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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Sep 11. 2023

혼술

눈물에게 들켜버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일 중에 하나

혼술이다


막걸리 한 모금 마시자

뜨끈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애써 감췄던 감정을

눈물에게 들켜버렸다


오늘은 그만 마셔야겠다






월요일, 지치고 힘든 날을 보냈다. 몸과 마음은 정돈되지 않고 시간의 흐름대로 해야 하는 일을 따라갔다.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향했다. 애써 발걸음에 힘을 주어 보았다. 기분과 컨디션이 나아질까 싶었다.


집에 들어와 씻고 저녁을 챙긴다. 냉장고 부침개 반죽이 보여 꺼냈다. 야채 부침개 한 장을 부치고 막걸리 한잔도 따라본다.


인스타에 위 사진으로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오늘만 행복하기로 한다.

내일 행복도 내가 결정하니까..


막걸리를 한잔 마셨다. 가슴이 먹먹해지며 왈칵 눈물이 났다. 행복하지 않았는데 행복에 대해 운운하는...

내일 행복도 나에게 달렸다고 쓴 글이 나를 울렸다. 내가 쓴 글이 나를 돌본다더니 감정을 직면하지 못하는 나를 보았다. 차라리 힘든 하루였다고, 하루 4시간 하는 일이 왜 이리 힘든 거냐고, 칭얼거리는 게 나았다. 행복도 내 안에 있다는 게 지친다. 모든 게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도 지겹다.


내 안에 감정을 다시 하얀 면포로 덮어둔 채 예쁘게 수놓는 나를 바라고 있었다. 애쓰지 말라고 눈물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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