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얼레벌레 기존 회사에서 하던 프로젝트를 외주로 받아 1인 사업자로 독립은 했는데...
걱정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프로젝트가 끝나려면 약 10개월이 남아 있었지만, 10개월 이후에 내 일의 향방은 어찌 될지 아무도 몰랐다. 프로젝트가 갱신이 된다 하더라도, 사장이 갱신된 프로젝트를 나한테 넘길지도 의문이고 (불신 지옥에 시달렸다.) 프로젝트를 하는 데 내가 역량이 딸려서 10개월을 완주하지 못하고 계약이 파기되면 어쩌나, 등등 말 그대로 매일매일이 걱정과 불안이었다.
그래도 나의 장점 중 하나인, 결정을 했으면 뒤는 돌아보지 않는 내 성격이 나를 하드 캐리 했다.
나는 오늘만 산다.
라는 마음으로, 매일 주어진 프로젝트의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지금의 커리어를 가지고 내 비즈니스를 꾸려나갈 만한 구멍이 없을지 찾아보기로 했다.
링크드인을 정말 활용하지 못하는 나인데, (지금도) 이때만큼은 적극적으로 링크드인을 탐색해보기 시작했다.
내 프로필을 꾸몄다기보다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콜드 메시지를 보내보곤 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즉각적인 답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구직을 하며 나를 세일즈 하러 다니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링크드인으로 연락을 받았다.
오슬로 베이스의 한 중국 회사로 나와 짧게 전화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그 회사는 노르웨이로 진출하기 위해 법인을 막 설립했으며, 각 도시 베이스로 리서처와 세일즈를 각각 한 명씩 뽑고 있다고 했다. 대신 철저하게 아웃소싱을 하고 있어서 1인 사업자로 프리랜서 업무를 할 수 있는 내가 흥미롭다 했다.
사실 나도 반가운 입장이었다. 현재 프로젝트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덜컥 이직을 하는 것도 힘들었으니 말이다. 이 회사와 몇 번 인터뷰 평가 과정을 거치고 본격적으로 이 회사와도 프로젝트 계약을 맺게 되었다.
이 회사는 6개월 베이스로 프로젝트가 들어왔는데, 나는 리서처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한 번에 두 개의 프로젝트를 하자니 조금 힘들었지만, 고정적 수익이 늘었고, 이렇게 커리어가 또 확장될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업무에 임했다.
업무는 많아졌고, 두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는 동안 확실히 내 업무의 케파가 넓어짐을 느꼈다. 한 회사의 직원으로만 일할 때와 다르게 전체 프로젝트를 혼자 담당해 일을 하는 경우가 잦아지다 보니,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관점도 발전하게 되었다.
다른 쪽 문이 닫히면, 또 다른 한쪽 문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내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경험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렇게 사업자이면서도 내 비즈니스가 아닌 외주를 받으며 일하던 나는, 바쁜 와중에도 내 비즈니스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다.
외주를 받는 일은, 총괄적으로 프로젝트를 스스로 꾸려간다는 점에서 개인 비즈니스적인 면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외주를 주는 업체의 안정적이고 정해진 틀 안에서 업무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결국 회사에 고용된 것 이상의 결과는 도출해낼 수 없었다. 거기에서 오는 아쉬움과 조금 더 스스로의 방향성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더 커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문득 지난날 중국 출장들에서 마주쳤던 한국 업체들이 떠올랐고, 지금 하고 있는 중국향 업무들을 한국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는 없을지 종종 생각하고는 했다.
프로젝트가 빡빡해 다른 일을 더 모색하거나 생각을 발전시킬 겨를은 없었지만, 이 일의 끝이자 나의 커리어의 또 다른 시작에는 한국이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