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버드Johnbird Feb 18. 2019

[뉴트로탐구생활] 텔레비전 장인 아버지와 마케터 아들

이원전자 대표 이근신 인터뷰

텔레비전 장인 아버지와
마케터 아들의 이야기

 31년전 1월의 추운 겨울 아주 작은 10평까지 텔레비전 공장에서 저는 태어났습니다. 변변한 화장실도 샤워실도 없었죠. 그때 그시절 추웠지만 왜이리 행복했을까요. ’뉴트로'라는 주제로 여러분들을 만나보니 어떤이에게는 ‘새로움’ 어떤이에게는 ‘추억’ 어떤이에게는 ‘힘든기억’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뉴트로탐구생활>을 마치며 여러분들께 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뉴트로탐구생활> 전시품


Q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브라운관 재생에서 LCD모니터까지 30년동안 텔레비전 기술로 먹고 살고 있는 존버드 이찬의 아버지 입니다.


존버드와 그의 아버지


Q2. 현재 어떤일을 하고 계신지?

 주로 광고용 LCD 모니터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타다 보면 가끔씩 보이는 광고용 모니터를 만들고 재생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3.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30년전 당시, 서울에 상경해서 가족들을 다 먹여살려야만 하는 상황이였습니다. 존버드의 삼촌, 고모를 포함해서 8명 정도가 같이 살았었고 돈 되는 일은 모든지 다 했었습니다. 텔레비전 수리는 바로바로 일당이 들어오는 일이라 여러 직군중에서도 특별히 눈길이 갔었고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다짜고짜 청계천상가 광도백화점 일층 수리업체에 가서 사정 했었죠. 취직 시켜달라고 졸라서 6개월 정도 일했습니다. 하다보니 자신 있었고 사실상 나를 끌어줄 사람이 없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매력이 있었습니다. 멘토가 없으니깐 내가 길을 개척하고 싶은 생각이 든거죠.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의 이원전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출처 : https://bit.ly/2TZeVeR


Q4. 생계 때문에 시작 하셨지만 그래도 이 직업만의 매력을 느꼈을때가 있었다면?

 흑백 텔레비전의 시절이 지날때쯤 길을 걷다가 우연히 신호등을 봤습니다. 당시 신호등은 브라운관으로 만들어 졌었고 동그랗게 유리로 된게 매력있어 보였습니다. 그때는 왜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신호등을 재생해 보고 싶었고 더 이 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하다 보니 재생 으로는 최고가 될 자신도 있었죠. 


직업의 매력보다는 아들을 보고 더 독하게 일 했습니다. 변변한 집도 없이 공장에서 태여나 브라운관 사이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결심 했었죠. 최선을 다할것을. 그게 지금까지 현역으로 롱런할 수 있는 원천이였던것 같습니다.


출처 : Freeqration


Q5. 브라운관에서 LCD모니터로 바뀌는 시절에 위기감은 없으셨는지?

 생각보다 위기감이 일찍 왔습니다. 88,89년도쯤 텔레비전 하는 사람들이 전자상가에 모이게 되었고 대기업 연구원들과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이미 세상은 흑백 텔레비전이 아닌 새로운 디지털 세상으로 바뀔지 다 알고 있었기에 서로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던 시기였습니다. 


상가에 모여 서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었죠. 예상대로 LCD모니터는 성공적으로 세상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트렌드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기에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했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현재의 이원전자가 되었죠. 물론, 아날로그 시절과는 다른 기술 이여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 했었습니다. 


유통상가


Q6.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셨는지?

 있었지만 변화에 발맞춰야만 한다는걸 알고 난 후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남들보다 많이 봐야하고 많이 들어야 한다는걸 깨달은거죠. 자존심은 내려 놓고 대기업 개발실을 직접 찾아가 이해가 안되더라도 계속 보고 공장에서 실험 해보면서 정신없이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세상이 생각한데로 다가왔고 오랫동안 공부하고 준비 했었기에 버티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기술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들과 경쟁 하면서 이것저것 하는것보다 LCD하나만 붙잡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특히, 연구소를 다닐때 지금 상용화 된 전자 제품들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기술은 항상 앞서가기 마련이니 항상 새로운 도전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걸 그때 확실히 깨달게 된거죠. 


출처 : Freeqration


Q7.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모 대기업에서 베트남 지사로 초청을 해준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기업의 회장이 “자네가 브라운관 1인자인가?”라고 물어 보면서 씨익 웃으셨습니다. 술 한잔 같이 하면서 여기까지 온 여정을 함께 나누는데 이상하게 그때 그 모습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습니다. 


Q8. 이번 행사에 전시품으로 티비 재생을 오랫만에 한 감회가 어떤신지? 더불어,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일을 해본 소감이 어떠신지?

 ‘뽈랄라백화점’에서 가져온 텔레비전은 귀한거라 오랫만에 큰 흥미가 느껴졌습니다. 제가 21살 전에는 외국에서 수입해온 텔레비전이 많았습니다. 가방같이 생겼거나 손잡이 혹은 문이 있었습니다. 국산것도 크게 다르지 않았죠. 문도 달리고 바퀴도 있고. 근데 이거는 네모상자 같이 생겼지만 레드컬러에 오묘한 매력이 있는 제품이죠.

흑백티비들 중에 국산이 많이 생겨났다가 없어질 과도기에 나온 제품이라 굉장한 희귀품이죠. 또한, D사 텔레비전은 재생에 가장 자신있는 품목이라 무조건 고쳐 보려 합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기대가 됩니다. “아들과 같이해서 재미있다” 이런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기술자로서의 재생활동이 더 깊은 감회를 주네요.


아버지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존버드


Q9. 이번 행사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주고싶은 영감과 메세지가 있으신지?

 재생품을 보고 즐겁게 웃다가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행사를 주최하는 아들에게 미안합니다.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로서 세상 트렌드를 보지 못했다는 부분이 맘에걸립니다. ‘레트로’가 ‘뉴트로’가 되서 다시 인기 있어질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럴줄 알았으면 더 멋있는걸 많이 구해 놨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번 행사에도 더 멋진 작품을 함께 할 수 있었을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도 이번에 아들과 함께한 작품이 어떤이에게는 향수로 어떤이에게는 새로움으로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텔레비전을 재생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에게 하는 아들의 질문



Q1. 80년대 혹은 90년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간다? 안간다? 만약에 돌아가고 싶으시다면 어떤 걸 해보고 싶으신지?

 그때 못해본 몇 가지가 마음에 남아서 돌아가고 싶어. 언제쯤인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자연농원에서 백남준씨 작품 수리 오더가 들어와서 일했을때가 생각나네. 그 양반 작품 수리하는거 좀 더 재미있게 해볼껄 이런생각. 그때는 유명한 사람인줄도 몰랐어. 


수리할사람 없다고해서 갔는데 브라운관으로만 작품을 만들어 쌓아 놨거든. 뭘 쌓아 놓은 것 처럼만 보였지 예술인지도 몰랐고 열어보니 기술적으로는 생각보다 쉬웠어. 이게 무슨 예술인가 했었지. 우리가 봐서 이상할 정도로 이해가 안갔었어. 잘 나오는 텔레비전을 부숴서 삐뚫어 지게 하고 왜 180도로 돌려 놨을까 했거든.  


나중에 관련된 사람한테 이야기를 듣고보니 유명한 사람인걸 알게 되었지.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수리할때는 몰랐는데 내려와서 한 발자국만 멀리서 바라보니 멋있더라.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수리를 한 게 상당히 아쉬워. 그래서 다시 돌아가고 싶어. 그때로 돌아간다면 좀 더 공부좀 해봤으면 어떘을까 후회가 되. 내 기술로 좀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두고두고 아쉽네.


출처 : https://bit.ly/2GOalMK


Q2. 위험 하기도 했고 돈이라면 더 많이 벌 수 있는 일이 있었는데 궂이 백남준씨 작품을 왜 한다고 했는지?

 도전하는게 좋았지. 남들이 못해보는 것이고 흑백에 있어서는 내가 최고라고 생각 했으니까 도전해 보고 싶었어. 사다리타고 올라가야 고칠 수 있는 특별함에 매료되서 해보고 싶더라고. 돈이 되던 안되던 재미있을것 같았고 내 손에 자신이 있었지.


여담인데 백남준씨 관련해서는 나보다는 당시에 작품 담당 하시던 분이 노인이 되셔서 가끔 우리 상가에 오셨었지. 돌아가시기 전까지 텔레비전을 사랑하시고 백남준씨에 대해서도 많이 아셨어. 그분이야 말로 박수받아야 할 사람이야. 정말 텔레비전 자체를 사랑하시고 기술을 아껴주셨던 분이지. 그분이 돌아가시고 동료들도 은퇴했지만 여전히 텔레비전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졌으면해 그분처럼.


뽈랄라백화점 현태준 대표님의 D사 텔레비전


Q3. 상가에 오셔서 뭘 하셨는지?

 예전처럼 고장난 텔레비전 고쳐 달라고 오셨었지. 너무 오래되서 부품이 없어 수리가 안되는게 많았어. 그래도 항상 오실때마다 나도 즐거웠어. 텔레비전 하는 사람으로서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Q4.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65세에 은퇴 하려해. 얼마 안남았지. 은퇴를 하던 안하던 꼭 해보고 싶은 꿈이 있어. 젊은 친구들에게 텔레비전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네. 요즘 일일 클래스도 많잖아. 그것처럼 텔레비전 부품을 가지고 조립하는 방법과 수리 팁을 공유하고 싶어. 직접 만든 텔레비전을 집에 걸어 놓으면 볼때마다 소중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브라운관에 관해서 작은 세미나를 열고싶어. 브라운관 이라는게 있었고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보여주고 싶거든. 


이게 당장 돈이 되고 꼭 필요한 클래스는 절대 아니라는걸 알고 있지만 과거에 이런 기술이 있었다 정도는 후세에 알려주고 싶어. 최근들어 같이 일했던 아날로그 기술자들이 은퇴하거나 현역이여도 일자리가 넉넉치 않아. 노는사람도 많아. 그래도 우리끼리 모이면 가끔 고장난 물건 고치면서 재밌게 놀거든.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젊은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고 관계도 맺으면서 여생을 살아가고 싶어.


뽈라라백화점 현태준 대표님의 D사 브라운관


Q5. 민감한 질문이지만 ‘용팔이’라는 단어가 생길만큼 전자상가 사람들은 거칠다는 이야기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론 이 상황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해해. 그렇지만 모두 다 그런건 아니야. 돈이 먼저가 아닌 사람들도 있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어. 게임기만 수리하는 사람, 버튼 하나만 만드는 사람 거기에 자부심이 있는거지. 그런 기술자들 중에 좋은 사람도 좋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어. 나부터 많이 반성하고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지 모두가.


Q6.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못해준게 많아 미안하지. 어른이 되서 아빠가 되면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네가 속태우고 그래도 착한 본성이 있는걸 아니깐. 걱정은 됬었는데 언제 한번 유투브 나오는거 보고 별로 걱정안되더라. 방황에 끝에 언젠간 돌아올 것을 믿었어. 그 자리로 왔잖아. 20대는 30대랑 많이 다를거야. 너도 많이 달라졌을것이고. 돈 많이 안벌어도돼. 하고싶은거해 어떤계기가 되면 그때 돈 벌 수 있어. 지금의 내 아들처럼 의미있는 일을 계속 했음해. 


<뉴트로탐구생활>에 전시된 이원전자의 전시품




아들의 말


 조금 더 일찍 태어 났거나 조금 더 일찍 배웠다면…… 작품의 의미를 모르신체 수리공으로 일하신게 아쉽다는 말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늦지는 않았겠죠. 마케터로서 혹은 기획자로서 혹은 작은 글을 쓰는 작가로서 저의 글이 제 지식이 나의 인사이트와 생각이 그 누군가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앞으로도 그 길을 택하고 싶습니다. 제가 하는일의 의미일 수도 있구요!


마무리


지난 <뉴트로탐구생활> 강연에서 뽈랄라백화점 현태준 대표님이 10대에 대해서 한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10대에게 있어 레트로는 새로운 자기표현의 수단일 수도 있다.”라는 말입니다. 한참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왜 자기 표현을 하려할까…....?

다음 주제는 <밀레니얼-Z세대>입니다.

 ‘탐구생활’이라는 타이틀은 일방적인 지식전달이 아닌 함께 생각할 여지를 가지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의미로 창안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행사만의 장점인 색다른 연사섭외와 깊히있는 조사를 통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여러분께 공유하기 위해 2회때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개념 취중 토크쇼 <밀레니얼-Z세대>

- 행사 자세히보기 : http://bit.ly/2X9MHQn 

글로벌 트렌드의 주역으로 떠오른 그들이 변화시킬 세상은?
강력한 소비 세대로 자리잡은 세대 "밀레니얼"
그리고 차세대 디지털 소비권력 "Z세대"

세대를 이해하면 시장이 보인다! 
<밀레니얼-Z세대 탐구생활>에서는 
⭐️트렌드 전문가, 마케터, 학교 선생님 그리고 Z세대⭐️가 모여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고 공략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지금까지 '요즘 애들'을 글로 배웠다면, 
<밀레니얼-Z세대 탐구생활>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세요.

-
일방적인 강연은 No! 맥주와 함께 YES!�
연사들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이야기를 통해 풀어나가는
신개념 취중 토크쇼 <밀레니얼-Z세대 탐구생활>을 놓치지 마세요!

[함께하면 좋은 분]
밀레니얼-Z세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으신 분
10-20대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준비하시는 분
조직 내 밀레니얼-Z세대를 이해하고 싶으신 분
딱딱한 강연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사들과 소통하고 싶으신 분

[참가비용] 
18,000원 
(1 Free Drink+다과 제공)


컬쳐랩 매거진은 강남 복합문화공간 컬쳐랩에서 운영하는 문화 트렌드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발행인 | 컬쳐랩(@culturelaborato) 

글쓴이 | 존버드(@johnbird)


뉴트로탐구생활 콘텐츠

[뉴트로탐구생활 #1] 따봉의 재림과 뉴 레트로 열풍 : http://bit.ly/2sBFyu7

[뉴트로탐구생활 #2] 만지는 음악레코드 : https://bit.ly/2DoytTI

[뉴트로탐구생활 #3] 10대들이 찾는 20세기 수집관 : https://bit.ly/2CAVUYw

[뉴트로탐구생활 #4] 지식 e채널의 스토리텔링 비법은? : https://bit.ly/2S5mxhV

[뉴트로탐구생활 #5] 트렌드를 모르는 기업의 미래는? : https://bit.ly/2DFW0zC

[뉴트로탐구생활 #6] 텔레비전 장인 아버지와 마케터 아들의 이야기 : https://bit.ly/2trT6ZK








매거진의 이전글 [뉴트로 탐구생활] 트렌드를 모르는 기업의 미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