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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쏘쓰 Sep 14. 2022

12. 재계약과 사표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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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출장을 마치고 정신없는 업무들로 하루하루 보냈다.


업무에 탄력도 받고 있었고, 성과도 좋았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다음번 계약 갱신 때 정직원 오퍼를 받을 것을 생각했다.


(노르웨이에서는 보통 첫 번째 계약 기간을 마치고 퍼포먼스에 따라 일반적으로 정규직 오퍼를 받는다. 물론 업종에 따라 계약직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그것은 나의 아주 순진한 착각이었다.


재계약 텀이 다가오고 사장 L은 나를 불러 계약직으로의 재계약을 다시 이야기했다.

사장은 계약직으로 갱신하는 대신 2개월에 한 번씩 퍼포먼스 인센티브를 준다고 했다.


일을 과하게 열심히 하고 있던 나로서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외국에 사는 이민자로서는 정규직이라는 고용의 안정이 얼마나 심신의 안정을 주는지 모른다.

물론 결혼 이민으로 비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안정적인 정착에는 정규직이라는 법의 테두리가 (적어도 나에게는) 꼭 필요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미루어 추측하건대,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함으로써 오는 세 적 부담과 사업 확장에 대한 고민, 본인의 건강 상의 문제 등으로 내게 재계약을 제안했던 것 같다.


다시 취업 시장에 뛰어들지,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고민이 들었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대중국 무역 컨설팅을 하는 업계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일의 재미가 꽤 컸던 나였기에


1. 일이 재미있었고,

2. 2개월에 한 번씩 나오는 퍼포먼스 인센티브


이 두 가지를 이유로, 나는 다른 것 보지 않고 재계약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다시 1년의 계약직으로 업무를 이어갔지만, 일을 하면서도 문득문득 답답함이 나오곤 했다.


이렇게까지 일을 하는데, 정규직을 오퍼 하지 않는 사장에 대한 불만과

일이 확장되면 확장될수록, 내가 혼자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약간의 근거를 포함한 자신감이 들고는 했다.

L의 회사에서의 마지막 중국 출장.

그렇게 재계약을 하고 또 한 번의 중국 출장을 다녀왔고, 사장은 그 사이 우리 팀에서 같이 일하던 K를 해고해 버렸다. K를 해고하는 순간,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오래 다닐 수 없을 것 같다.


마침 사장의 건강이 점점 더 악화되고, 프로젝트를 혼자서 끌고 가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어차피 이 회사에서 정규직 오퍼를 받기는 그른 것 같은 이 시점에 혼자서 이 일을 다 짊어지고 갈 바에는 내가 독자적으로 길을 만들어가는 건 어떨까란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는 사장한테 배수의 진을 치고 면담 신청을 했다.


내가 프로젝트를 안고 독립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 내 딜의 골자였다.


1. 사장은 건강이 좋지 않아 이 프로젝트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기 힘들다.

2. K가 회사를 떠남으로써, 이 팀에서 프로젝트를 나 만큼 아는 사람도 없고, 나 만큼 하는 사람도 없다.

3. 내가 이 프로젝트를 안고 1인 사업자를 내 사장의 회사로부터 아웃소싱을 받는 형태로 일하겠다.


어차피 사장은 나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생각이 없는 것 같고, 회사도 사장의 건강에 너무 좌우되는 듯했기에, 나는 이 프로젝트를 안고 독립해 독자적으로 내 길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이렇게 배수의 진을 치고 면담을 하자 요청한 내 마음 저변에는 이렇게 하면 정규직 전환을 해주려나?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물론 정규직을 해주면 군말 없이 더 다녔을 수도 있지만, 결과는 내 딜에 사장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장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쥘 수 있었다 판단했을 수도 있다.

회사 사정상(이라기 보단 본인 건강 문제상) 정규직을 주기에는 애매한데, 이 프로젝트는 마무리를 해야겠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노르웨이에서 갑자기 혼자 일하는 1인 사업자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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