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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an 25. 2023

여유, 관찰

2023.01.24

굉장히 부끄럽게도 22일이 설날인지 몰랐다.


 분명, 항상 들어가는 소셜미디어나,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볼 때도 항상 설날에는 xx, 설날에는 정주행.... 뭐 이런 글과 배너들을 보고서도,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너무 창피했다. 

엄마에게 미안했다.


자식 둘을 그렇게 희생해 키우셨는데, 겨우 영국에서 산다는 이유로 설날을 깜빡했다며, 미안하다고 카톡으로 전화하는 자식을 엄마는 가슴속으로 어떻게 생각할까.


비디오로 웃으며 미안하다고 정말 여유가 없었고, 설날에 짠! 한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현재 관리비에 월말에, 주머니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아, 정말 생각은 했는데! 정작 그 생각을 실현시키지 못했다고... 


그렇게 비루한 변명을 늘어놓다가, 엄마가 정말 진퉁배기로 속상할 때 짓는 웃음 및 씁쓸함이 섞인 그 표정을 보는데 더 이상은 입도 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부지런히 엄마에게 다과 한 바구니 보낸 동생에게 박수를

(쫌 알려주지.. 그 지시키.)



선물을 꼭꼭 챙겨서 보낸 동생도 정작 22일 당일에는 설날 잘 보내시라는 메시지를 못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한바탕 푸닥거리를 했다고 들었다. 


우리 둘 다 무슨 짜고 치고 하는 고스톱 마냥 똑같이 한 이야기가 있는데 


정말 여유가 없었어요.

주머니 사정은 알바 아니고, 정말 이걸 실현시킬 생각할 계획할 따위의 여유조차가 없었다는 게 우리들의 주장이었다. 정말이다. 그걸 생각하기엔 내 뇌에 주름하나하나에 박혀있는 여러 조그마한 혹은 거대한 생각들 및 걱정들이 나를 항상 짓누르고 있다.


그놈의 여유는 어디에서 나올까. 


설날 하나 챙기지 못해 불효녀 된 이 여유 없는 인간. 


모니터만 쳐다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에 불기둥이 몰아치고, 정신, 마음, 물질적 여유 따위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이 생. 


주머니가 좀 두둑 해지고,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생기고, 항상 옆을 지키는 파트너가 있으면, 그리고 항상 돌아갈 집이 있고, 배만 부르고 따뜻하다면 없는 여유도 어디서 꿔와 생길 거라고 철떡 같이 믿었다.


그런데 30년 넘게 살아보니 그것도 아니다. 

돈이 항상 모자라서 동전 하나하나 새며, 브랜드 과자보다, 마트용 과자를 사 먹는 그런 삶도 아닌데, 나의 하루에 여유 따위는 없다.


여유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느긋하고 차분한 게 내 인생에 언제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


보통 경험을 이것저것 많이 해서 볼골 못볼꼴 다 보면 어떤 상황에 닥쳐도 느긋하고 차분하게 허겁지겁 왁자지껄하지 않고 행동한다고 하지 않던가? 

시간이 저절로 가져다주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인가 

연륜에서 나오나? 

연습하면 나오나 아니면 이것도 내가 내 시간 짬 내 배워야 하는 것인가.


여유가 넘친다고 하면, 자만이라고 하기도 하고,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며 칭찬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또, 이놈의 넘치는 여유는 우울증 환자에겐 또 다른 이름의 슬픔과 잡다한 불안의 도화선을 만들기도 한다. 


이 여유라는 것이 적당 할 수 있을 때는 과연 언제일까?


다시,

여유가 없다. 여유가 적당하다. 여유가 넘친다.

이 모든 것은 다 사람들의 생각이고 해석에서 나온 것일까? 내가 엄마에게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하며 여유가 없어서.. 한 그 여유는 그냥 나만의, 게을러서 생각 못했다는 것을 어떻게든 들키고 싶지 않아 즉흥으로 덧붙여낸 그런 것인가. 


경험과 시간은 그렇게 단순하게 무언가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결국은 내가 스스로 해석하고 믿으며 행동할 때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새롭게 머리에 새겼다. 


여유가 없다고 믿으니, 이제 여유를 만들어야겠다.

느긋하고 차분하게 행동할 수 있을지, 그게 내 성격에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에게, 대니에게, 동생에게, 한 번쯤은 요새 마음이 좀 어떻냐는 그 질문은 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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