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아세안 전자 상거래 시장을 독점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흔히 빼빼로 데이라고 알려져있는 11월 11일은 중국인들에게 매우 다른 의미로 특별한 날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 축제를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주최하는 “광군제”는 항상 파격적인 세일 전략으로 전세계 사람을 끌어모은다. 24시간만 진행되는 광군제는 매년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며 모든 이를 놀라게 하였다. 2018년 광군제 때는 단 하루동안 2135억 위안(한화 34조 7000억여 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이 기세를 몰아 올해는 43조 원을 목표 매출로 삼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여러 전망을 보았을 때 이를 낙관할 만하다.
단기간에 이만큼의 매출을 냈던 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전자상거래(E-Commerce) 시장에 왜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많은 투자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회를 빠르게 포착하기로 유명한 손정의 회장이 좋은 예시이다. 중국 알리바바 초창기에 205억 원을 투자하여 51조 원을 벌어들인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기세를 이어 최근에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를 통해 다양한 전자상거래 기업에도 투자 중이다. 한국 쿠팡과 인도네시아 토코피디아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현재는 6억여 명의 인구를 소비자로 만들 수 있는 아세안 시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과거에 투자를 받는 입장이었던 알리바바는 아세안 시장에서 새로운 큰손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알리바바는 어떻게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유망한 전자상거래 시장이 많지만, 그중 단연 독보적인 곳은 아세안이다. 아세안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수많은 큰손이 적극적으로 진입하려 한다. 아세안의 어떤 점이 특별하기에 진출하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먼저 성장 가능성이 뚜렷하게 보이는 시장이다.
아세안 연합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으로 매우 빠른 경제 성장 폭을 보여왔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2008년 경제 위기를 제외하고 아세안 국가 대부분은 5%를 상회하는 경제 성장률을 보여왔다.
경제성장 이외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인구다. 현재 아세안 인구는 6억 명을 돌파하였다. 2025년에는 8억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인구가 단순히 많은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이들은 매우 젊다. 이에 인터넷 보급률 또한 과거와 비교하였을 때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인다. 현재 아세안 인터넷 보급률은 50%를 넘겼다. 연평균 15% 이상 상승 폭을 보이는 것은 빠른 미래에 아세안 인구 대부분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높은 인터넷 보급률은 가장 기본 전제조건이기에 이러한 수치는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전자상거래 위력을 아는지 아세안 연합 각 정부에서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주요 국가는 전자상거래 및 IT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등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한 세부 로드맵 또한 구체화 단계에 있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은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 생태계 조성은 물론 성장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러 요소가 결합하여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실제로 2015년 55억 달러(약 6조 원) 규모였던 시장은 2025년까지 880억 규모(약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투자자의 눈독에 안 들어올 수 없는 잠재력이 풍부한 규모다.
그리고 아세안 시장을 보며 행복할 기업은 단연 알리바바다.
1999년 마윈이 설립한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초기 재정적 어려움을 소프트뱅크와 야후의 투자로 극복 후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당시 중국 온라인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이베이(eBay)를 밀어내고 중국 내에서 명실상부 최고 전자상거래 기업이 되었다. 이후 꾸준히 성장하여 현재는 중국 GDP 2% 규모 거래가 알리바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에 이르렀고, 현재 기업가치는 1,799억 달러(약 174조 원)에 이르게 되었다.
중국 시장을 독점한 알리바바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시장의 전자상거래 산업을 독점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시장은 다름 아닌 아세안이었다.
사실 알리바바 입장에서 아세안은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중국과 아세안을 합친다면 20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알리바바가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을 독점하기에 이르면, 전세계 인구의 25%가 넘는 인구를 품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큰 기회를 포착한 만큼 알리바바는 조급하게 진출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기간 새로운 진출 전략을 통해 은밀하게 아세안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증대하고 있다.
알리바바 핵심 전략은 현지 회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였다. 이를 통해 아세안 기업이 이미 구축해놓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였다. 실제로 어느 정도 안정화 궤도에 오른 현지 기업을 인수하게 된다면 직접 진출하였을 때 안을 수 있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망과 창고 설치 등 초기 비용이 큰 전자상거래 산업에서는 이러한 실패비용이 더욱 막대하기 때문에 인수를 통한 진출은 혁신적이었다. 이와 더불어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브랜딩 파워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커다란 장점이다. 다만 투자할 회사를 적절히 골라야만 이러한 이점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는데, 알리바바 눈에 든 곳은 바로 라자다(Lazada)였다.
2012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라자다는 설립 목표 자체가 “아세안의 아마존”이 되기 위한 것이었다. 야심 찬 계획과 함께 아세안 6개국에서 시작한 라자다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내 2015년에는 고객 수 800만 명을 기반으로 하여 13억 달러(약 1조 5천억 원) 규모 총 상품 판매액(GMV)을 돌파하기에 이르는데, 이는 당시 아세안 전자상거래 관련 기업에서 독보적인 규모였다.
이런 잠재력을 본 알리바바는 라자다를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선정하였다. 이듬해인 2016년 알리바바는 라자다를 인수하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10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를 들여 라자다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5억 달러는 신주에, 그리고 나머지 5억 달러는 기존 주주 지분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알리바바는 순식간에 아세안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기업 지분 51%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알리바바는 더욱 기민하게 움직였다. 2017년에는 또 다른 10억 달러를 투자해 알리바바 지분을 83%로 늘림으로써 라자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였다. 급기야 2018년에는 20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함으로써 라자다는 CEO 자리를 기존 맥스 피트너에서 알리바바 공동 창업자인 루시 펑에게 내주었다. 이는 라자다를 알리바바가 거의 완벽히 장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결과, 알리바바는 라자다를 통해서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에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라자다를 이용하여 새로운 수익원이 생긴 것은 물론, 라자다 브랜딩 파워를 이용하여 알리바바 핵심 사업까지도 확장할 수 있었다. 특히, C2C 기반 타오바오(Taobao)는 현재 알리바바를 만든 주역인데, 라자다를 이용하는 고객을 중심으로 아세안 시장에서도 사용이 늘고 있다. 실제 라자다가 기반으로 두고 있는 6개국 중 5개국에 라자다를 통해 타오바오를 진출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알리바바의 행보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타오바오는 단순히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그룹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업 영역은 현지 기업을 통해 하나, 둘 아세안 시장으로 진출을 이뤄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리바바 그룹이 현지 기업을 통해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 같이 알아봤다. 효율성이 이미 입증된 방식으로 알리바바는 라자다 외 투자처를 찾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라자다 주요 경쟁사인 토코피디아다. 경쟁사이지만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탄탄한 브랜딩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알리바바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판단된 모양이다.
전진기지를 설치하고 자사 제품을 유통하는 기발한 기법은 분명 알리바바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강점일 것이다. 직접적으로 인프라를 설치하는 데에는 분명 더 큰 위험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전자상거래 신화의 원조 격인 아마존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 아세안 시장에 진출한다는 기사가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커다란 규모를 믿고 이러한 위험을 안고 투자하다는 것인데, 그 주체가 다름 아닌 아마존이기 때문에 완전 불가능한 전략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희망도 존재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마존이 영향력을 끼칠 만큼 시설을 만들기 전까지, 꽤 오랜시간 동안은 알리바바가 아세안 시장에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라자다와 토코피디아와 같은 현지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를 하며 나아가는 알리바바를 막을 전자상거래 기업은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이 경쟁의 끝에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앞으로 지켜볼 만할 것이다.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 특징 및 시사점, KDB 국제금융, 2018.11 제153호
https://www.data.worldbank.org/indicator/NY.GDP.MKTP.KD.ZG?end=2018&locations=VN-ID-TH-PH&start=2000
https://www.digitalnewsasia.com/lazada-claims-be-sea%E2%80%99s-no-1-e-commerce-player
https://www.emarketer.com/Article/Alibabas-Taobao-Brand-Expands-Further-Southeast-Asia/1016526
http://www.it.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3/2018111302782.htm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18/03/176327/
http://www.news1.kr/articles/?3765101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763075/forecasted-size-ecommerce-market-asean-region/
https://www.theaseanpost.com/article/unicorns-asean-laz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