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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태 Apr 06. 2020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

장영학 / 책비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 / 장영학


거의 3개월 만에 글을 쓴다.

그동안 책은 몇 권 읽었는데,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 깊었다.

책을 고르는 고민이 깊은 만큼 글로 쓰는데 걸린 시간도 길었다. 이렇게 변명을 늘어놓고 시작하는 이유는 함께 글을 쓰는 동료 작가들에게 미안함이 크기 때문이다.


글을 써놓고 보니 거대한 부서를 관리하는 관리자처럼 글을 썼지만 현실은 초짜 팀장일 뿐이다. 그리고 어느 한 회사의 팀장으로서 자기반성과 비판을 담아내기보다, 한 개인의 부족함과 성장을 담고 싶었던 글이라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을 처음 보게 된 것은 어느 한 강연에서였다. 빅데이터와 마케팅에 대한 강연이었다. 그 강연을 듣는 작은 카페에서, 강연자의 배경을 가득 채우던 서가에 이 책이 놓여 있었다.

이별을 겪게 되면 길거리에 흘러나오는 모든 슬픈 노래들이 다 내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 책,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라는 제목이 유달리 눈에 들어온 이유도 그와 비슷하다. 나에게 책임져야 하는 동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좋은 리더가 아니라는 무의식 속의 자아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부족한 것을 배우는 시간은 늘 반성부터 시작한다는데, 난 부족한 것이 많은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안 좋은 사례는 모두 내 이야기 같다.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찔리신다고요? 당신 이야기예요. 잘못하고 있는 겁니다.'라고 나에게만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책을 읽다 문득 질문을 던진다. '난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





자기 생각에 집착하니 뭘 원하는지 구구절절이 설명해 놓고 믿지 못해 계속 확인한다. (중략) 팀이 성과를 내려면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되 방법론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허락되어야 한다. (중략) 위임을 연습해야 한다. 일을 제대로 시킨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리더에 대한 글과 강연 등을 보다 보면 항상 나오는 말이다. '위임'을 잘해야 한다. 그 사람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직무를 주고, 충분한 신뢰와 시간을 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리더의 '인사이트'에서의 핵심은 인용한 글 마지막 문장에 있다.

일을 제대로 시킨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설픈 관리자는 일을 제대로 나눠서 적합한 팀원들에게 맡기지 못하기 때문에 두루두루 잘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반면, 좋은 관리자는 사람들이 무엇을 잘하는지를, 어떤 상황에서 성과를 내는지 찾아서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중략) 내가 그 사람의 강점을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사람 보는 눈도 피드백해 보자.


한때, 팀 성과에 대하여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시간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안 되는 이유를 밖에서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밖에서 찾지 못했던(또는 않았던) 이유는 내 안에서의 문제가 가장 크기 때문이었다. 내 빛이 가장 밝은데, 밖의 빛이 보일 리 없다. 나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노트 한 장에 세로로 선을 길게 그었다. 내가 잘하는 것을 왼쪽에, 내가 못하는 것을 오른쪽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른쪽 페이지가 빼곡하게 채워졌다. 오른쪽으로 편향된 것이 내 정치성향이 우클릭되었다는 것을 뜻하는가 싶지만, 그렇지는 않다(웃음). 그저 난, 단점을 잘 찾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게 쓸쓸히 노트를 바라보다가 왼편에 쓸 장점이 하나 생각나 적었다. 그리고 이내 지웠다.


단점을 잘 찾는다


단점을 잘 찾는 것이 장점은 아니라는 것을 이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활동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잇다.

내가 나의 장점을 찾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장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난 나의 장점을 찾기 위해(혹은 갖추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기 시작했다.





조직 내에 갈등이 생기면 구성원 모두가 영향을 받고, 무엇보다 리더가 가장 곤란하다. 그러다 보니 무조건 갈등을 피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방 안의 코끼리'라 표현한다. (중략) 리더는 신뢰를 관리해야지 인기를 관리해서는 안된다. 혹시 본인이 방 안의 코끼리는 아닌지도 한 번 생각해보자.


나는 어떤 리더일까? 리더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일까?

세상에 일 잘하고 싹수없는 리더와 일 못하고 착한 리더가 있다면 난 어떤 리더일까? 아마도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어쩌면.. 일 못하고 싸가지도 없는 리더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쓰다 보니 욕을 먹지 않는 방향으로 팀을 이끌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욕먹지 않는 팀장은 되었을지 몰라도, 회사에서 필요한 팀으로는 이끌지 못했다. 여기서 가장 큰 실수가 나온다. 팀장이라는 직책과 팀을 하나로 본 것이다.

어쩌면 나는 책에서 나온 것처럼 '내가 리더가 되면 이렇게 행동해야지!' 라며 생각한 좋은 리더를 연기했을 수도 있다. 애초에 방향서부터 잘못되었을는지도 모른다.


물론 어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경험이 생기고, 경험이 쌓이면 직관이 된다. 상사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부하보다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부하직원의 말을 중간에 끊으면서 무안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당신이 맞을 수 있지만, 언젠가 당신이 틀렸을 때도 부하직원은 아무 말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29p


내가 팀장이 되었을 때, 어떤 팀을 만들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팀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그런 팀을 상상했다. 서로 업무적인 사안에 대해 치열하게 토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정답이 없는데 정답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하였으며, 팀원의 의견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못했다. 분명 내 생각이 정답은 아닌데, 마치 정답인양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일장연설을 펼친다. 설사 내 말이 맞다고 해도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충분히 재수 없어 보일만한데, 난 분명 정답을 모르고 있다. 실력이 부족한 탓이다.

일련의 기간 동안 깨달은 것이라면 '때에 따라 빠른 결정과 책임으로 팀의 방향을 이끄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과 그리고 그때는 지금이라는 것이다.


평소에 누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자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아서 하겠지' 내버려 두거나 '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안 챙기지?' 하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면 갈등을 키울 수 있다.


그렇다고 팀원과 소통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소통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깊어지다 보면 그 갈등조차 외면하게 된다. 영원히 불편한 사이가 될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니 사실 팀장-팀원의 관계는 불편한 사이가 맞다.(웃음)

더 불편해지지 않으려면 팀장에게는 '팀원에게 진심을 담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충분한 의사전달을 통해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해주며 때에 따라 빠른 결정과 책임으로 팀의 입지를 다지는 역량'이 필요하다.

확실한 것은 이런 역량이 내게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기반성과 비판, 잘못한 점을 지적만 하다가 끝날 것 같은 이 책은 다행히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사실 책 초반부터 알려주는데, 자기반성의 시간이 깊고 오래 걸려서 이 사실을 깨닫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구조를 만들어라. 리더는 자기 부서의 구조(가로축)를 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회사의 구조 안에서 자기 부서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부서 내 각 세부 업무는 또한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세로축) 자유자재로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이해한 리더는 회사 전체의 성과를 생각하며 우선순위를 세우고 팀을 리드한다.


조직의 꿈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 바로 심성 모형이다. 그 일의 결과물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리더가 10분 고민하면 팀원의 반나절을 절약할 수 있다.


리더는 항상 팀원들에게 정보와 맥락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 말고도 많은 배움이 있는 책이다. 업무에 대한 동기를 이끌어 낼 때 외부 요인 세 가지와 내부 요인 세 가지를 적절하게 컨트롤해야 한다던지 하는 내용들이다.

내가 좋은 글을 수집하는 수집가가 아니라 변화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젠 행동할 때다.

책에서 배운 것을 업무에 적용시키다 보면 분명 불편해진다. 책에서 나온 좋은 말은 작가의 경험과 환경에서 유용했던 배움이기 때문에 나의 업무와 환경과의 간극을 잘 조율해 나가야 한다. 이 또한 팀장의 역량일 것이다.


리더십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나에 대해 늘 부족함을 느낀다. 대체 저런 것을 다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기나 한 걸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조금만 고개를 들어보면 내 주변에도 대단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이내 깨닫는다. 그리고 교육과 배움이 부족했음을 느낀다.


팀장은 누구나 될 수 있다. 그러나 준비된 팀장은 아무나 될 수 없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다. 준비는 못했지만, 대처는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되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지닌 리더가 되기 싫다면 좀 더 노력해야 한다. 변해야 한다.

출사표를 던지는는 제갈량 마냥 결연하고 비장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책에 따르면 행동 습관이 변화는 게 18개월 이상 걸린다고도 하고 옛말에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고도 하니 조금씩 변화하는(또는 하고 있기를 소망하는) 나에게도 변명거리가 생겼다.(웃음)


이렇게 어지러운 글을 쓴 이유는 조금씩이라도 성장할 나를 좀 더 응원해주고 싶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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