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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쏘쓰 Feb 06. 2022

6. 너의 성별은?

임신 중기 16-19주 (2), 정밀초음파와 태몽과 너의 성별

※ 이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옮겨 온 글입니다.

[노르웨이/임신/출산] 6. 너의 성별은?

http://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chungsauce&logNo=222089206789&navType=tl


근종통은 꼬박 일주일을 아프더니, 입덧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듯 사라졌다.


근종통이 사라지자, 나의 일상에는 활기가 찾아왔다.

입덧도 없고, 배도 그다지 나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근종통까지 없으니, 마치 살만 조금 쪘지 임신한 것 같지 않은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시내 카페에서 미팅을 하기도 했다. 이때 너무 감동이었는지, 사진을 찍어두었다.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고, 외식도 했다.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전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나의 임신 소식을 알리기도 했고, 임신의 기쁨을 오롯이 즐기기 시작했던 것이 이때쯤이었던 것 같다.

한동안 입덧으로 고통스러워 자제하던 외식이 이때를 기점으로 다시 폭발적으로 늘었다. 더불어 식욕도.

18주 차에 대학병원에서 해주는 정밀 초음파를 앞두고 있어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뱃속 아기의 성별에 대해 나나 남편의 희망사항을 물어보고는 했다.


아들이건, 딸이건 상관없다.


가 우리의 의견이었지만,

18주 정밀 초음파 전까지 우리에겐 여러 가지 추측해볼 만한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1. 나의 태몽


나의 태몽은 임신 초기였다. 임신 초기에 뜬금없이 아이슬란드의 바닷가에 있는 꿈을 꿨다. (심지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아이슬란드인데, 꿈에서 직감적으로 아이슬란드라고 인식해버렸다.)

아이슬란드 바닷가에서 수영을 즐기고 나와 바람을 쐬며 앉아있는데 머리를 뿌까처럼 양갈래로 번을 얹은 아기동자가 나한테 다가왔다.


딱 이 뿌까처럼 생긴 아기동자였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그러고는 두 손에 꽉 찰 정도로 큰 금방울을 나한테 주고는 홀연히 바다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금방울을 손에 얻고 잠에서 깬 나는, 이것이 태몽이로구나 싶었다.


네이버에 태몽을 검색해보니, 금색 장신구를 얻으면 아들이고, 은색 장신구를 얻으면 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초기의 나는 뱃속의 아기가 아들이려나 했다.



2. 남편의 태몽


남편은 노르웨이 사람으로, 태몽 이런 문화가 없는 사람이다.

꿈도 평소에 무슨 공상 과학스러운 꿈을 꾸는 사람이기 때문에, 애초에 태몽에 대해서는 나도 별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 남편이 자신이 너무 웃긴 꿈을 꾸었다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시댁 정원에서 쉬고 있는데, 눈 앞에 엄청 작고 귀여운 아기 돼지가 정원에 있는 나무 밑에서 과일을 주워 먹고 있었다고 했다. 아기 돼지는 정원에 뜬금없이 펼쳐진 딸기며 블루베리 등을 먹고 있었고, 코는 돼지 코임에도 루돌프처럼 빨간 불이 반짝반짝 들어왔다고 했다.


꿈 이야기를 가만 듣다가,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그거, 태몽 같은데?


남편에게 태몽에 대해 설명하고, 앞서 내가 꿨던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남편은 매우 신나 하면서, 이 태몽이 뭔지 얼른 검색해보라 했다. 작은 돼지나 딸기 등의 과일은 딸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는 네이버 검색이 나오자 남편은 갑자기 딸에 확신을 기울이며, 뱃속 아기가 딸일 것이라 거의 혼자 확정 지었다.



3. 사설 의사의 귀띔


남편의 이런 확신에 결정타를 해준 사건이 있었다.

바로 12주 차에 초음파 검진을 받으러 간 사설 의사의 힌트였다.


12주 차는 뱃속 태아가 아들이건 딸이건,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생식기 부분이 볼록 하기 때문에 성별을 미리 알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간 상태였기에, 의사가 성별을 귀띔해주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었다.


초음파를 한 참 봐주던 의사가, 물었다.

성별은 어떤 성별을 기대하고 있어?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서프라이즈로 할 거야, 아니면 초음파 볼 때 성별을 확인할 거야?

아니, 당연히 성별을 알아야지!

의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초음파를 요리조리 굴려보더니,


내 생각에는 80% 딸일 거 같아.


라고 말해주었다.

아니 어떻게 알지? 의사는 그냥 자신의 느낌이라며 웃어 보였고, 왠지 자신만만한 그의 모습에 나와 남편은 무의식 중에 뱃속의 아기가 딸일지도 모른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성별을 정확히 알 수가 있나.

18주 정밀 초음파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18주 차 정밀 초음파의 날이 다가왔다.


나는 미팅도 모두 미뤘고, 남편은 일하던 도중에 병원에서 만나 초음파를 함께 보았다.


우리를 담당한 의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다.


아기 성별은 어떻게, 지금 알고 싶니?
아니면 출산 때까지 서프라이즈로 지키고 싶니?


아니 제발 지금 알려줘.

남편과 내가 입을 모아 말했다.


의사는 알았다며, 정밀 초음파를 시작했다.

정밀 초음파를 통해서는 아이의 각종 기관들이 잘 성장을 하고 있는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더불어 아이의 손가락과 발가락, 뼈, 뇌 등을 총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뱃속의 아기의 성별을 확인하는 순간,

의사가 말했다.


다리 사이에 보이니?


어??????????????

남편과 나는 내심 딸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너무나 놀라 반문했다.

이게 뭐야? 아들이라는 거야? 모르겠는데, 뭐라고 이게?


의사는 우리의 반응에 웃으며 얘기해줬다.


딸이라면, 없어야 할 것이 있네, 축하해! 아들이야.


아들이어도 좋고, 딸이어도 좋았지만,

너무 12주 차의 의사 말을 믿었던 탓인지, 우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리사이의 존재감을 확인한 이상, 뱃속의 아기는 아들이었다!

18주 정밀 초음파, 너는 아들이었구나!


그렇게 우리의 성별 추측 에피소드는 아들로 막을 내렸다.

당시에는 너무 웃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나 남편에게는 아들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더 기대감에 차오른다.


이제 나는 아들 엄마가 되는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5. 입덧이 끝났다고, 방심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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