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식 e채널 이신화 작가 인터뷰
지식 전달자 보다는
감성 전달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EBS의 지식 e채널을 볼때마다 5분 남짓의 시간동안 이토록 집중하는 내 모습에 놀랄때가 많았다. 지식 전달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재미 있었다. 빠져 들었다. 단순히 과거의 지식을 전달하는 느낌이 아닌 묘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받았다. 문득, 만나고 싶었다. ‘행복한 오타쿠' 편을 만든 이신화 작가를. 1월의 추운 어느 날 그 시절 볼록한 뒷태를 자랑하던 브라운관 텔레비젼을 추억하며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당장 내년의 삶이 예측이 안되는 35세 방송작가 이신화라고 합니다
정석적인 코스를 밟았습니다. 서울예대 극작과에 들어가 대본쓰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군대 전역 후에는 다큐멘터리 보조작가부터 시작해 운좋게 ‘EBS 지식채널e’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쪽 방송 작가를 하고 있습니다.
당시 작가분이 10명 정도 계셨는데 3시간 분량의 다큐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자 분들이셨습니다. 지식과 경력에서도 뛰어나신 분들이라 따라가기에는 한없이 부족했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프로그램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죠.
지식과 경험으로는 부족하니 제가 제일 잘할 수 있고 오랫동안 연구하며 고민한 분야로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보조작가 경력을 발판 삼아 정보성 콘텐츠에 스토리를 가미하여 지식e채널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단골집을 찾는 가상의 화자를 정해 그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마치 겪었던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목적성에 스토리텔링이 깔리게 된거죠. 어려운 소재를 생각하기 보다는 “이야기 자체로 어떻게 전달을 할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그 쪽으로 좀 더 고민해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리서치 시간을 할애해서 작업을 하진 않았습니다.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겨 놓은 메모를 보면서 현재 사회현상과 비교하며 ‘이 아이템을 다뤄야겠다’라고 판단이 서면 실행하는 편입니다. 보통 3~4주 정도에 한번 텀이 돌아오는데 한 달에 한번정도 대 주제를 잡고 실행하는 편입니다.
소재는 생각보다 무궁무진한데 뻔한 이야기 말고 누군가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기 위한 주제를 찾곤 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볼꺼란 생각에 지식 전달자 보다는 감성 전달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할만한 여지를 줄 수 있는 그런 아이템을 선정한 셈이죠.
늘 성공적인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법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 민망합니다. 남들보다 똑똑하지 못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 작가로서의 하나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굳이 비법이라 한다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스토리텔링을 하는것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식채널 e에서 활동했을 때 ‘행복한 오타쿠'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행복한 오타쿠'편 바로가기 : https://youtu.be/C3Alox690KY
출처 : EBSCulture (EBS 교양)
어디 가야지만 영감을 얻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일상에서 많이 얻는 편이죠. 영화, 유튜브, 드라마 등 좋은 콘텐츠를 많이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감을 얻습니다. 생활에 있어서는 주변 친구, 친척들의 사는 모습을 바라볼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번뜩이는 영감을 얻는 것 보다 평소에도 작품을 만들기 위한 훈련을 잘 하는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언제든지 영감을 얻기 위해 눈을 뜨고 귀를 여는 것이죠. 잘 훈련될수록 그물을 던졌을 때 그물망이 촘촘해 지듯이 훈련이 안되어 있으면 그물망이 넓어져 다 빠져 나가겠죠. 촘촘해 질수록 건질 수 있는 물고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평소에도 항상 작품활동을 위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좋은 글쓰기를 위한 생각을 하는 것보다 당시의 현상을 잘 기억하고 표현해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미디어 측면에서는 신드롬인지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대중들에게 어느정도의 수요가 있는 정도로만 느껴졌습니다. 최근 옛 게임기들이 1/4로 크기를 줄여 소프트웨어가 내장된 복각판이 나오는걸 봤습니다. 예전같으면 생각지도 못한 가격 이지만 많은 이들이 구매하는 걸 보고 신기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정서적인 ‘결핍’ 일 수도 어떤 이에게는 ‘그리움’일 수도 있겠죠. 얼마 전 군대 병사들에게 핸드폰을 지급한다는 인터넷 뉴스를 봤습니다. 군필자로서 군인들에게 해 줄수 있는 혜택이 많아져 기뻤습니다. 댓글에 어떤 분께서 “핸드폰이 생겼기에 같이 축구하고 탁구치고 피엑스 가는 그런 즐거움이 사라지는거 아니야"라는 글을 봤습니다. 꼰대 같지만 어느정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풍족했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은게 아닐까요? 먹고 살만한 자수성가 부자들이 꽁보리밥집을 찾는것도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요. 너무 바쁘게 살아서 그때 그것이 좋았다는 것을 모른 체 지나가서 그 시절 그 소재가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의 영향이 있었겠죠. 하지만 방송이 파급력이 컸던 이유는 응답하라 시리즈나 토토가가 잘 만들어진 콘텐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소재지만 망한 콘텐츠도 많기 때문이죠. 소재를 잘 활용한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 진게 더 큰 파급력을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유행으로서 지속되고 안되고의 관점이 아닌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심플하게 복고 소재를 잘 활용하는 콘텐츠만 성공할 것입니다. 설예로 요즘 우후죽순 생기는 복고풍 고깃집을 보면 분위기는 90년대인데 고기가 맛없는 곳도 더러 있는데 한달도 안되서 사라졌습니다.
결국, 특색있는 컨셉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와 맛이 별로면 망하기 마련이죠. 최근, 민속촌에서는 재미있는 알바생들을 활용해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좋은 컨셉에 재능있는 알바생들의 역할이 바쳐줬기 때문이죠. 결국에는 복고 소재의 유행보다는 내용이 좋은 콘텐츠가 계속해서 인기를 얻을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신화만의 브랜드가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100명중 20명만 좋아해도 20%인데, 100명 중 10명은 기다리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딱 봤을 때 “와~이신화 작품이다”, “이신화가 돌아왔다!” 라는 말을 듣고싶습니다. 소수가 기다리더라고 그런 팬층을 얻고 싶습니다. 작품으로서는 의미있고 건강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드라마 작가는 미니 시리즈 기준 일주일에 두 시간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에게 캐릭터를 통해 말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 보다 더 자주 소통하는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일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임의식을 가지고 좋은 스토리를 전달해 드리고 싶습니다.
브라운관 텔레비전과 놀이터가 떠오릅니다. 그 시절 제 전부였기 때문이죠.
90년대 행복한게 너무 많았습니다. 저희 엄마는 라면을 잘 안해줬습니다. 토요일 점심 때만 라면을 삶아 주셨는데 항상 토요일은 신이나서 뛰어 왔습니다. 학교 마치고 라면을 먹으면서 ‘기쁜우리토요일’을보고, 저녁에은 엄마 무릎배고 ‘서울의 달’을 보는 그 기억이 가장 행복한 추억입니다.
분위기에 맞춰서 다 좋아합니다.
20대 초반의 아는 디자이너 분께서 90년대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좋은 콘텐츠는 오래 가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대를 불변하고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면 당시에는 그만큼의 파급효과가 없을 지 언정 언젠가 돌고 돌아 다시 소비된다고 믿습니다. ‘뉴트로'란 좋은 콘텐츠가 세대를 아울러서 사랑받는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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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존버드(@john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