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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비 Aug 02. 2024

혼자 놀기 고수가 되려면....

어떻게 하는 건데... 혼자서 하는 일본 오사카 여행. 이틀 차

2024년 7월 12일 금요일. (둘째 날)


(아니 항상 일기를 그 다음 날 아침에 나가기 전에 적고 있는데, 그리고 이와 같은 루틴으로 전 날 얼마 썼는지 돈 계산도 해보고 있는데 아니 2만 3천원 정도가 빈다. 대체 왜?... 여행 와서 굳이 이러고 싶진 않다만... 그래도 불필요한 곳에는 돈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이게 뭐람... 이렇게 된 이상 이자카야를 줄인다. 1차만 가라.)



느즈막이(머물 일이 많이 남아있으니) 준비하고 오후 12시가 지나서야 나가고 있다. 오전 7시면 눈이 떠져서 나가던 이전의 여행들과는 신체 작동이 자연스럽게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 도시는 딱히 할 게 없다(?). 숙소 바로 옆 근방에(10초 거리) 파르메 모형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던 카페에 먼저 들렀다.


고르기 힘들었는데 대표 메뉴처럼 보이던 로얄 푸딩을 골랐다. 역시 실내 흡연. 내 맞은편에 일본인 가족 네 식구가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주문한 것으로 보이는 나폴리탄 파스타를 보고 '아 맞다 여기 오면 나폴리탄 파스타를 먹어봐야 하는데... 한번도 못먹어봤네...' 라고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 들러서 먹어봐야겠다.


카페에서 나와 근처 미술관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이 숙소 근처 지하철 역 동네 분위기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구나... 여기 아저씨들의 얼굴이 괜히 무섭게 느껴진다. 이 생각이 편견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한 가지 일화가 생겨버렸다.


여행을 오기도 했고 여름이기도 하고(햇빛이 강렬하게 뜨고 있는 뜨거운 날씨는 아니지만), 하얀색 나시를 입고 나왔다. 대체 그래서 그런건가? 결국 어떤 자식이 자전거를 타고 내 앞으로 오다가 멈춰서서는 별 이상한 눈빛으로 뭔지도 못 알아듣겠는 말임에도 야시꾸리하게 들리는 말을 끈적이게 내뱉고 갔으니. 무시하고 갈 길 갔다. 여기 왜 이래...



괜시 시무룩해져서 도착한 미술관 근처의 지하철 역은 지상으로 올라오니 조금 전과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졌다. 고급 호텔 건물들. 깔끔한 시외.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회사원들. 딱히 굳이 쳐다보지도 않는 것. 깔끔하구나... 고급스러웠다. 이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져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진 촬영이 엄격히 금지된 미술관을 구경하고 나왔다. 역시 딱히 갈 데가 없었다. 아무데나 또 지하철을 타고 내렸다. 이번에는 평화로운 풍경. 좀 걸어보니 초등학교로 보이는 건물이 역시... 자전거를 타는 어머니와 그 앞 바구니 같은 것에 아이를 태우고 가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고. 책가방과 학생임을 더욱 티 내는 동그란 모자를 쓰고 지나다니는 아이들. 아, 한 여학생이(똑같이 가방을 메고 모자를 쓰고 교복을 입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내 앞에서 걸어가는데 오른쪽 옆의 한 건물 앞에 있는 신사 형태를 한 작은 조형물 앞에서 갑자기 멈춰서더니 짧게 고개를 숙이고 다시 가던 길을 간다.



현지 느낌이 나는 가게에서 라멘이 먹고 싶었는데 너무나 배고프고 더웠기 때문에 몰 같은 곳에 들어가 지하의 푸드 코트에서 먹었다.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국물이 참 진득하고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라멘의 나라!... 맞기는 해...!


그리고 또 어디 갔더라... 이제는 또 사람들이 즐비한 곳에 가고 싶어져서 어떤 백화점엘 들어갔고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다가 나왔다. 잠시 한국인 줄 알았다. 그리고 다시 숙소 근처로... 아직 해가 밝은데 이자카야나 가있지 뭐... 내가 묵고 있는 숙소 근처 이 거리는 아예 이자카야 거리로 활성화되어있는 대형(?) 술집들이 늘어서 있다. 아 오늘은 안 가야지....(?)



(결국 그 이자카야 거리) 혼자 가기 괜찮아보이는 곳, 쿠시카츠(튀김류) 말고 생선 회를 파는 곳. 한참을 물색하다가 들어갔다. 2161엔. 뭐 많이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여긴 자릿값을 받았다. 결국 또 2차. 심심한가 보다... 또 탐색하고 탐색하다가... 그냥 숙소 근처 옆에 있던 델 들어갔다.


아담한 가게로 바깥 테이블에는 외국인들이 북적이며 앉아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서양인 관광객들을 아주 흔하게 보고 있다. 물론 관광지에서만. 왜 나는 이들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걸까. 나와 같은 여행객 신분들. 나는 혼자 왔는데 이들은 다같이 모여 왔다. 괜히 그 옆으로 따라붙게 된다.



아무튼 들어온 이 곳은 내 옆 자리의 젊은 남자들이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알바생이겠다. 대학교 2학년이라고 하는 걸 들었으니) 와 대화를 이으며 떠들고 있다. 그 중에 한 명이(내 옆에 앉은) 흘끔 흘끔 쳐다보는 것 같았는데 말도 안 통할테고 핸드폰만 하는 나에게 말을 걸리가(말 걸 생각도 없었을 수도).




간단하게 한 잔만 하고 그냥 나왔다. 편의점에서 역시나 또 3차로 야식거리들을 챙겨 돌아왔다. 아 오늘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보고 싶었는데... 왜 지원이 안 된다는 거지. 여기 나라 애니메이션인데... 유튜브를 틀었다. 역시 재밌어... 홍진경 지석진 유재석 조세호. 가짜의 삶 편. 재밌다. 미소 지으며 보다가 침대로 돌아와서 갑자기 영화 <마녀>를 틀었다. 한 번 봤었던 영화인데 아주 흥미진진하게 다 보고 잤다. 혼자 안 자서 다행이다. 호텔이었으면 좀 더 쓸쓸하고 무서웠을 것 같다. 새벽 2시쯤 잠듦.



오사카 도심에서 지낸 3일의 일기를 다 올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이 작은 일기장에 말을 너무 길게도 적어놔서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다.

여기까지만 쓰고 배고파져서 뭐 좀 돌아다녀봐야겠다.

9시인데 그냥 편의점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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