 올라온다. 나름 퇴사 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 결심했지만,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믿음이 약해진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면서, 내면이 단단해져 흔들리지 않을 알았는데... 불확실한 길의 끝에 낭떠러지가 있을까 두려워 어떤 선택이든 자꾸만 멈칫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생각난 지오디의 '길'이라는 노래는, 지금 내 마음을 100% 반영하는 가사로 심금을 울린다. 이 노랫말이 지오디의 이야기인지, 나의 이야기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이다.


[길] by GOD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자신 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오, 지금 내가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살아야만 하는가



퇴사 후 코치의 삶을 살고 싶어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자격증을 위해서는 코칭 실습이 필수라, 같이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버디 코칭'이라는 것을 하며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주에 진행했던 버디 코칭에서 나는 고객의 역할을 하며, 나의 퇴사와 그 이후 삶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이런저런 질문을 통해 내 마음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게 도와주신 코치님은, 이런 것도 물어보셨다.

"5년 후 고객님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내가 지금 5년 후 나의 모습에 다가간다면, 어떤 것을 타고 가고 있나요?"

5년 후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코치, 작가, 강연가라고 이미 수없이 생각했던 터라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다음 질문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 지금 내 모습에서, 5년 후 모습으로 다가가냐니. 곰곰이 생각하다가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을 말했다.

"저는 천천히 걸어가고 싶어요."


속도가 빠른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생각할 틈 없이 쫓기듯 일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다. 사회적 성공이 내 삶의 잣대가 되어, 매일을 살아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5년 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는, 굳이 조바심 내며 뛰어가고 싶지 않다. 토끼와 경주하던 거북이처럼, 그저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거 아닐까. 그 길에는 꽃도 피어 있을 것이고, 걷다가 바위길과 비바람을 만날 수도 있다. 쾌청한 날도,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날도, 또 반대로 살을 에일 듯이 추운 날도 있겠지. 그러나 나만의 북극성을 따라 그 길을 묵묵히 걷다 보면, 언젠가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를 만나지 않을까. 그곳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잠도 푹 자면서 충전하다 보면 다시 길을 떠날 수 있는 힘을 얻으리라. 그 안식처에는 좋은 사람들도 있어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은 긴 여정이니, 힘을 빼고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코치님은 다시 묻는다.

천천히 걸어가서 만난 5년 후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무엇이라고 말해주고 싶냐고.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 떠오른다.

"괜찮아."

살아가는 한 방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말해준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가도 된다고 덧붙인다. 지금은 너의 길이 안갯속에 있고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너를 믿고 조금씩 나아가라고 말해준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향하는가라는 질문은, 네가 앞으로 계속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라는 것도 말이다. 지오디의 노래는, 들을 때마다 다른 의미로 해석되며 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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