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 SEL til SVG' 한국 문화 페스티벌 스폰서 구하기
너무 오래간만에 글을 쓰다보니, 나도 다시 예전 글들을 읽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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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기획까지는 마쳤고, 우리 회사도 이 행사를 위한 예산이 별도로 편성되어 있지 않은 마당이었기에 추가로 스폰서를 구해야했다.
우리 회사는 상업회사이지만, 이 행사는 공익적 행사의 성격을 갖추고 있었고, 행사의 색깔이 "한국"이었기 때문에 이 페스티벌 컬러에 꼭 들어맞는 스폰서 회사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스폰서를 구하기 위한 리서치와 프로포절 메일은 회사 창업 당시 투자자를 구하는 것 못지 않게 힘든 시간들이었다.
우리가 추린 스폰서 프로포절을 보낼 회사들의 카테고리는 아래와 같았다.
1. 한국 회사이면서 노르웨이에 제품/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 회사.
2. 노르웨이 회사이면서 한국에 제품/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 회사.
3. 노르웨이 회사이면서 한국 제품을 노르웨이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회사.
4. 지역 공공 기관
5.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노르웨이 인사
이렇게 추리고 메일을 한땀한땀 써서 보내고, 때로는 전화도 하고, 또 때로는 지원서 등을 써서 보냈다.
처음에는 한국 기업들 중에서 주재원이 파견되어 있는 큰 지상사들을 위주로 연락을 시도해보았다. 다들 연중에 바로 큰 행사에 스폰서를 해줄 수 없다는 연락이 돌아왔다. 다만 의미 있는 행사에 대해 무형의 지지를 보내주었다.
노르웨이 회사이면서 한국에 제품/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 회사들도 사실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대신 가장 큰 환영을 받은 곳은 노르웨이 회사이면서 한국 제품을 노르웨이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회사들이었다.
그 중 우리가 연락했던 곳은 기아차를 판매하는 우리 지역의 딜러샵이었다. 기아 전기차가 노르웨이에 특히 잘 팔리다보니, 혹시 돈으로 스폰서를 못받더라도, 차량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연락했던 것이었다.
우리 지역 딜러샵에 공인 기아차 에이전시가 있었고, 담당 세일즈 헤드와 미팅을 잡을 수 있었다.
그의 사무실에서 기아차에 대해 소개 받고 자리에 앉아 우리 페스티벌에 대해 한참 설명을 했다.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던 그가 우리에게 건낸 첫 마디는
우리가 기다리던 이벤트가 바로 이런거에요!
였다.
됐다!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승천하는 광대를 붙잡지 못해 그만 나도 모르게 진짜냐고 엄청 하이톤으로 되물었다.
그는 이 프레젠테이션을 노르웨이 기아 법인에 보내고 싶으니 공유해달라고 말했다.
기아차가 노르웨이에서 판매가 잘 되고 있는 만큼, 한국 브랜드라는 것을 더욱 각인 하고 싶어했던 그들의 니즈와 페스티벌의 성격이 잘 맞았던 것이다.
딜러샵의 세일즈 헤드는 대리점 수준의 스폰서 뿐 아니라 기아 노르웨이 법인과도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말하며 제안서를 받는대로 기아 측과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했다.
됐다 싶은 생각에 한결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졌고, 긴장감도 스르르 풀리면서 그와 가벼운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그가,
내가 가장 처음 경험한 한국 문화가 뭔지 알아요?
하고 물었다.
뭘까... 오징어게임? 이냐고 물었더니 그가 웃으면서 자기가 5살때부터 태권도를 배웠었다고 말했다.
알고보니 모로코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에 부모님과 노르웨이로 이민온 배경이 있던 그는 어릴 때 모로코에서 형제들과 함께 태권도를 배웠다고 했다.
세상에...그렇게 오래전에 모로코에까지 한국 태권도가 진출했다니.
거기다 그는 기아차 담당을 하면서 한국과 뭔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항상 느껴왔단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사실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이들이 한국과 다양한 접점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역 태권도 팀을 얼른 연락해봐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ㅋㅋㅋㅋㅋ)
그렇게 딜러샵 세일즈 헤드와 미팅을 마치고 몇 주가 지나 기아 노르웨이 법인의 PR 담당 헤드와 미팅이 잡혔다.
기아차는 노르웨이 현지 100% 법인이라 한국 차를 팔고 있지만 노르웨이 회사나 다름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웠다고. 그 이야기를 듣는데, '어휴 제가 더 반가운데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만 그들도 책정된 마케팅 홍보 예산이 이미 예정되어 있어, 예비비의 범위 내에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페스티벌 기간을 아울러 차량 두대를 빌려주고, 페스티벌 로고를 랩핑해 홍보할 수 있도록 딜러샵과 연계해 지원하겠다고 해주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예비비라 하여 적은 돈일 줄 알았지만, 우리가 제안서에 보냈던 스폰서 패키지보다 조금 더 많은 금액을 지원 받게 되었다.
그 뿐 아니라, 페스티벌 당일에는 노르웨이 기아 법인의 PR 헤드가 오프닝에 참여하여 자리를 빛내주기도 했다.
맨땅에 헤딩하던 나날들이었는데, 맨땅에 구멍이 뚫리고 광물을 캐내게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스폰서를 구하는데 점점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었고, 행사도 더욱 내실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