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또 다른 기회는 갑자기 나를 찾아왔다.
이것은 운명의 데스티니?
1인 사업자는 원래 더 바쁜 법이라는 것을 독립하고 나서야 알았다. 회사라는 안정적 테두리가 그리울 때도 있었던 것 같지만, 사실 지금 돌이켜보면 회사의 품이고 자시고, 매일매일 앞에 놓여있는 프로젝트의 데드라인을 쳐내느라 바쁘게 살았다. 다달이 고정적으로 월급이 들어오던 때와는 다르게, 프로젝트의 데드라인에 맞춰 인보이싱을 하고, 돈을 받는 형식이라 빡빡한 데드라인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했다. 이 빡빡한 데드라인이 다음번에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언제나 단전 밑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온전한 내 비즈니스"에 대한 갈증이 올라왔다. 갈증이 있다 해도 당시에는 이 갈증을 해소할 만한 동력을 따로 찾지 못해 바쁜 하루의 퀘스트를 쳐내느라 급급했다.
그러던 어느 날, 페이스북으로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다.
오래전 구직할 당시, 스타트업 행사에서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P였다. 프로그램에서 함께 팀을 이뤄 일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한국인 입양아였고, 나는 한국인이라는 약간은 묘한 접점으로 우리는 프로그램 기간 동안 제법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 프로그램 이후, 나는 계속 구직활동을 하다 취업을 했고, 그녀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테크 스타트업의 창업자로 길을 들어섰다. 그녀의 소식은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그녀와의 접점은 그게 다였다.
그런 그녀가 연락을 해와서 약간 의아했지만, 곧 우리는 커피 약속을 잡았다.
그녀는 메시지를 통해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했고, 그와 관련해 나와 커피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나는 머리에 느낌표가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이 만남이 내게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너무나 즐거웠다.
입양아로 살면서 그렇게 크게 한국에 관심이 없었던 그녀는 최근에 들어서 한국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스타트업 회사를 꾸리는 와중에도 한국과의 연결 고리를 늘 찾고 싶단 생각을 했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
나도 그래!
여기서 우리는 찐한 접점이 생겼다.
이 날 우리는 마시던 커피 옆에 각자 수첩을 꺼내고서는 브레인스토밍을 당장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이템들을 생각하고, 시장 조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을 갑자기 후다닥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의 MBTI의 끝 역시 나와 똑같은 파워 J형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갑자기 팀이 되었고, 같은 목표를 갖고 함께 프로젝트를 꾸려보기로 했다.
이를 기점으로 나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사실은 그동안 머릿속, 그리고 마음속 언저리에서 나에게 스스로 외쳐대던 물음표들이 느낌표로 바뀌면서 구체적인 목표가 세워졌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렇게 새로 세운 나의 목표는
노르웨이와 한국을 잇는 다리가 되자.
였다.
텍스트로 보면 오히려 추상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때의 나는 이미 방향과 목표를 정한 것과 다름없다. 지금 생각해도, 이보다 더 나의 앞으로의 커리어 목표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은 없지 않을까.
이때의 P와의 만남이 이른 2019년.
그리고 지금 2023년(세상에!)에 뒤돌아 볼 때,
P와 나는 지금도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일을 하는 좋은 파트너이고, 나는 이 목표를 반쯤은 이룬 것 같다.
(올해 2023년 개인적인 목표 중 하나가 브런치를 꾸준히 연재해 더 이상 과거 이야기를 쓰지 않고, 현재 진행되는 이야기들을 푸는 것이다. 꾸준하게 연재해보도록 나 스스로를 다독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