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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Feb 06. 2023

항상 처음 그리고 용감함, 관찰

2023.02.05

곧, 한국을 간다. 


내가 태어난 나라이며, 집이 있는, 가족이 있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한국을 간다고 하면 이렇게 불안하다. 한국이라서 불안한 것보다도, 다시 닻을 올려 어딘가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내가 오래 묵고 있었던 이 편안함의 장소를 떠나서 다시 살짝 불편함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그 생각이 나를 불안한 게 한다. 


결혼하고 나서 처음이고, 대니랑 함께 출장이 아닌 상태, 그냥 휴가 차 가는 것도 처음이고, 한국 나의 고향에서, 엄마의 집에서 엄마를 대니와 함께 보는 것도 처음이다. 


분명 2주 전만 해도, 한국에 곧 간다는 것에 들뜨고, 맛있는 음식, 엄마집밥, 사고 싶은 것들 그런 세속적인 것들로 들떴는데, 지금은 갑자기 기분이 날카롭다. 


다시 새로운 길을 떠나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예민하다.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나고 자란 지 20년이 되었어도, 한국이라는 곳이 나의 집, 나의 국가라고 당연스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낯설다. 아직도 불편하다. 

한국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전에는 편했지만, 지금은 불편하다. 가끔가다 맘에 있던 말이 한국어로 툭,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는 말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길에 다니는 한국인들이 나랑은 달라 보이고, 이 사람들은 외계인인가 싶다. 


한국인인데 한국이 편치 않다고 하면 다들 콧방귀를 뀌며 웃는다. 비웃음이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는 내 불안한 마음은, 불편한 걸 어쩌냐고 숨기고 싶지 않아 한다. 해외에 나와 산지 내 인생의 절반을 다가가는 지금 이 시점, 세상에 나오자마자, 내가 그 장소 그 자리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받는 국적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이상하게 다가온다. 가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편하게 비자 생각하지 않고, 정부 규정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굉장한 사치인 지금, 국적은 나에게 불필요한 함정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항상 모국어로 글을 쓰려하고, 한국어 책을 찾아 읽으려 하고, 영국 코티지 파이와 피시 앤 칩스가 물리고 질릴 때면, 아시안 마트로 가서 한국비슷그므리한 음식이라도 사 오고 배달하고, 한국인이다! 하며 놀래고. 웃고. 참 진귀하면서 신기한 인생이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처럼." 


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저게 무슨 X소리라며, 웃기고 넘겼다. 이 말뜻의 교훈은 사랑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 간에, 한 번도 과거의 상처, 스트레스, 흔적이 없었던 것처럼 용감하게 그때그때 새롭게 시작하는 것처럼 임하라는 이야기인데. 그게 되면, 트라우마는 왜 있고, 흔적은 왜 남고, 상처는 왜 내 몸에 남을까라며 내 나름의 개똥철학을 읊었다.


그런데 오늘 그 개똥철학에 반하는 사람을 오늘 넷플릭스에서 봤다. 영원한 섹스심볼, 파멜라 앤더슨.


한 번도 이 여자의 인생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90년대 센세이셔널한 가슴 큰 여자라고 만 생각했지, 이 여자가 이렇게 용감하고 굳센 여자라고 생각한 적 없다.


결혼을 5번을 했다. 이전 같았더라면, 같은 여자여도 저렇게 헤픈 여자는 상대하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그 생각이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었다. 이 여자의 한시간 반 자리 다큐하나에. 그렇게 상처를 받고, 그런 교훈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남기고 싶으면서도 그 여자는 사랑을 사랑했다. 


똑같은 종류의 나쁜 남자, 전형적인 개 상놈을 만나도, 이 여자는 항상 처음사랑하는 것처럼 첫사랑인 것처럼 사랑하고 결혼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바보 아니냐고, 아무리 스타여도 너무 막 나간다고 해도,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그렇게 아이 둘을 혼자 키워내고, 섹스테이프 파문이 있을 때도, 그렇게 돈 한 푼 받지 않고, 자기의 가치관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다시 나이 50줄에 브로드웨이에 춤추고 노래하며 Roxie를 연기한다. 


막바지에, 당장 다음 주에 뭐 할지 모르겠다며, 이제 연극도 끝나고, 뭐해야 하지.... 

하다가도, 다시 뭐 그때 되면 알겠지! 쿨하게 넘긴다. 


당장, 내 나라 가는 것도 쫄려서 불안해하고 예민보스 치를 떠는 나도 있는데... 그걸 끝까지 보며, 소파에 앉아있는 나는 도대체 저건 어떻게 하는 건지, 그 쿨함 나도 알려달라고 하고 싶다. 


누군가는 금발이라 맹해서 그렇고, 사람이 저렇게 단순하니 항상 나쁜 남자에게 넘어간다고 한다.

단순하지도 맹하지도 헤프지도 "않은" 우리는, 과연 저 파멜라가 가는 길, 갔던 길을 "안" 가는 것일까? 아니면 "못" 가는 것일까? 


나는 후자에 걸겠다. 


그나저나 눈썹도 없고 (일자...), 주름도 많으신데, 아직도 저렇게 이쁘고 날씬한 건, 유전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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