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오랜만에 친구랑 만나기로 하고 약속장소를 찾아보았다. 미국에서 들어온 친구기도 하고 맛있는걸 사주고싶은데 도통 아기의자가 있는 곳이 드물었다. 어쩔수 없이 백화점을 가기로.
평소같았으면 백화점 오픈시간에 맞춰 만나거나 이른 점심을 먹었을테지만, 친구가 전날 여행에서 늦게 돌아오는걸 알고 있었기에 열두시 반쯤 만나기로 했다.
백화점엔 아기의자가 기본으로 있어서 딱히 검색을 하거나 사전에 알아보고 가진 않는데, 그날따라 기분이 이상하게 전화를 해보고 싶었다. 아니나다를까 우리가 가려고한 식당엔 아기의자가 하나뿐이었고, 다른 식당들도 전화해보니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여유가 없다고 했다. 그나마 아기의자 갯수가 가장 많았던(7개) 곳으로 가기로 하고 친구를 만났다.
저출산 시대에 아기들을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건가?! 싶어 아기의자에 그간의 설움이 폭발한 날이었다.
비단 아기의자뿐일까. 아기는 태어나면 적어도 일년 반은 기저귀를 차고 생활을 해야한다. 하지만 약 일년동안 아기를 키워보면서 백화점 밖 화장실에서 기저귀 갈이대를 본 적이 없다. 사실 기대도 안한다.
인터넷에서 카페에 기저귀를 놓고간 엄마이야기를 봤을 때 "어우 미쳤나봐.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했었는데, 엄마가 되어보니 "정신이 없었나보다" 싶다.
(물론 정말 맘충이었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상에서는 하도 '맘충, 노키즈존' 이라는 단어를 많이 봐서 외출할때면 초 긴장상태이다. 혹시나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맘충으로 비춰지진 않을까, 우리 아기가 빌런이진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
기저귀랑 아기의자는 그렇다 쳐도, 유모차를 끌고 나가면 왜 이렇게 턱이나 계단이 많은지-
"외출을 안하면 되잖아?" 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아기를 낳았다는 죄로, 태어났다는 죄로 몇년동안 외출을 못한다는건 좀 말이 안되지 않나.
옛날에는 지금보다 환경이 더 열악했을텐데 우리 엄마아빠들은 대체 나랑 동생을 어떻게 키웠을까 새삼 궁금해졌다. 아마 그때는 사람들이 좀 더 마음의 여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모두가 엄마, 아빠가 되진 않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적 약자가 될텐데(또 우리는 모두 아기였다) 나보다 약자인 사람들에게 조금만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아직 세상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불친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