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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하는 엄마 Apr 26. 2022

캠퍼의 신혼여행 - 전국 팔도 유랑기

이른 아침 @금산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는 끝이 안보였다. 점점 심해져 거리두기는 강화됐고, 결혼식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해외 신혼여행은 꿈도 못 꿨다. 배낭 메고 뚜르 드 몽블랑을 걷기로 했던 우리의 약속은 무기한 연장이 됐다.


그래도 신혼여행은 가야지.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황금 같은 (무려) 일주일 휴가인데 말이다. 게다가 추석 연휴까지 겹쳐 장장 2주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해외여행을 가면 딱 좋은 스케줄이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국내 캠핑여행을 준비했다.


오토홈 콜롬버스 루프탑텐트

일단 비행기 삯으로 모아뒀던 돈으로 루프탑텐트를 샀다. 2주나 되는 일정이다 보니 이동이 잦을 테고, 그때마다 텐트를 접었다 폈다 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3면이 개방되어 안에서 바깥 뷰를 볼 수 있는 루프탑텐트였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자고 일어나 텐트 안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정말이지 끝내줬다. 3면이나 개방되니 , ,    없이  트인 개방 되어 좁은 텐트 안에 있어도 답답한 느낌이 없었다.


설치& 철수도 쉬웠다. 위로 밀어올리면 초ㅑ르륵! 하면 열렸고 쭈욱 잡아당기면 접혔다.


텐트에서 바라본 일몰 @목포


*(실제) 여행루트: 서울 - 금산 - 군산 - 목포 - 제주 - 남해-  경주 - 울산 - 정선


우리는 서울에서 좌측으로 내려가 제주를 찍고 다시 우측으로 올라와 강원도까지. U자형 여행 계획을 세웠다.

극 P성향인 나 그리고 살짝 J 성향인 남편, 우리는 거점 도시에 호텔 몇 군데만 예약하고 무작정 출발했다. (2주 내내 안 씻을 순 없으니 중간중간 호텔을 예약해두었다) 마음에 드는 뷰가 있으면 잠시 멈추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근처 로컬 맛집에 가볼 요량으로 말이다.

양양 바다뷰
모닝 코히

정말 다행히도, 여행 내내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다. 아침이면 침낭을 훌훌 털어 차 문에 걸어 말리고 남편이 텐트를 정리하는 동안, 나는 자전거를 타고 근처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왔다.


다만, 모든 게 순조롭지는 않았다.

루프탑텐트이다 보니 텐트를 펼치면, 차량을 쓸 수 없어 신중하게 위치 선정을 해야 했다. 또 아무 데나 텐트를 펼치고 잘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엄청난 눈치게임과 검색 스킬이 필요했고 주변 상인분들께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코로나 이후 급속도로 늘어나는 캠핑인구 때문에 여기저기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이 많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 캠핑의 기본은 LNT ( Leave No Trace) 머물고 간 자리는 깨끗이!



골드스텔라 호

우리는 목포-제주 / 제주-여수 총 두 번 배를 탔다. 요즘은 대부분 비행기로 제주를 가지만,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제주-여수행 골드스텔라호 는 2020년에 첫 출항한 배라 객실 내부와 레스토랑 및 기타 시설이 아주 훌륭했다.


보통 4-5시간정도 소요되는데 도서관, 게임방, 마사지방 등 즐길거리가 많아 구경만 해도 시간이 금방 갔다.

배 위에서 바라본 일몰
보름달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배에서 본 일몰과 보름달이다. 창가 뷰에 남편과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해가 지는 걸 바라봤다. 추석 때라 밤에는 보름달이 환하게 뜬 것도 볼 수 있었는데 "우리 행복하게 잘 살자"며 갑판으로 나가 남편과 두 손 맞잡고 강강술래도 했었다.


제주

제주는 널린 게 박지일 줄 알았으나, 제주에서도 적당한 박지를 찾는 게 쉽지는 않았다. 멋진 자연을 배경 삼아 노지 캠핑을 맘껏 해볼 요량으로 차까지 끌고 왔지만 막상 캠핑을 하려니 괜히 눈치가 보여서 날이 깜깜하게 저물고 나서야 텐트를 치고, 해가 뜨면 얼른 텐트를 접고 장소를 이동했다.

방구석 1열 오션뷰

하루는 올레길을 걸으며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서 오션뷰 주차장에 흔쾌히 자리를 내어주셨다. 덕분에 이 날만큼은 제주의 바다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테라스 자리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오랜만에 마음 편히 캠핑을 했다.

(결혼 직전에 2주간 올레길을 완주하겠다며 떠났을  때 묵었던 곳인데 사장님 내외분이 정말 친절해서 숙소를 연장해서 오래 머물렀었다.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온다고 얘기했더니 꼭 들으라고 하셔서 남편과 방문했다. 사장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남편과 나

울산에서는 백패킹을 했다. 신혼여행까지 가서 웬 패킹이냐 - 할 수도 있겠지만, 백패킹으로 만난 커플이니 하루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냐며 코스에 넣었다. 이 때도 해가 질 무렵 해서 산에 올라, 해가 뜨고 바로 하산했다.

남편과 단 둘이 백패킹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약골이었다. 걷는 건 나보다 잘 걷지만, 추위에 약해 밤새 두통에 시달려 잠 한숨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남편은 그 이후론 백패킹은 절대 안 한다며 여태(2년째) 거부 중이다.


캠핑을 하며 느낀 건, 우리나라도 해외 못지않게 멋진 곳이 정말 많다는 거였다. 다만 우리가 몰랐을 뿐! 코로나 덕분에 신혼여행으로 전국 일주를 하며 다시 가보고 싶은 곳도 생겼다.


바로 해파랑길!

정선으로 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일박은 하지 못했지만 영덕 쪽 해파랑길이 정말 멋졌다. 역시 바다는 동해! 마치 미국 1번 국도를 달리는 듯한 느낌이었다.(실제 가보고 하는 말이다) 쨍한 코발트블루 색의 바다가 정말 시원했다. 잠깐 멈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다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올해 여름엔 잊지 말고 꼭 영덕으로 캠핑을 가야겠다!




2주간의 신혼여행 캠핑으로 팔이 새카맣게 타버려 반팔 자국이 난 채로 드레스를 입게 됐지만, '정말 캠퍼다운 모습(?)의 신부'라는 소리를 듣고 괜스레 뿌듯했다.

(코로나로 결혼식은 한 달 뒤로 미뤘지만, 신혼여행은 미룰 수 없어 미리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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