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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비 Aug 02. 2024

오사카 땅에서 쓰는 라이브 일기. 첫 째날

원래 혼자서 잘 다니잖아. 왜 적적해하는 건데.

호스텔 1층 바에서 쓰는 일기.

같이 온 사람들은 그들끼리 술 한 잔을 하며 대화하고 시끌벅적하지만

나는 나처럼 혼자 와서 노트북 키보드 판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쓴다.

지금 쓰는 일기는 일본 오사카에 도착해서 3일 동안 노트에 막 적어놓은 일기를 정리해서 올린다.

정리해서 올린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완벽히 깔끔하게 다듬어진 일기라고 할 수는 없음을 미리 말한다. (그것이 여행지에서 쓰는 생생한 일기의 매력이지도 않을까... 생각해서도 있음.)

심지어 지금 맥주도 한 잔 마시며 씀.




2024년 7월 11일 목요일. (첫째 날)


오사카 도착. 역시 시내는 시내다... 물론 예상했으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 너무나 많은 관광객들. 웬일인지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항상 외곽의 시골 같이 조용한 지역들만 돌아다녔어서 그런가. 명동과 같은(아마도 그 이상일거라 확신한다) 떠들썩함에 놀랐다. 알고도 놀랐다.


생각해보니 오사카는 내가 성인이 돼서 처음 여행한 나라였다. 그 때 말도 안되게 신기해했었는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방금 막 태어난 아기처럼 여기저기 신기하게 쳐다보던 내가. 당시에 그렇게 가보고 싶어하던 일본 나라에 왔는데 좋으면서도 의외로 쓸쓸해했었다. 지금에서야 추측해보니 그 어린 내가 향수병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현재 여기 와서 들고 있는 생각은 오빠(남자 친구)랑 같이 여행 왔었으면 좋았겠다는 거다. 이제야말로 슬슬 같이 해외 여행을 좀 가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그럼 마음...(현재 6년 연애 중) 아무튼 같이 있고 싶었다. 모르겠다. 심심하다. 심심하다고? 첫째 날부터? 너가?...


그리고(어디나 한국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뭔가 음침(?)하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 아니다 라고 느낀 이 차이가 굉장히 큰 것 같다. 참 희한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과 반대로 어딘가 익숙하고 깔끔하다고 생각 드는 것들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생각... (참고로 지금 말할 한 가지 사실은, 여기 와서 알았는데 내가 묵는 숙소 근처 지역의 치안이 안좋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지금 느낀 게 괜히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다는 약간의 증거가 되겠다...) 그래도 여행 온 덕분에 맛있는 것들 마음껏 먹고 있어서 좋다.


저녁에 이자카야 두 곳을 갔다. 완전히 이자카야 거리로 활성화되어있는 북적한 거리. 한참 헤매다가 첫 번째로 들어간 곳은 메가 하이볼이 인상적이었고(내가 예상한 '메가'의 과장 보태어 4배 정도), 취기로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아쉬워서 2차로 어디를 갈지 먹으면서 검색하고 있었는데 근방에 괜찮아보이는 곳이 보였다. 메인 거리에서 벗어나 조용한 뒷골목에 위치한 가게. 내부를 볼 수 없어서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남자 주인이 의자에 앉아 경기 중계 방송을 보고 있다가 일어나 인사를 했다. 이 소심 쟁이는 가게에 나 혼자 뿐이라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여행 왔으니까 뭐 괜찮았다.


사장님은 주방으로 곧장 들어가셨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의자에 계속 앉아계셔도 된다는 약간의 오지랖일 수도 있는 말을 했는데 사양하시며 절대 앉지 않으셨다. 아 아무튼 메뉴 시키기도 전에 너무 잘 왔다... 고 생각했다. 고등어 소금 구이(아주 최고였던) 랑 하이볼 2잔을 먹었다. 이제 생각해보니 꽤 취해있었다. 사장님은 담배를 연속적으로 계속 태웠다. 뭔가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은데 내가 일본어를 못하니 서로 굳이 대화의 소재는 꺼내지 않았다. 사장님은 내 마음대로 생각해버린 것보다 아주 친절하셨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적당히 필요한 친절을 베푸는 스타일.


토마토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좋아한다고 답하니 작게 토마토를 썰어서 내어주셨다. '귀여운 사람에게는 서비스를 합니다' 라고 적힌 번역 화면을 보여준다(좋은 마음으로 제공해주신 이 에피소드는 굳이 적어둘 필요가 있겠다).


마지막 가게 덕분에 이제야 여행 온 기분이 좀 들었다. 편의점에서 야식을 더 사와서 숙소로 돌아왔다. 1층은 가게로 운영하며 윗 층부터는 도미토리 룸으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호스텔. 아무도 없는 바에서 조용히 먹다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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