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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eongrim Amy Kang Jul 03. 2023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엄마에게,

20230703

엄마가 많이 힘든 걸 알면서도, 멀리 타지에, 엄마 곁에 있지 못하는 못난 딸은 겨우 카톡이나, 보이스메시지, 영상통화로 밖에 그 어떤 걸 대신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째, 엄마가 핸드폰을 뒤적뒤적하며, 글로 써 내려간 건 참을성 있게 보는 듯싶어, 꺼림칙했던 브런치에 글을 다시 써보고 있다. 




얼굴 보고, 목소리로라도 나에게 한마디 못하는 주제에, 결국 인터넷에서 뒤져내, 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굳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내 어떤 것도 보이고 싶지 않아 브런치를 끊었어.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왜 글을 쓰면 안 되는 건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내 천성의 게으름이 그걸 다시 생각하는 걸 막았어. 


그렇게라도 어떻게든 코를 들이밀고 싶은 그 마음은 뭘까? 잘 지내냐는 말 한마디 못하는 주제에 말이야. 그래도 해외에 살아 좋겠다 잘 먹고 잘 사나 보다 싶은 걸까. 


엄마. 

결국 이렇게 다시 똑같은 이야기로 흘러왔어. 

남보다도 못한 가족은 우리를 힘들게 해. 그래도 나에게는 엄마가 엄마에게는 내가, 그리고 브라이언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정말 절절이 들었어. 


엄마도 힘들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까? 


결국 답은 없으면서도 이렇게나마 손가락으로라도 주둥이라도 털어내야 엄마에게 남은 나의 죄책감을 좀 털어낼 수 있어 그런 걸까. 브런치를 쉽게 다시 열었어.


우울과 공황으로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몰린 엄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정말 별로 없었어. 결국 나이 삼십 줄을 넘어서도 내가 상상해 왔던 상황들은 나에게 닥치지 않았어. 엄마에게 은퇴를 선물하고 엄마가 하고 싶은 뭐든 것을 생각 없이 클릭하나로 행동하나로 이루게 해주고 싶었지만, 항상 말만 번지르르해. 



우리는 카멜레온 같아.


우리 둘은 정말 이런저런 생활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많이도 힘들게 달려왔지.


엄마는 어릴 적 아무도 모르는 나를 데리고 미국에 가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고서도 그렇게 공부를 잘해, 아직도 그렇게 여러 사람들이 엄마의 능력을 우러러보지. 나도 그래.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제 갑자기 BBC 다큐멘터리를 보며 허밍버드가 꽃물을 먹기 위해서 열심히 날갯짓을 하는지, 게다가 조류임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해서 날개의 구조도 바꿨대. 


우리가 그렇게 해서 살아왔어 엄마. 우리를 깎아내고, 끼워 맞추고 적응시키면서 그렇게 아파하면서 먹고살고 살아왔어 엄마. 그 와중에 그걸 보는데 갑자기 엄마가 생각나더라. 

왜 그랬을까?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도 모질라 엄마가 되고서도 모든 가족들에게 부정당하며 살아왔던 그 삶은 얼마나 힘겨웠을지 생각하면, 다들 그렇게 살아,라는 주장에도 나는 눈물이 넘치고 넘쳐 옆에 있던 대니가 깜짝 놀라했어. 왜 우냐고 물었지만, 다시 대답할 수 없었어. 어차피 이 상황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고작 월급에서 이리저리 긁어낸 부스럼을 엄마에게 보내주는 것뿐. 


여기서의 생활을 위해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내가 적응의 왕이라는 건 나도 알고 엄마도 알고 온 세상이 알지만, 여기서의 생활은 정말 달랐어. 너무 먼 곳으로 나와서일까? 너무 물가가 비싸서일까? 사람들의 모습, 생활, 사상, 생각모든 게 달라서일까? 


다들 배부른 소리라고 하지만, 진짜 힘겨웠잖아. 내가 엄마에게 징징댔을 때도, 남들은 못 가서 안달이라고 말해도 엄마에 눈빛과 몸짓에서 그 힘듦을 안다는 게 느껴졌어. 그래서 엄마한테 한소리 듣고 나서 얼마나 개운했는지 몰라. 이렇게 타지생활에서의 적응의 힘듦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에게 잔소리를 들으니 그게 참 든든하고 좋더라. 앞으로도 자주 징징대야 하는데, 엄마가 좋아지면 다시 할게. 


그냥 또 얘기해주고 싶었어.

엄마 탓이 아니야, 엄마 잘못도 아니야, 그냥 이번 생이 좀 힘들었던 거야. 나도 엄마도 다른 집처럼 그렇게 순탄하고 화목한 집에서 사랑받으며 태어났으면 우리가 좀 덜 힘들었을까? 등가교환의 법칙, 우리 맨날 말하잖아, 항상 그래도 이리저리, 힘겨움이 우리에게 닥쳐와.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 언제든지 내가 옆에 있고, 명수가 엄마를 끔찍이도 생각해. 명수가 그래서 그런지 요새 좀 불안해하더라. 엄마 명수한테도 한소리 해줘. 


아프면 약 먹고, 다리가 부러지면 병원 가 고치고, 그렇게 그렇게 하나씩 견디고 고쳐가면서 앞으로 가면 돼. 엄마덕에 나는 앞으로 가고 있어.


나는 요새 '애도'의 기간을 거치고 있어, 과거에서도 결말짓지 못하고, 그저 내 탓, 내 인생이 이러려니 하고 넘겨짚었던 것들을 다시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애도'를 하고 있어. 그리고 난 매듭을 지으려고. 


엄마도 같이 애도하자. 그렇게 우리 과거에 매듭을 지어보자. 그럼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딛기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고 가벼울 거야. 우리 울분, 화, 불안, 슬픔, 비통한 그 감정 들을 하나하나 애도하며 보내보자. 오래 걸려도 우리가 옆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엄마는 왜 그러나 하지 말고, 의심 품지 말고 그렇게 흘려보내자 같이.


그럼 내일도 연락해! 

밥 잘 먹고,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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