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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an 26. 2023

공황, 피곤, 관찰

2023.01.25

새벽녘 몇 시일지도 전혀 구분이 안 되는 뿌옇게 안개 낀 날씨.


갑자기 가슴이 긴장하더니,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옆으로 쭈그려 가슴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잠들려고 하다, 너무나도 요동치는 가슴에, 게다가 불구덩이 같은 나의 위, 그리고 식도까지 올라오는 침인지 가래인지 모를 그런 액체... 


이건 안 되겠다 싶어 결국에는, 충전되고 있는 폰을 들었다.


시간은 새벽 4시. 


분명 그렇게 일찍 잠들지도 않았건만, 새벽 4시라니. 이게 오후가 아니라 새벽이라는 얘기지? 

머리가 띵했다. 순식간에 아 오늘 일정 망했네 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걸 어떻게든 눈을 다시 붙이지 않으면, 오늘 일이고 머시기고 라는 신념하에, 핸드폰을 살며시 들어, 볼륨을 줄이고 인스타부터 틱톡까지 훑었다. 


다행히도 그렇게 하고 나니 눈이 뻐근해지면서 결국 어느샌가 잠에 들었다.


산 넘어 산.

아침에 일어나니, 벌써 느낌이 안 좋았다.


가슴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슴이 뻐근해지고 갑자기 가슴부터 시작해서 미친 듯이 강한 지진이 몰아치는 것 마냥 몸에 미세한 떨림이 왔다. 


그렇게 정말 오랜만에, 뜬금없는 나의 공황이 찾아왔다.




가슴을 부여잡고 혼자 끼임 대다가 옆으로 누워 돌아가 있는 대니를 보고, 땀으로 가득 찬 손과 발로 손짓발짓하며 그를 껴안았다. 


이렇게 까지 크게 온 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몸이 지진의 여파로 빌딩이 흔들흔들 움찔움찔거리듯이 발과 손, 팔이 움찔거렸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그것이 아니었다.


왜 이렇게 움찔대냐며 어디 아프냐고 자꾸 되묻는 대니에게, 나는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눈이라도 꾹 감고, 감각하나라도 차단시키면 그래도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대답을 할 수 있는 머리에 여유가 없었다. 옆에서 감정도우미 서비스 강아지처럼 손 꼭 잡고 그대로 있어주는 대니에게 감사했다.


아무리 20-30분을 기다려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바로 바지를 입고, 세수하고, 거실로 걸어가, 결국은 필요시를 꺼내 들었다. 


현재시작 6시 37분, 아직까지도 이 여진은 하루를 꼬박 일에 쏟고, 작업물에 쏟았음에도 가시지 않았다.

아직도 몸속에 남아있다.


후유증도 제대로 왔다. 너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쉰 나머지, 가슴뼈 부근이 누구한테 맞은 것처럼 아팠다. 이러다 설마 심장에 문제 생기는 거 아니겠지 살짝 걱정은 했지만. 이제는 공황 프로, 공황은 공황일 뿐, 두렵거나 죽음의 존재가 아니다. 


하루종일 숨을 잘 쉬려고 한숨 쉬다, 크게 쉬다 다시 적게 쉬다 열심히 반복하다 보니, 온몸의 에너지를 회사 일 말고 숨에다 몰아내느라, 벌써 기진맥진하다. 


이러다가 샤워나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키보드 치며, 타닥타닥 글로 써내니, 터질 것 같던 가슴이 그래도 가라앉는다. 당장이라도 미어터질 것 같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던 심장과 내 머리가 타닥타닥, 화이트 노이즈로 슬그머니, 조심스럽게 작아지며, 괜찮아지는 것 같다. 


이제는 도저히 뭐 때문에, 무슨 근거와 이유로 이러는 건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뭐 딱히 이유라도 있으면, 그걸 피하기라도 할 텐데, 뜬금없이 경고문구 하나 없이 뜨는 이 공황 팝업은, 당혹스럽고, 끄려고 해도 계속 뜨는 에러창처럼 짜증 나는 존재가 되었다. 


이렇게까지 불편해진, 말도 더럽게 안 듣는 나의 몸에게 더 뭐라고 하고 싶지만, 항상 나에게 친절하라는, 나를 보살피라는 선생님의 말이 머리에서 웅웅 울려, 그만두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최선을 다해서 살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겠지라는 믿음은 현재 1월 25일 많이 꺾였다. 열심히 산죄로 공황이라니. 


아직도 얘기하기 꺼려지는 토픽. 

누구라도 저항 없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동정과 이상한 눈빛 받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도 있으면 좀 나을 것 같은데 말이지.


공황도, 사람도. 참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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