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목회일기

개척교회에 온 어느 불신자 이야기

어떤 사람에게는 복음이 설명보다 경험으로 먼저 오기도 한다

by 시크seek
222.jpg


개척교회 목회를 하면서 적잖이 고민하는 것은 우리는 너무 복음을 설명하려고만 하지 않는지 하는 교회의 관성들에 대한 것들이다. 십자가가 무엇인지, 죄가 무엇인지, 구원이 무엇인지, 물론 그 설명은 매우 중요하다. 아니,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복음이 설명이 아니라 경험으로 먼저 다가오기도 한다.


얼마 전, 우리 교회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교회 성도님의 남편분이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교회는 긴장감이 서렸고, 분주해졌다. 우선순위를 먼저 정했다. 주일 오전 예배를 마치고, 그 한 사람, 한 가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성도와 친하든 친하지 않든 청년들까지 포함해 거의 전 교인이 가서 조문하며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함께 장례예배를 드렸다(후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굳이 오지 않아도 되는 청년들 역시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다음 날 새벽, 입관 예배를 집례하러 다시 장례식장을 찾았을 때, 유가족 딸이 갑작스레 내게 말했다. “목사님, 제 남동생이 교회에 가보고 싶대요.” 짐짓 놀라 물으니, 어렵잖게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이상했다는 거다. 아버지를 위해 이렇게 사람들이 와 주고, 슬퍼하는 어머니 곁에 있어 주고, 예배를 통해 우리 가족을 위로해 주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이. 눈물과 상실이 가득한 공간에서 그리스도의 소망을 노래하는 공동체를 눈으로 본 청년의 가슴이 이상하게 저렸을 것이다. 어쩌면 청년은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교리 설교보다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느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수님의 위로가 눈에 보이는 교회라는 공동체를 통해, 그 청년의 마음을 파고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장례식장이야말로 어쩌면 교회보다 더 깊은 복음의 향기가 있는 곳이 아닐까. 죽음을 통과하신 예수님을 믿는 교회, 그 교회는 죽음이라는 가장 어두운 골짜기에서조차 이 길을 먼저 걸어가신 분이 계시다 말하는 공동체다. 그 공동체가 청년에게 질문을 안긴 것이다. 도대체 교회는 뭘까...그런 그 청년의 선택은 직접 교회를 가보자는 것이었다. 태어나 처음 가보는 교회라는 곳 말이다. 장례식장에서 성령의 붙들림을 경험한 한 영혼, 그래서 기도를 부탁한다. 이 청년이 복음 안에서 새로운 인생이 되어지도록.


아버지의 장례식장은 놀랍게도 하나님이 이 청년을 부르신 순간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