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윤 한국유니버설디자인협회장
사람은 본능적으로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여행 유전자’가 내재된 존재다. 모두가 여행의 권리를 누리도록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야 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AI나 로봇이 일하고, 사람은 여가를 즐기는 방법이 문제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은퇴 후 시간과 돈을 가진 고령자 관광 수요 또한 크게 증가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접근 가능한 관광은 모두를 위한 관광이다. 그리고 환경시설 교통 서비스가 모든 사람, 특히 장애인, 노인, 어린이를 대동한 가족에게 적합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물리, 심리적 장벽을 없애고, 편하고 안전하게 누구나 여가를 누릴 수 있는 관광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접근 가능한 관광환경의 완성은 정보수집 및 예약 → 관광지로의 이동 → 현지 경험 → 거주지 이동 과정을 의미하는 ‘여행 사슬(Travel Chain)’을 구성하는 모든 인적·물적 요소 사이 단절이 없는 상태다.
이를 위해 이동권과 접근성의 확보가 중요하다. 정보통신 발달로 관광객이 정보를 취득하고 선택하기가 편리하지만 관광약자용 숙박시설은 객실의 실제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관광약자가 사용 가능한 객실 기준이 필요하다. 이런 기준이 적용된 숙박시설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웹, 모바일)을 통해 객실 선택이 가능해야 한다. 숙박시설 객실 기준은 다음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출입문: 유효 폭, 실명 점자 표시, 초인종, 손잡이
▷침실: 침대의 높낮이 조절, 비상벨, 침대의 높이. 회전 공간
▷화장실: 출입문 유효 폭, 회전 공간, 변기 측면 공간, 안전손잡이, 비상벨, 세면대
▷수납공간: 옷걸이 높이
▷욕실: 샤워 의자, 안전손잡이, 수전 높이, 비상벨
▷기타: 전기 콘센트 높이, 경광 초인등
관광시설 정보 플랫폼은 숙박시설의 자기 검증이나 전문기관 검증과정을 거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관광 인증제도를 우리나라 숙박시설에 적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호텔 등급 기준에는 장애인 객실 기준이 없어, 단순히 장애인 편의시설 몇 가지 이상 충족하면 높은 등급을 받게 돼 있다. 장애인 객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을 포함한 일행이나 가족이 여행을 가서 숙박할 장소나 식당을 찾고 있을 때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어떤 시설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곳이라면 당연히 그곳을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게 된다. 여기에 접근 가능한 관광의 핵심이 숨어 있다. 내가 방문했던 독일 튀링헨주 관광청은 접근성 증진이 관광업계 혁신을 유발하고 경제적 효과가 높아 이윤 창출로 연결된다. 예로, 에르푸르트의 방 20여 개를 가진 숙박시설이 이 중 2개 객실만 접근 가능하게 만들 예정이었으나, 경제적 효과 때문에 전 객실을 장애인이 접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호주도 장애인 예약을 환영한다. 장애인 혼자 오지 않고 동반하는 사람이 많아 영업에 도움이 돼서다.
우리나라는 2025년에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장애 인구의 증가와 세계화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다양한 계층을 배려한, 접근 가능한 관광 수요에 대비한 대책과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여행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게 교통편이고, 다음이 숙박시설 예약이다. 국내 숙박시설도 장애인 객실의 실태를 파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관광대국이 된다. 그런 점에서 여기어때의 무장애 여행 관광정보 공동구축 캠페인은 아주 시의 적절하다. 그 결정을 열렬히 응원하며 장애인 당사자로서 감사드린다.
누구나 관광 및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인권 증진 및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 접근성과 정보 접근성이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