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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쏘쓰 Feb 20. 2022

10. 조산할 수도 있다니요?

임신 32-35주 (1), 조산과의 싸움

※ 이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옮겨 온 글입니다.

[노르웨이/임신/출산] 10. 조산할 수도 있다니요?

http://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chungsauce&logNo=222113482656&navType=tl


컨디션이 이보다  좋을  없었다.

날씨도 이런 내 컨디션을 환영해주기라도 하듯, 연일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졌다.


30주 후반에 근종 통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늘 걱정을 했지만, 매일 아침 날씨가 너무 좋고 컨디션이 좋은 나날이 이어지면서, 몸이 무거운 것 외에는 "임신할 만하다"라는 객기 어린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날씨가 얼마나 좋았냐면

이렇게 좋았다.

날씨가 너무 좋다 보니, 집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코로나 19가 점점 완화되고 있는 노르웨이는 때마침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기 시작했고, 시내의 상점이나 레스토랑들도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날씨도 좋고, 동네도 다시 활기에 띄고, 내 컨디션도 좋고.

그야말로 금상첨화 같은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날씨 좋을 때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며, 되도록 많이 걷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34주를 이틀 앞둔 33주 5일째 되는 날 저녁,

그 날은 친구들과 시내에서 초밥을 맛있게 먹고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그랬던 그 날 저녁, 미친 듯이 배가 쪼여오기 시작했다.


배뭉침이 간혹 있던 터라,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배뭉침의 하나겠거니 여겼는데, 갈수록 주기가 짧아지고, 뭉침이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계속되는 통증에 가진통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나는 근종 통이겠구나 생각을 했다.

지속되는 통증에 혹시 아기한테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하나란 생각이 덜컥 들었다.

남편은 재빨리 내가 출산을 하게 될 대학병원 산과에 전화를 걸었고, (30주 이상부터는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을 것 같으면 응급실이 아닌 산과로 전화해 안내를 받는 것이 좋다고 내게 미리 언질을 줬던 미드와이프의 꿀팁이 이렇게 도움이 되었다.) 산과에서는 와서 검사를 해봐야 한다며 얼른 내원하라고 안내해줬다.


산과에 도착했을 때, 코로나 19로 너무나 변해버린 진료과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보호자인 남편은 몸 상태가 건강하더라도, 산모와 동반 내원할 수 없었다. 물론 출산을 하게 될 때는 동반할 수 있지만, 나의 경우는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내원한 것이었기에 남편은 병원 입구까지만 나를 데려다주고, 미드와이프가 내려와 나를 픽업해 올라갔다.


미드와이프와 산과로 이동하면서 미드와이프는 내게 이것저것 문진을 했다.

진통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지금은 몇 주인지, 진통의 주기는 어떤지 등등을 물었다.

산과에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이미 준비된 진찰실로 나를 안내했다.


지금부터 너의 자궁 수축 정도와 아이의 태동을 함께 측정할 거야.


침대에 눕자마자 그녀는 내 배 위에 기계 두 개를 얹어 벨트로 묶었다. 하나는 자궁수축을 측정하는 기기였고, 다른 하나는 태동을 측정하는 기기였다. 태동은 내가 느껴질 때마다 버튼을 누르라며 내 손에 버튼을 쥐어주기도 했다.


기기로 측정하면서 그녀는 계속 모니터를 주시했고, 표정이 점점 심각하게 변하고 있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내 고통이 너무나 컸기에, 그녀의 표정이 무엇을 말하는지 읽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약 20분 정도를 측정하던 그녀는 담당 의사와 상의를 하고 오겠다고, 나갔다 한참을 있다가 들어왔다.


한참 후 들어온 그녀는,


담당 의사와 상의를 했다며 내게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자궁 수축이 상당이 일정한 주기로 있어서, 조기 진통이 의심되는 상황이야. 담당의사가 내진을 해볼 것을 권유하거든. 네가 준비가 됐을 때 알려주면, 내진을 준비할게.

내진? 내진?

내가 아는 그 내진????

내 귀를 의심했다. 조기진통도 청천벽력 같은데, 내진을 한다니? 나 이제 33주인데?


그녀는 내진을 해보고 더 면밀하게 확인해봐야 한다며 나를 안심시켰지만, 전혀 마음의 준비가 0.0001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진통과 내진이란 단어는 내 뇌리에 박혀서 떠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참을 "어버어버"하던 나는 그녀의 가이드대로 내진을 받았다.

내진 후 그녀는 내게 더 충격적인 말을 했다.


자궁문이 2cm 정도 열렸거든. 남편이 아직 로비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남편한테 전화해서 혹시 모르니 출산 가방을 챙겨서 돌아오라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아닌 밤 중에 날벼락같은 말씀이신지?

나는 몇 번이고 물었다. 나 지금 33주인데? 나 지금 애 낳는다고? 이래도 괜찮은 거야?

이 순간은 아픔이고 뭐고, 너무 당황해서 질문 폭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의 당혹스러움을 이해한다는 듯이 차분하게 나를 안정시키며 이야기했다.


하루 정도만 지나면 34주이기 때문에, 지금 아이를 낳더라도 아이와 너에게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은 어쨌든 자궁 문도 열리고 진통이 규칙적으로 오고 있기 때문에 출산이 진행되고 있다고 여길뿐이지. 그렇다고 네가 당장 출산을 한다는 건 아니야.
만일을 위해 준비하잔 이야기지.
조금 더 있다가 의사가 초음파로 자궁경부와 아이 상태를 다시 체크할 거야.


만일의 만일도 생각을 안 했던 경우였기에 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이 순간 이 공간에 남편 없이 혼자 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비현실적인 순간도 당황스러웠다.


2차로 "어버어버"하며 남편에게 부랴부랴 전화를 했다. 안 그래도 병원 밖에서 차를 세워두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남편이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말했다.


오늘, 출산할 수도 있대.


남편의 충격이 수화기 너머로 그대로 전해졌다.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는 남편에게 나는 애써 침착하게 출산 가방을 챙겨 오라고 말했다.

남편은 내 자궁문이 4cm 정도 열려야 비로소 입실이 가능하니, 일단 내 가방과 남편 가방을 분리해서 가져오라 했다.


남편은 부랴부랴 준비도 안 된 출산 가방을 챙기러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내진까지 마친 채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어버어버"한 상태로 미드와이프의 손에 이끌려 초음파 실로 향했다.


의사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을 나를 애써 안심시켰다.

자궁문이 열렸다는 미드와이프의 내진 결과에 자궁경부 길이를 먼저 재야 한다고 했다.


자궁경부 초음파를 재면서 그녀가 말했다.


자궁경부가 미드와이프가 내진한 대로 2cm 열려있어. 그런데 자궁경부 길이가 상당히 길거든. 이러면 당장 출산이 진행될 것 같진 않아.


자궁경부 초음파를 확인하고, 그녀는 다른 침대로 나를 안내했다.

뱃속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배 초음파를 진행했다. 아기는 오래전부터 머리가 밑을 향하고 있었고 태동도 나쁘지 않았기에, 아기를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아기가 정말 지금 나온다면 너무나 이른 조산이었기에 거기에 나는 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초음파를 보는 내내 아기는 너무나 활발하게 잘 움직였다.

의사가 아기의 사이즈를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몇 번을 아기 크기를 재던 의사는 계속되는 실패에 한숨을 쉬었고, 그 아픈 와중에도 나는 아기가 건강한 걸 두 눈으로 확인해서인지 웃음이 나왔다.


의사도, 미드와이프도, 내가 웃자 함께 웃었다.

그러면서 의사가 입원을 권유했다.


아직 아기가 밖으로 나올 것 같진 않아.
머리가 밑에 있긴 하지만 아직 경부 근처에 내려오지도 않았고.
그런데 지금처럼 수축이 이어지면 경부 길이가 짧아지는 건 시간문제야.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한번 검사를 받는 게 좋겠다.


그렇게 자궁 수축의 아픔과 조산일지도 모른다는 충격으로 "어버어버"하다가 나는 미드와이프의 손에 이끌려 나왔다. 내가 진찰을 받은 곳은 1층 분만실이 있는 산과였는데, 일반 병실이 있는 7층으로 왔다 갔다 하기에는 내 수축을 수시로 확인하기 편하지 않아, 나는 분만실에 침대를 들여놓고 잘 것이란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미드와이프의 도움으로 멘붕 상태의 나는 한 분만실에 입실하게 되었다.

이 날 내가 분만을 했더라면, 아마 내가 분만했을 분만실. 짐볼과 욕조가 함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는지, 아픈 와중에도 사진을 찍었다.

분만 침대와 욕조 사이에 내가 잠들게 될 침대가 한 개 더 들여졌다.

때 마침 남편이 내 출산 가방일지도 모를 짐을 챙겨 왔고, 미드와이프와 로비에서 접선해(?) 물건을 건네주었다.


간단하게 잘 준비를 마치고, 남편과 통화를 했다.

남편은 계속 내게 안심하라며, 걱정하지 말라며 응원의 말을 남겼지만, 본인의 목소리가 너무 떨려서 오히려 내가 안심을 시키고 있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었다.


남편과 통화를 마치자, 미드와이프가 들어왔다.

자기 전에 너한테 진통제 역할을 할 모르핀과 수면제를 줄 건데, 혹시 뭘 좀 먹을래?


그때까진 아픔에, 허기가 진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먹을 것이 있단 소릴 듣자, 급 허기가 몰려왔다.

먹겠다고 하자, 그녀가 재빠르게 간단한 식사를 준비해왔다.

간단한 빵과 치즈, 잼이 다였는데, 더 충격적인 건 출산하고 나서도 이런 음식을 준다는 사실.


먹을 걸 받자마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수축은 계속 왔고, 분만실의 공기는 너무나 서늘해서 조산의 공포가 한 층 짙어졌다.


뱃속 아기한테, 한 주 한 주 조금만 더 버티자고 말하며 미드와이프가 준 모르핀에 의해 나는 서서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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