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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an 24. 2023

별것 아닌 단어, 관찰

2023.01.23

가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속 관계 속에서, 정말 별것 아닌 단어들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 


일상생활을 살면서, 단어 한 개로만 들으면 정말 별것 아닌 것들이, 어떤 사람의 어떤 하루를 기분 좋게 끝낼 수 있게 하기도 하고, 또한 기분을 절벽 나랑 끝으로 내몰기도 한다. 마치 내 눈동자 바로 앞에서 뾰족한 무엇인가 세워져 있는 것 마냥, 내 온몸과 신경을 날 세우기도 한다. 


별것 아닌 단어들이 똑같이 여기저기에서 쓰임에도, 어떤 상황에서는 사람을 슬프게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굉장히 기분을 도취시키기도 한다. 


언어는 관계 속에서 다시 해석되고 순환된다고 하더니, 정말 계속해서 일생을 지속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여러 언어의 것들이 나를 귀찮게도 힘들게도, 혹은 기쁘게도 한다. 



지난주, 구조조정 트렌드에 우리 회사도 휩쓸려가, 디자이너가 나가고, 리서처가 나갔다.


일은 그대로이고, 회사 포폴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나가다 보니, 뭐 별수 있나, 다시 제비 뽑기처럼 이리저리 그야말로 Human resource를 매니저급에서 섞는 수밖에 없다. 


나야 EMEA 오피스에서 유일무이한 디자이너로 ( 의도하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 ) 포폴이 섞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오늘 매니저가 공표하면서 써 내려간 테이블 표 중에서 내 눈에 굉장히 거슬리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각 디자이너마다 어떤 프로젝트를 Leading 하는지, Assisting 하는지가 나뉘었는데, 내 이름 옆에 Leading 표를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Assisting의 테이블표를 쭈욱 살펴보니, 나의 이름 바로 옆에 내 업무 중 90%가 Internationa 포폴중 하나를 "Assisting" 한다고 되어있었다. 


Assist는 그야말로 우리가 말하는 어시, 바로 그것이다. 보조, 서포트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갑자기, 그 미팅 안에서 Assisting의 A와 S두 개 I, S와 마지막으로 T 하나하나가 내 뒤통수를 차례대로 후리고, 얼굴에 후다가와 내 눈에 쏘아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제껏 어떤 시니어나, 매니저의 도움 한 개 없이 열심히 일했던 결과물이 Assisting이었다고? 

그 누군가가 리드하며 일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서포트밖에 안 되는 그런 존재였다는 건가? 


바로 미국 매니저에게 갔다.

자신을 영국매니저처럼 친근하게 해 달라며, 그리고 보고 할 것 있으면 같이 보고 해달라고 했던 그 미국 매니저에게, 당신이 원한대로 보고 해 주마 하며 쪼로로 달려갔다.


내가 이제껏 열심히 했던 이 모든 것들이 다 어시였던 것이냐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홀로 디자인하고 일하면서 이제껏 나를 디자인의 리더라고 여겼지 한 번도 서포트의 레벨로 일한 적 없다고 바로 고쳐 얘기했다.


뭐 답변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건 그저 글자일 뿐이라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고. 


국제적으로 5000명 가까이되는 급의 회사에서 매니저가 팀원들에게 공지를 내리고 보고하면서, 그저 "단어"일 뿐인 것이 얼마나 많을까. 결국 그 단어일 뿐인 것이, 보고서에 날인처럼 찍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전달되고, 알려지는 것이라는 걸 저 사람들이 모를까? 


나의 의심에 답은 없고, 의심만 있었다.


내가 예민한 것일까?

내가 못난 걸까? 

내가 이상한 걸까?

내가 의심이 너무 많은 걸까?


의심과 질문을 떠나, 갑자기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사기가 뚝 떨어졌다.

5시 넘어서도 Ready meal 돌리기 전에 한 페이지라도 더 나 혼자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보자며 열심히 피그마를 만지작했는데, 마우스 위에 손을 올리고도 갑자기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결국 고집불통인 나는, 나의 영국매니저에게도 이 예민함을 이야기했고, 예민하다고 치를 떨든 말든, 나는 나대로 떠들었다.


내가 나를 대변해서 떠들지 않으면 누가 떠들어줄까.

내일 휴가에서 돌아와, 첫 문장을 나의 투덜투덜로 시작할 영국 매니저의 답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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