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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Nov 20. 2024

회사생활이 재미 없어지는 이유

엄청 많지 뭐

"아, 회사 다니기 싫다."

직장인이 늘 입에 달고 사는 3대 문장 중 하나이다. 나머지 세트로는, '이직해야지'와 '퇴사해야지'가 있다. 이 문장들 모두 회사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이 응축된, 심플하고 공감 가는 말일 것이다. 회사를 즐겁게 다니는 사람은 과연 지구상에 몇 프로나 될까. 물론 덕업일치를 이룬 분들은 회사가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켜 주는 신나는 놀이터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오늘도 '도비는 자유예요'를 꿈꾸며 힘겹게 출근길에 오를 것이다. 


회사를 다니기 싫어하는 무수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재미'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이직이나 퇴사를 고려하는 분들 중에는, 의외로 회사 생활이 재미없어져 그만두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다. 이런 고민을 가족이나 지인, 동료에게 털어놓으면, 꼭 아래와 같은 말들을 한두 번씩 듣게 마련이다.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회사를 재미로 다니냐."

"재미가 너 밥 먹여주는 거 아니잖아. 다들 참고 다니는데 왜 너만 그래?"

"회사는 돈 벌려고 다니는 거지 뭐. 나도 재미없지만 그냥 다니고 있어."

이런 얘기를 들으면 나만 이상한 사람인가 싶고, 회사 생활에 있어 재미란 무엇인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내가 생각한 회사생활의 '재미'란, 긍정적인 회사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가끔 그런 경우 있지 않은가. 외적인 조건으로만 보면 정말 별로인 회사에서, 즐겁게 오래 다니는 사람들. 이 경우 아마도 업무가 적성에 잘 맞거나, 동료들과의 관계가 좋거나 등의 다른 '재미' 요소가 있어서일 것이다. 


반대로 회사 생활이 재미없어지는 경우는 언제고,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사유가 있겠지만, 대략 아래와 같은 예시를 생각해 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는데, 회사가 나에게 시키는 일은 도저히 나랑 안 맞아서

3년째 같은 일을 하며, 제자리에서 반복하는 느낌이 들어서

나와 입사 동기인 김대리는 승진하고, 나는 기약 없는 무기한 승진 연기라서

함께 즐겁게 일하던 영혼의 단짝 이 과장이, 갑자기 사표를 던져서

박 부장한테 찍힌 느낌, 업무를 잘하건 못하건 상관없이 자꾸 갈궈서

영혼까지 갈아 넣어 만든 리포트가, 대표의 방향성과 다르다고 한순간에 쓰레기로 전락해서

야근, 특근, 주말근무가,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버려서

회사를 재미 하나로 다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면 알게 된다. 내가 추구하던 회사에서의 재미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배움과 성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같은 일이 익숙해질 무렵 조금 더 도전적인 과제가 주어지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동료들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업무 그 자체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더 큰 동기부여가 된다. 업무에서의 인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성공과 그에 대한 칭찬이 나를 춤추게 하는 원동력이다.


회사 생활이 재미가 없을 때, 가장 먼저 꿈꾸는 것은 이직이나 퇴사다.

그러나 그 둘 역시 현생을 사는 직장인에게는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때로는 내 인생을 걸고 결심해야 할, 중대사인 것이다. 큰맘 먹고 결심했다고 하더라도, 시장 환경 변화나 지원하는 회사의 사정 등으로 불발되는 경우도 많다. 자유로운 도비를 꿈꾸지만, 당장 퇴사 후 다음 달 월세를 내야 할 생각만 하면 답이 안 나온다.

한번 반대로 생각해 보자.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재미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친한 동료는 퇴사했고, 일은 거지 같고, 출근길마다 현타가 오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을 다잡고 즐겁게 회사를 다니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중요한 건, '나는'이라는 단어다. 어차피 나를 둘러싼 환경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니, 상황에 따라 너무 자주 변할 수도 있지만, 이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절대 아니다. 나를 갈구던 박 부장이 갑자기 친절하게 돌변할리 만무하고, 회사가 싫다고 뛰쳐나간 이 과장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어떤 상황에서도 컨트롤이 가능한 것은 '나' 한 명뿐이다. 


회사에서보다는 개인적인 삶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도 많다.

매일 아침 러닝을 하며 기록을 경신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뮤지컬을 보면서 흥겨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오기도 한다. 운동, 음악, 요리, 게임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은 나만의 행복을 찾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주말 동안 취미 활동을 통해 충만함을 느끼고 오더라도, 다시 회사에서 있다 보면 금세 이 에너지가 바닥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럴수록 회사 안은 지옥이고, 회사 밖의 개인생활은 천국이라는 설정은 더 확고해질 것이다. 밖에서는 재미난 일들을 골라서 경험할 수 있었다면, 회사 안에서는 선택사항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밥벌이의 목적이건 혹은 자아실현의 장이건 이 회사를 반드시 다녀야 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만든 이 질문에, 나조차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도 힘든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는, 나와 같은 회사원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내 생각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우선, 내가 지금 몸담고 있는 이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작은 목표를 정해서 실현해 보자. 그 목표가 뭔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당연하다. 재미가 사라지는 것과 비례해 내가 여기를 꼭 다녀야 하는 목표도 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쥐어짜 내,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찾아보면 된다. 예를 들어, 20명 규모의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1인 3역, 아니 때로는 5-6역까지 하느냐 내 전문성도 잃어버린 것 같고 회사도 망할 것 같아 불안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도 배울 점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불도저같이 밀어붙여 꼴도 보기 싫은 대표지만, 그가 일으킨 이 사업에서의 노하우는 간접체험할 수 있다. 그러니 이왕 이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목표를 이렇게 잡는 것이다.

'대표의 사업 노하우 1개 빼오고(?), 그걸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적용해 보기'

다른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이 회사 생활의 큰 재미인 사람에게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늘리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도, 하다못해 사내 동아리 활동이라도 하면서 회사 내 인간관계를 통한 즐거움을 꾀할 수 있다. 

교과서 같은 소리를 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맞다, 쓰면서도 나도 뜨끔했다. 과연 나는 이렇게 할 수 있나 싶어서. 하지만 재미없는 회사 생활이란,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그러니 어떤 짓을 해서라도, 회사 생활에서 나만의 기쁨을 되찾아야 한다. 회사는 변할리 만무하다. 결국 변할 수 있는 것은 나와, 내 마음가짐이다.

따지고 보면 회사에서의 '재미'라는 요소도, 주어지는 것이 아닌 결국 발견하는 것 아닐까 싶다.

어찌 보면 우리는, 나는, 외부에서 주는 자극요소에만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내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잘하지 못했다. 글을 쓰며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몸담고 있는 외국계 회사의 특성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 즐거움일 수 있겠다 생각한다. 꼰대문화를 가진 한국 회사에서 근무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여기가 좋은 회사로 느껴진다. 친한 동료가 한둘씩 없어져 특히나 재미가 없었는데, 내 주위에는 아직도 나와 마음을 나눌 좋은 동료들이 많다. 잦은 조직개편과 부서 이동에 화가 날 지경이었는데, 미래 관점에서는 이 변화가 나의 성장을 가져다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런 마음가짐으로 산다고, 회사에 없던 애정이 막 샘솟진 않을 거다.

회사가 갑자기 미친 듯이 재미있어져, 평생 다녀야겠다 싶은 마음도 절대 들지 않을 거다. 하지만 회사에서 소소한 목표를 정하고, 작은 기쁨을 발견한다면, 최소한 회사에 끌려가는 노비처럼 다니지는 않을 수 있을 거다. 나에게 주어진 회사라는 일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퇴사가 마려운 1인....)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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