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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태 Aug 08. 2021

#1 글을 쓰는 이유

잃어버린 나를 다시 되찾기까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각자의 이유와 목적이 있다.

다양한 사람만큼 거창하고 다양한 이유와 목적이 있겠지만,

그저 나는 스스로를 되찾기 위해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2020년 12월, 갑작스럽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병원 응급실에 입원하고 하루도 되지 않아 긴급히 수술 일정이 잡혔고, 바로 당일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이후에는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 근 한 달을 병원과 집을 오가며 치료에 집중했다. 다행스럽게도 출혈과 혈압(수술 직전에는 200/160까지 올라갔었다)은 해결됐으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갑작스러운 출혈로 인하여 신장이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신장이 회복되는지를 지켜보기 위해 꾸준히 검사를 받았다. 그러다 결국, 지난 4월에는 신장내과 교수님으로부터 조직검사를 권유받았다. 사실 조직검사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닌 일 일수도 있다. 그러나 평소에 건강 관리에 신경 쓰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꽤나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었다.




2021년 4월,

조직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마치고 나서 병상에 누워 회복을 하던 중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생각, 굉장히 익숙했다.

'언제였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언제 또 이런 생각을 했었지?'


그랬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난 12월,

긴급 수술을 마치고서 뭐에 홀린 듯, 몸을 가누지도 못하면서 공책에 글을 남겼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당시에 느끼고 있던 '건강의 소중함'과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간절함'에 대하여 글을 남기고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하고자 했던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기록으로 남기며 꼭 글로 정리해서 쓰겠다고 다짐했던 나의 모습.

또다시 병상에 누워보니, 현실의 바쁨을 핑계로 미뤄두던 숙제가 기억난 것이다.




그리고 2021년 8월 현재,

마음이 너무 아파 견딜 수가 없는 지경까지 이르고 스스로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여서야,

스스로를 되찾는 여정을 떠난 나는 약 2개월 만에 그 실마리를 겨우 찾았다. 그것은 <글쓰기>였다.


작년 12월, 올해 4월, 그리고 8월 현재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 때마다 글을 쓰자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씩이지만 그 다짐을 실행으로 옮기려는 것이다.

나를 찾기 위해서 글을 쓰겠다는 이유로 엄청 거창하게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사실 별거 없을 수도 있다. 글 쓰는 실력도 부족한,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날 것 그대로 남기려고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대단한 실력이 없어도 글을 남기고 공유한다면 언젠간 그 글에 가치가 피어나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 있을 뿐이다.


스스로를 찾는 여정이 언제 끝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여정이 끝나지 않더라도,

나를 돌보고 스스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경험과 시간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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