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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Dec 06. 2023

초보운전

무식하고 용감하다

  운전을 처음 시작하면 나와 같은 마음일까? 어디든 운전해서 가보고 싶은 마음. 다리 4개가 된 것 같 나. 오후에 출근하니 오전에 운전해서 어디라도 다녀오면 즐거웠다. 엊그제는 빵집에 들러 식빵을 사고,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지인과 나눠 먹을 음식을 배달하고 왔다. 걸어서 어렵다고 포기 말고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 마음만 먹으면 다녀온다는 것이 큰 기쁨다. 이틀이 지나자 몸이 근질다. 오늘은 어디라도 기필코 다녀오리.


  어제부터 뚜벅이 시절 버스 타고 다녔던 카페를 생각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그곳이었다. 찐한 에스프레소 맛라떼와 디저트를 먹고 싶었다. 오전 시간을 함께 나눌 책 한 권도 챙겼다.  오픈시간 10시라 주차가 서투니 그전에 도착하고 싶었다.  등기로 받을 우편물이 있어 10시가 넘어 현관문을 나설 수 있었다.


  차에 타 안전벨트를 맸다. 시동을 켜고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 변속을 했다. 엑셀과 브레이크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마음의 준비를 끝으로 목적지를 티맵으로 검색했다. 12분. 버스 타면 30분 넘게 걸리는 곳이 차를 타고 12분이라니 신이 났다. 출발이다!     


  동네만 다니던 나는 왕복 8차로 도로에서 차들이 빠른 속도로 가는 걸 처음 체감했다. 속도를 유지하며 차선 안에서 달려가랴, 차선 바꾸랴, 전방 몇 미터 앞에서 우회전하라는데 우회전하는 곳만 나오면 여기서 나가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 난 우회전 해야 하는 곳에서 우회전을 하지 못했고 직진했다.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유턴하라는 말에 신호등은 빨강불인데 차가 안 오면 유턴해도 되나? 우물쭈물하다가 유턴하려고 하니 다른 곳에 신호가 바뀌었는지 차가 거대히 밀려들고 있었다.

'아, 빨강신호에는 유턴하면 안 되는 거구나.'

놀란 가슴 쓸어안고, 좌회전 깜빡이를 켰다 껐다 하는 나를 보는 뒤차는 얼마나 불안할까 싶었다. 누구에게나 초보는 있다지만, 나 같은 초보도 있을까. 간혹 초보운전자들이  <저도 제가 무서워요..>라고 붙이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기다리던 초록불과 좌회전 신호를 보고 유턴을 했다. 미세하게 떨리는 팔에 힘을 주어 다시 출발했다. 무사히 진입한 마을은 신호는 많았지만 천천히 운전할 수 있었다. 나는 그때 확실히 알았다. 은 차선도로, 빨라진 속도에 나와 함께 도로에 있는 모두는 안전할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욕심부린 카페 주차장에 도착했다. 사선 주차장임을 알고 있었지만 경사가 있는 건 몰랐다.  2~3자리 비어 있었다.  문제는 경사진 곳이라 브레이만 놓으면 후진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사선 주차가 처음이니 각도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용기 내어 후진 기어를 두고 액셀을 밟으며 훅 나갔고 주차해 놓은 차에 닿을 것만 같았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난감한 상황 얼굴이 달아올랐다. 운전할 때 차분해기로 했건만 이런 상황은 참 어려웠다. 안 되었다. 그냥 도망을 택했다. 일보후퇴.


  다른 카페를 갈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행선지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미 오전의 체력을 소진해 버렸다.

나는 일등으로 카페에 도착해 아무도 신경 안 쓰이게 주차하고 싶었다. 사선주차에 도전하고 싶었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맛난 커피도 먹으려 했다. 목적지까지는 가는 데만도 두 배가 걸렸고 주차에도 실패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거. 돌아오는 길 우회전을 해야만 했다. (못 했다면 수원, 평택으로 가는 국도로 진입했을 것이다.) 1차선에 서 있는 나는 끼어들지 못해 깜빡이만 넣고 있었다. 넓은 아량으로 속도를 늦춰준 검은색 차주분께 비상등으로 감사를 표했다.

워워. 나가고 싶고 어디든 혼자의 힘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켜 본다. 그래도 내일모레면 가고 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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