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생각의길
책에서 저자가 어떤 주장을 펼치고 싶어 하는지 살펴보려면, 어떤 말을 반복하는지를 보면 된다.
유시민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글 쓰는 법을 아주 간결하고 강렬하게 전달해 주신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62p
많이 읽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쓸 수 있다.
78p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81p
많이 읽고, 많이 써라. 그리고 가능하다면 짧게 써라.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이토록 간단하다. 어쩌면 이 노하우는 모두가 알고 있던, 혹은 잠깐 잊고 있던 진리와 같다.
이렇듯 살펴보면 어떤 것이든 정도正道는 간단하다. 간단하지만, 바른 길로 가기란 쉽지 않다. 쉽지 않은 이유를 간단하다.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쓰다 보면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멋진 글을 써서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감동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다. 그 욕심이 야금야금 드러나면 글은 곧 어지러워진다.
욕심은 곧 부담으로 다가온다. 물론 부담감만 찾아오지 않는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묘한 기대감과 함께 찾아온다.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 진심과 내 생각을 잘 정리해서 한 문장에 담으면, 그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개념과 온갖 미사여구로 점철된 긴 문장을 마구잡이로 써 내려가게 된다. 지금 이 글처럼 말이다.
그래서 항상 욕심을 버리고 글을 쓰려고 애쓴다. 떠올려보면 내가 보기에 좋았던 문장은 간결했다. 간결하지만 가볍지 않고 묵직하다. 그 문장은 분명 몇 번이고 퇴고하며 쓴 글이기 때문에, 짧은 문장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마치 진심의 무게 같다.
2007년부터 써온 다이어리는 진심을 담아 쓰기에 좋은 연습장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쓴 글이 아니기에, 온전히 내 마음을 담는다. 그래서 더 날 것이고, 더 직관적이다. 진심이 담겼지만, 좋은 문장은 아닌 것 같다. 다시 보기에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다시 읽지는 않았다.
진심을 담되, 욕심을 버린 글쓰기.
이런 글쓰기는 결국 많이 읽고, 많이 써야 가능한 득도의 단계인 것 같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말하고 글 쓰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데에도 언어가 있어야 한다. 모국어를 바르게 쓰지 못하면 깊이 있게 생각하기 어렵다.
108p
생각이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내가 생각해봐도 난 생각이 많다.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 거 보면 정말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생각이 많다는 것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일단, 결정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생각이 많은 것은 어떤 사항을 결정할 때, 고려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이것도 생각해주세요.'라고 부탁한 것은 아니다.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으로 이어지고, 결국 무엇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 세상 모든 걱정을 다 끌어안고 산다. 그렇게 숙려 하여 결정한다. 시간의 길이와 결정의 현명함이 비례하면 좋으련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것은 나쁜 점이다.
좋은 점도 있다. 생각을 깊게 많이 하다 보면 언어가 정밀해진다. 생각을 글로 정리할 때 그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내가 한 생각을 온전히 글로 표현하기 위해 단어의 뜻을 찾아보거나 정확한 용법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 생각을 딱 맞는 그릇(언어)에 담기 위해 공부한다. 그럼에도 온전하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좋은 점이 또 생각났다.
생각이 깊어진다. 생각이 깊다는 것은, 사회생활에서 남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내가 하는 이 말이, 내가 쓴 이 글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말을 정돈해서 하게 되고, 아끼게 된다. 말실수가 줄어든다. 물론, 항상 그렇지는 않다. 흥분하면 생각이 짧아지고 배려도 줄어든다.
이렇게 적어 두고 보니 생각이 많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내가 책을 찾는 이유는 뭔가를 배우기 위함이다.
무엇을 배우려는 까닭은 정답을 찾기 위해서다.
언제나 책에서 정답을 찾으려 하지만, 책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정답은 없다. 그저 작가의 길을 알려 줄 뿐이다.
책에 작가의 답이 있다면, 나만의 답은 내 생각 속에 있다.
내 생각을 정돈하고, 정갈하게 표현하는 것.
이것이 내가 배운 이 글쓰기 특강을 통해 배운 글 쓰는 법, 나만의 답 같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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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선언》,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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